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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주택 공급 약속…문제 지적되면 땜질 처방

[서울 집값 왜 오르나]③
8.8대책 내놨지만, 실효성 논란 
이주 대책도 없이 우선 발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 장관회의를 하고 있다. 회의에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참석했다. [사진 공동취재]

서울 아파트값이 20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 양극화의 기세는 멈추지 않을 듯이 보인다. 지난 8월 8일 정부는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언급하며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되는 원인은 무엇인지 분석해 봤다. [편집자 주]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가 심상치 않게 움직이면서 정부가 수도권에 향후 6년간 42만 가구를 공급하는 등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집값 상승세를 조기에 진화하지 못한 정부가 부랴부랴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대 효과를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상황은 다르지만 정부가 정책을 일단 던지고 본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행동이 서울 집값을 잡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8.8 대책)’을 보면 서울과 인접한 지역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등을 풀고, 수도권 신규택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8만 가구 공급, 재건축·재개발촉진법(가칭) 제정, 수도권 공공 신축매입주택으로 11만가구+α 공급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향후 6년간 서울과 수도권에 총 42만7000가구 이상의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실효성 여부다. 정부는 비(非)아파트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며 내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11만 가구를 신축 매입하겠다고 했다. 서울은 비아파트 공급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 매입하기로 했다. 11만 가구 중 최소 5만 가구는 분양전환형 신축매입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매입임대 중 구조와 입지가 좋은 주택을 저렴한 임대료로 최대 6년간 거주하게 한 뒤 임차인에 우선 매각하는 방식이다. 또 입주 및 분양 전환 비용은 주택도시기금에서 저리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이 비아파트 시장을 어느 정도 안정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아파트를 중심으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잠재우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유형별 매매 거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국 아파트 매매량은 23만 6374건, 전체 주택 매매량 31만 751건 중 76.1%를 차지했다. 깡통전세‧전세사기 등 주로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가격 상승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아파트로 쏠림 현상이 심화한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과 도시정비법 개정안 마련과 관련한 대안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관련법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12년만에 그린벨트 해제, 집값 안정 효과는 미지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와 서울시의 대책도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8일 성명서를 통해 “수십 년에 걸쳐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집값을 잡지 못했다”며 “서울과 수도권 과밀을 부추기는 주택공급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수도권 허파인 그린벨트를 한 평도 훼손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판교와 위례 등 신도시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었지만 수도권 땅값이 요동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생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국토를 미래 세대에 남겨주기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며 “정부가 이제라도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제대로 기능하도록 관리를 강화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 저렴한 가격에 신규 분양하더라도 결국 집값이 오른 전례를 볼 수 있다”며 “대규모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결단이 없다면 결국 일부 청약 당첨자들만 ‘로또’ 분양을 받는 것으로 효과가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과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그동안 추진한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5월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재건축과 선도지구 지정 등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집값과 재건축‧재개발에 필요한 비용, 향후 예상하는 가격 상승폭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분당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따라 이 지역 주택 물량(순공급)이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사실상 분당에서만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 정부가 약속한 주택 공급 계획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러자 정부는 ‘8.8 대책’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의 내용을 분당 등 1기 신도시에도 적용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오는 11월에 '2만6000가구+α'(최대 3만9000가구) 규모의 선도지구를 지정하는 등 2029년까지 4만6000가구의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 경우 주민들의 이주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런 방안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했다. 국토부는 올해 1월 발표한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내년부터 1기 신도시별로 1곳 이상 이주단지를 조성해 이주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대주택형 이주단지 조성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고 3기 신도시 인근 주민들이 이주단지 조성을 달가워하지 않자 6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주단지 조성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고 주민 선호부터 다시 파악하기로 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필요하다면 기존에 용도가 정해져 있는 땅을 용도 변경을 하거나 공공에서 새로운 소규모 개발 사업도 추가로 해 이주에 문제가 없도록 관리하겠다”면서도 “이렇게 해도 어려우면 이주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을 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주택가격이 오르는 원인에 대한) 진단이 잘못됐다. 그렇다보니 처방도 잘못나왔다”고 말했다.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은 수요 증가에 있는데, 정부가 ‘수요’를 억제할 대안을 내놓기보다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부는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며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데 이를 활성화 하려면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며 “집값을 떨어뜨리는 재건축을 찬성할 주민들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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