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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업 탐내는 식품社…실적은 고민

[바이오 품은 식품사]②
자금 투입 필요한데...적자 탈출도 어려워
기술이전 등 수익 내는 바이오 기업 인수

CJ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시험약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CJ제일제당]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식품 공룡들이 바이오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신약 개발의 경우 기업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연구개발(R&D)을 마무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국내 바이오 시장 규모가 작아 해외 시장을 노려야 해서다.

특히 식품을 비롯한 유통 분야의 제품은 개발 주기가 짧아 투자 기간이 긴 신약 개발 기업으로 인해 그룹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약 개발 기업 상당수가 사실상 신약 개발에 자금만 투입할 뿐 기술이전 등을 통해 매출을 내지 못한다는 점도 바이오 시장에 진출하려는 식품 기업들의 고민이다.

CJ제일제당이 인수한 CJ바이오사이언스도 출범 이후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항암제를 비롯한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신약 개발은 R&D 기간이 오래 걸리는 분야이지만 시장에서는 CJ바이오사이언스가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CJ바이오사이언스의 영업손실은 2021년 101억원에서 2022년 332억원, 2023년 321억원으로 늘었다. 매출 규모는 2021년과 2022년, 2023년 각각 44억원, 41억원, 56억원으로 엇비슷하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제대로 된 성과는 물론 실적 관리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출범 초기 제시한 목표도 현재 시점에서는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회사는 내년인 2025년까지 신약 파이프라인을 10건 이상 확보하고 기술수출도 2건 정도 성사할 것이란 목표를 내건 바 있다.

이를 위해 CJ바이오사이언스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 기업인 4D 파마로부터 고형암과 소화기 질환, 뇌 질환, 면역 질환 등에 쓸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여러 건 들여왔다. 문제는 이 중 임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이 손에 꼽는다는 점이다.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CJRM-101이 미국 임상 1·2상에 진입해 있지만 다른 기업의 임상 속도와 비교하면 한참 뒤처진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둘러싼 시장 환경 자체도 그동안 좋지 못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페링 파마슈티컬스의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제 리바이오타가 미국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으며 시장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인 세리스 테라퓨틱스의 보우스트가 미국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아 상업화의 길을 튼 바 있다.

하지만 투자 시장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에 관심을 거두면서 여러 신약 개발 기업이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의 한 관계자는 “투자 시장은 지난해까지 말 그대로 한파였다”며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쪽은 더 힘들었다”고 했다.

항체 약물 중합체 신약 개발 기업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 오리온도 기업 인수 전까지 바이오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20년 일찍이 바이오 사업을 신사업의 하나로 점찍었지만 이후 수년 동안 별다른 사업 성과를 내지 못해서다.

오리온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 전 국내 여러 진단기업과 협력하거나, 터를 닦아온 중국 시장에서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 왔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2022년 설립했지만 치과 질환 치료제 기업인 하이센스바이오와 합작해 세운 법인이었고, 앞서 중국에 설립한 회사도 중국의 산동루캉제약과 합작한 기업이었다.

롯데그룹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겨우 적자 상태를 벗어났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2022년 영업손실은 76억원이었지만, 이듬해 4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생산공장을 확대하고 있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인천 송도에 짓는 공장과 부대시설에 4조원 이상을 쏟을 계획이다. 하지만 수익이 적어 비용 마련이 쉽지 않다. 관련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출범 이후 세 차례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 등으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쉽지 않은 바이오 사업, 깊어진 고민

이런 탓에 바이오 시장에 진출한 기업 상당수는 실제 매출을 내고 있거나 시장에서 경쟁력이 입증된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바이오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오리온은 기술이전 등을 통해 이미 매출을 올리던 데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항체-약물 중합체(ADC) 분야의 국내 기업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미국의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시러큐스공장을 1억6000만 달러(약 2000억원)에 인수하며 바이오 시장에 진출했다. 이미 사업 기반이 다져진 기업이나 공장을 인수해 바이오 시장 진출의 허들을 낮춘 모습이다.

실제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발을 뺀 기업도 많다. 앞서 동원그룹은 보령바이오파마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보령의 백신 개발 기업이다. 일본뇌염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소아마비 예방 백신(DTaP-IPV), A형간염 백신 등을 생산해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백신 외 전문의약품 판매와 유전체 검사, 제대혈 은행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결국 보령바이오파마를 인수하지 않았지만,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실사우선권을 부여받는 등 보령바이오파마를 인수할 유력 후보로 떠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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