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 상속세 개편…세법개정안 통해 보는 ‘하반기 절세전략’ [스페셜리스트 뷰]
정부 2024 세법개정안 의결…경제 상황 반영해 손질
과세표준, 5→4단계로 단순화…최고세율 과표 ‘10억 초과’로
[한정수 현대차증권 세무전문위원] 지난 7월 25일 내년부터 적용 예정인 세법개정안(이하 ‘개정안’)이 발표됐다. 이번 개정안은 발표 전부터 상속세 개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1997년 법 개정 이후, 과세 대상 등에 대한 일부 개정은 있었지만, ▲유산세 과세 방식 ▲인적공제금액 ▲10~50% 세율 등 큰 틀은 대부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결국 오래된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상속세 과세 부담이 중산층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국세청 ‘국세통계자료’에 따르면 2023년 상속세 납세 인원은 1만8232명으로 5년 전보다 2배(2019년 9555명) 가까이 증가했다. 이렇듯 상속세 개편에 대한 기대 속에서 발표된 개정안에는 세율 인하, 공제금액 상향 조정 등이 담겨 있어 상속세 부담이 많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개정안은 상속세 인적공제 중 자녀 공제를 기존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기로 한 부분이다.
상속·증여세율 인하…세금부담 절감
자녀 공제 금액 증가가 상속세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려면 상속세 공제 항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속세는 세 부담이 큰 만큼 어느 세금보다 공제 항목이 많다.그중에서도 가장 큰 금액이 인적공제인데, 상속받는 사람 즉, 상속인에 따라 공제 가능 여부 및 금액이 결정되며 기초 공제 2억원과 기타 인적공제, 배우자공제가 있다. 또 상속세는 일괄공제 제도를 두고 있는데, 기초공제와 기타 인적공제를 합해 공제하든지 아니면 일괄공제를 적용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일괄공제 금액은 5억원으로 기초공제 2억원과 기타 인적공제 합이 5억원보다 작다면 일괄공제 5억원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상속인으로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다면, 기초공제와 인적공제 합계액인 3억원(기초공제 2억원+자녀공제 5000만원×2인)보다 일괄공제 5억원이 더 크므로 당연히 일괄공제를 적용할 것이다. 또한 배우자공제 최소금액인 5억원 공제까지 적용하면, 최소한 총 10억원을 상속재산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위와 똑같은 조건으로 이번 개정안에 따라 공제 금액을 계산해보면, 기초공제와 인적공제 합계액이 12억원(기초공제 2억원+자녀공제 5억원×2인)으로 상향된다. 여기에 배우자공제 최소금액 5억원을 합산하며 17억을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만약 자녀 수가 많다면 공제금액도 5억원씩 증가하게 된다. 또한 상속·증여세율도 인하하기로 했다.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10%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도 1억원에서 2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상속·증여세율 인하는 상속세는 물론 사전증여를 고려하고있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현행 상속세와 증여세는 같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과세 대상 금액이 커질수록 세율이 10~50%까지 높아지는 누진세율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증여재산가액에서 공제금액을 차감하고 난 후 과세표준이 3억일 때 증여세는 1억까지는 10%, 1억을 초과하는 3억원에 대해서는 20% 세율이 적용되어 증여세 부담은 5000만원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과세표준 3억원에 대한 증여세를 계산해 보면, 2억원까지는 10%, 2억원을 초과하는 1억원에 대해서는 20% 세율이 적용되어 증여세 부담은 4000만원이 발생한다. 증여세는 10년 동안 동일인에게 증여받은 자산을 합산해 세율을 적용한다. 그래서 10년마다 자녀에게 1억5000만원(미성년 자녀 1억2000만원)을 증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증여공제(성년 5000만원, 미성년 2000만원)을 차감하고 나면 과세표준 1억원이 되는데 이 금액이 바로 최저세율 10% 적용 한도 금액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최저세율 10%를 활용한 증여 금액도 2억5000만원(미성년 자녀 2억2000만원)
으로 늘어난다.
자녀 주택 구입자금 문제 등으로 증여를 계획하고 있는 경우라면 추후 법 개정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상속·증여세 개정안 중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한 할증 평가를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기업의 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이 보유주식을 상속·증여하는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일반주식보다 20%를 할증 평가해 세금을 계산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의 걸림돌로 지적되어 왔다. 중소기업 및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은 이러한 할증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2025년부터는 모든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할증 평가를 폐지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한도도 확대한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이 요건을 갖춰 승계받는 경우 가업 관련 재산을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공제해 주는 제도로 한도는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300억~600억원이다. 가업상속공제를 잘 활용하면 상속세 부담 없이 기업을 승계할 수 있지만, 매출액 5000억원 미만 등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혜택을 받는 기업은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밸류업 우수기업(2025~2029년 5년간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 5년간 당기순이익 대비 주주환원액 비율이 업종별 평균의 120% 이상) 등 요건을 갖춘 경우 매출액 제한 요건을 폐지하고 공제한도도 600억~1200억원으로 확대된다.
