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금주의 CEO]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 인수…10월 복간
"메세나 활동 일환…국민 문화 수준 높이겠다"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기업의 생존은 선택과 집중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최고경영자)의 역량이 기업의 희비와 직결되는 이유입니다. CEO의 결정은 기업을 살리는 약이 될 수도 기업을 죽이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주간 국내 CEO들의 선택을 들여다보고, 이목이 집중된 CEO를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부영그룹이 52년 전통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을 인수했습니다. 문학사상은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폐간 위기를 겪었는데,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사재를 출자해 설립한 우정문고를 통해 7월 31일 문학사상을 인수한 것입니다. 문학사상은 복간을 통해 오는 10월 ‘제2 창간호’를 낼 예정입니다.
부영그룹이 적자 경영이 예상되는 순수 문예지를 인수한 것은 이중근 회장의 뜻이 강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회장은 평소 “문화는 경제의 산물”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기업의 공익사업 지원 활동(메세나)의 일환으로 순수 문예지 출간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이 회장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성숙한 정신적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며 “전통 있는 문학사상 복간을 통해 문화인들의 창작 활동을 장려하고 국민의 문화 수준을 높이며 지식정보화 시대의 길을 밝히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장은 올해 초 부영그룹에 재직 중인 직원 중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70명에게 각각 1억원씩 지급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진 배경에는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일과 가정생활 양립에 어려움이 큰 이유로 꼽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는 “셋째까지 출산한 임직원 가정에는 국가가 토지를 제공하면 임차인의 조세부담이 없고 유지보수 책임이 없는 국민주택을 제공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후 재계에서는 출산한 임직원을 위해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사내복지를 확대하는 기업이 늘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수령 금액은 면세 대상으로 다른 수입금액과 합산 과세하지 않을 것을 제안해 이를 현실화 하는데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기업들의 저출생 극복을 위한 지원금에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전액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한 것입니다. 기업 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보되 세금은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2년 내 출산한 근로자에 한해 최대 2회까지 적용 가능합니다.
지난 5월에는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로부터 고문 위촉장을 받는 등 국제적인 영향력도 넓혀가고 있습니다. 부영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취임한 마넷 총리가 한국 기업인에게 직접 고문 위촉장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회장은 마넷 총리의 고문으로 캄보디아 경제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 의사 결정에 조언할 예정입니다.
부영그룹은 현재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1만5000가구 규모의 아파트인 ‘부영타운’을 건설 중입니다. 부영타운 내에는 어린이집·유치원, 초·중·고등학교, 간호대학까지 71개 교실 약 1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우정 캄보디아 학교’도 들어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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