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株, 지배구조 개편 잡음…금감원 제동에 일제히 급락 [증시 이슈]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두산그룹 상장사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투자사업 부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치려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두고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면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2분 기준 두산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26% 내린 17만5000원에 거래 중이다. 두산밥캣 주가는 7.97%내리고 있다. 이외에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각각 7.64%, 3.63% 등 내리는 등 두산그룹주 전반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전날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 및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를 정정해서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중요 사항과 관련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는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 정정신고서를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이 필요 사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두산그룹이 핵심적 위험 요인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로보틱스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3개월 안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미제출시 증권신고서는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두산그룹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의 분할과 합병, 포괄적 주식 교환 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두산그룹의 지배구조상 중간지주 격인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의 주식이 포함된 투자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게 골자다.
이번 합병은 두산에너빌리티를 기존 사업 법인과 두산밥캣 지분 46.06%를 보유한 신설 법인(투자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가 신설 법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남은 54% 지분은 두산로보틱스가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확보하고 두산밥캣은 상장폐지된다.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캐시카우’(현금창출원)으로 꼽히는 알짜 자회사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게 넘겨줘야 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 매출 9조7000억원,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이 넘는 두산밥캣에 비해 두산로보틱스는 매출 규모가 530억원에 그치고, 영업손실 158억원을 기록했다.
두산밥캣 주주 역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상장폐지될 두산밥캣의 주주들은 두산로보틱스로 주식을 교환받게 되는데, 주주들은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에 비해 안정적인 두산밥캣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두산밥캣 1주당 주주들이 받을 수 있는 두산로보틱스의 주식은 0.63주다.
이에 두산그룹 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소액주주를 희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존 두산→두산에너빌리티(30%)→두산밥캣(46%)로 이어지던 지배구조는 두산→두산로보틱스(42%)→두산밥캣(100%)으로 변경된다.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지분율은 기존 14%에서 42%로 크게 증가한다.
이동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진행 중이며 두산로보틱스와의 시너지는 장기 관점, 단기적으로는 지분 교환 및 합병에 대한 두산밥캣의 가치 희석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다”며 “지배구조 재편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구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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