해외주식 등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일부 변경
다음으로 해외주식 투자자라면 알아둬야 할 개정안이 있다. 우선 국내 상장 주식의 경우 매매차익에 세금이 없지만 해외주식, 국내 상장 주식 중 대주주에 해당하거나 장외에서 거래하는 경우, 비상장주식에서 발생한 매매차익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해외주식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투자수익이 많이 발생한 경우 양도소득세를 절세하기 위해 배우자에게 증여 후 매도하는 방법이 많이 활용됐다. 증여받은 배우자가 해당 자산을 매도해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증여받은 시세가액이 취득가액이 되면서 과세대상 매매차익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 배우자 증여 시 공제금액이 10년 동안 6억원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억원에 매수한 해외주식 A주 2억원을 매도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양도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는 250만원 공제 차감 후 22% 세율을 적용해 총 2145만원이 발생한다. 그런데 배우자에게 해외주식을 증여하면 증여신고가액(증여일 전·후 각 2개월 종가를 평균한 가액)이 배우자가 취득한 가액이 된다.
즉, 배우자가 A주식을 시가로 증여받은 후 바로 매도하면 과세대상 양도차익은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된다. 현행 세법에서는 부동산의 경우 이러한 증여를 통한 양도소득세 회피 방지를 위해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규정을 두고 있는데,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은 부동산(토지, 건물 등)을 10년 이내 양도 시,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취득가액을 수증자가 증여받은 금액이 아니고, 증여자가 원래 취득한 금액으로 계산하는 규정이다. 즉, 부동산은 증여받은 후 10년이 지나서 매도해야 양도소득세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
는 것이다.
해당 규정은 부동산만 해당하기 때문에 해외주식을 포함한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주식의 경우 실제 배우자, 자녀 등에게 증여한 경우라면 기한 제한 없이 매도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대상 자산에 양도일 1년 이내 증여받은 주식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2025년 이후 증여받는 주식부터 적용 예정이므로, 올해 안에 증여받은 주식은 보유기간 제약 없이 매도 가능하다.
2026년까지 상생임대주택 혜택 연장
집주인, 세입자 모두에게 반가운 개정안 내용도 있다. 바로 상생임대주택 혜택을 2년 더 연장해 2026년 말까지 체결한 임대계약까지 인정해 주기로 한 것이다. 상생임대주택이란 임대료 상승률을 5% 이하로 재계약한 임대주택을 말한다. 상생임대주택이 되면 양도소득세 비과세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에 필요한 2년 거주 요건을 면제해주는 혜택을 주고 있다. 보유 주택 수, 가격 요건도 없으며 임대주택 등록 여부, 사업자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상생임대차계약 요건만 잘 갖추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2017년 8월 2일 이후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취득했다면 나중에 해당 주택을 매도할 때 2년 이상 거주해야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대부분 해제되고 강남·서초·송파·용산구가 남아있지만 주택 매수 당시에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면 2년 거주 요건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2018년 당시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10억원에 매수한 후, 전세로 임대 주고 본인은 거주한 적 없이 10년이 지나 20억원에 매도한다고 가정해 보자. (양도일 현재 1세대 1주택 가정)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해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매매차익 10억에 대해 약 3억3000만원의 양도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를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상생임대주택 요건을 갖춘 후 매도하면 어떻게 될
까? 2년 거주 요건을 채운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양도가액 12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12억원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도 높은 장기보유특별공제율 (보유년수×4%)을 적용받을 수 있다. 세제혜택을 적용해 계산해 보면 매매차익 10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는 7700만원 정도 발생한다. 이처럼 2년 거주 요건에 따라 세금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만약 거주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상생임대주택 요건에 맞춰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서 세제 혜택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개정안 발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하기로 했다. 주식 매매차익을 비롯한 금융상품 투자수익에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는 2023년부터 도입 예정이었으나 2025년 이후로 도입이 유예됐고, 이번 개정안에는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유예·폐지안이 모두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나올지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과세하지 않던 소득에 세금을 도입하는 것은 과세당국·원천징수의무자·납세자 모두의 공감대와 협력이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금융자산은 그 종류 및 투자방법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과세대상 수익을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철저한 준비 없이 과세가 도입된다면, 당연히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명확한 지침 없이 각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원천징수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일관되지 않은 정책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은 최종 납세자인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의 불안감 해소 및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법 개정만큼은 어느 때보다 빠른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필자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증권 VIP 세무컨설턴트를 지냈다. 이후 2013년부터 현재까지 현대차증권 리테일본부 소속 VIP 세무컨설턴트로서 주요 VIP고객 대상 금융, 부동산 투자 관련 절세 솔루션 제공 및 상속·증여 관련 세무컨설팅 등의 업무를 다수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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