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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환자 내버려둘 수 없다” vs 사직처리 '디데이' "복귀안해"

“중증환자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어”
‘빅5’부터 지방 수련병원까지 전공의 대부분 “무응답”

서울 시내 한 중형병원에서 의료 관계자와 의대생들이 의과대학과 이어진 통로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정부가 수련병원에 제시한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인 15일이 도래한 가운데, 의료계 내에서 목소리도 엇갈리고 있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은 이날 언론사에 ‘양보는 패배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의견이 담긴 글을 보내 “정부의 급진적인 의대 증원이 의료비상사태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중증 환자들을 생각해서 전공의와 의대생이 조금 양보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와 의대생이 양보한다면 국민들 모두 크게 환영하고 큰 빚을 진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양보하지 않으면) 병원에 남은 의사들은 중증 환자들을 위하여 모든 노력과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와 임상병리사가 전공의 업무를 최대한 대체하고, 전임의와 교수들이 몇 배 고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외국 의사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5개월 동안 수많은 중증 환자들의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수술이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되고 1차 수술 후 2차 수술을 받지 못하고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다른 중소 병원을 찾아서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할 수 있는 죽음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지금 중증 환자들에게는 전쟁터나 의료 최빈국과 다름이 없다”며 “중증 환자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홍 회장은 “2025년 증원된 의대생이 나오는 시기는 10~14년 이후로, 한의사를 제외한 의사수가 15만 명 수준일 때”라며 “2025년 의대 증원분 1500명은 그때 총 의사수의 1%에 해당한다. 이제는 모두 살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홍 회장은 “2025년도 1500명 증원은 양보하고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정부가 올바른 의료정책을 세우고 시행하도록 감시해야 한다”며 전공의와 의대생이 정부에 ▲진찰료 순증과 전문의상담료 신설 ▲필수의료 수가 인상 ▲필수의료 법적 보호 등 3대 요구사항을 제안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3대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안하고 동의를 받아낸다면 의대정원 원점 재검토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정부는 전공의가 없는 상급종합병원은 미국과 일본에도 없으며 젊은 의사들의 존재와 역할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전공의와 의대생의 요구를 경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교수는 앞서 의대교수단체들의 집단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의사의 단체 사직과 휴진은 중증 환자들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언론에 보냈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 [사진 연합뉴스]


전공의 대부분 복귀 의사 無…“최후 순간까지 기다린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인 이날 전공의들 대부분은 수련병원에 어떠한 의사 표현도 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수도권 대형병원은 애초에 응답한 전공의들이 극소수로, 대규모 복귀는 없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일부 병원은 복귀 의사를 밝힌 인원이 10명 미만이라며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복고 있다. 

지방 수련병원들의 분위기도 냉랭하다. 대부분의 전공의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 95%가량은 의사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의 수련병원들은 “이날까지 응답하지 않는 전공의들의 경우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자동 사직 처리하겠다”면서도 “최후의 순간까지 전공의들의 답변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사직을 원하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시점은 ‘6월 4일 이후’로 정해질 전망이다. 주요 수련병원은 사직서 수리 시점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직’이라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사실상 정부 방침에 따라 ‘6월 4일 이후’로 결정됐다고 본다.

정부는 사직의 ‘법적’ 효력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 4일 이후에 발생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정부 방침에 따라 6월 4일 이후에 사직서를 처리하되, 전공의들에게 원하는 날짜를 정하게 하거나 아예 이날 기준으로 처리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다만 인턴이나 레지던트 1년차 등 3월에 새롭게 수련을 시작해야 했던 신규 전공의의 경우, 수련을 시작하지 않았으므로 2월 말을 기준으로 사직서를 수리하는 등 아예 임용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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