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상장 줄고, 상폐 늘고...11돌 맞은 코넥스 시장 ‘고사 위기’, 왜

[위기의 코넥스] ①
코스닥 이전 ‘급감’, 일평균 거래대금 27%대 ↓
매년 상폐 기업도 급증…상반기 벌써 8곳

소규모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주식을 거래하는 코넥스 시장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소규모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주식을 거래하는 코넥스 시장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자금조달이 어렵다며 상장 폐지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난 데 이어 개인 투자자들 역시 투자에서 손을 떼는 모습이다. 여기에 정부 지원금이 사라지면서 시장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넥스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지난 1월 세븐브로이맥주와 6월 팡스카이 단 2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개 사가 코넥스에 입성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급감한 모습이다. 같은 기간 코넥스 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기업은 8개 사에 달한다.

현재 하반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상폐 기업이 증가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2021년 5개 사에서 2022년 7개 사, 2023년 10개 사 등으로 매년 상폐 기업은 늘어나는 추세다. 이 중 부정적 사유로 인한 상장 폐지는 4개 사에 달한다. 베른·젬·피노텍 등 3곳
은 이 기간 외부감사인의 의견 거절로 상장 폐지됐다. 디피코는 재작년 감사의견 거절과 작년 사업보고서 미제출 문제가 겹쳐 짐을 쌌다.

이 같은 분위기에 코넥스 시장을 향한 투자자들의 거래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7월 말 기준 코넥스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24억7000만원) 대비 27.5% 감소한 수치다. 코넥스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2021년 74억1500만원에 달했으나 지난 2022년부터 22억3600만원으로 급격히 내려앉은 뒤 20억원 선을 간신히 넘고 있는 수준이다.


올해 신규 상장사 단 2곳뿐…상폐 기업도 매년 증가 

코넥스 시장은 중소·벤처기업 자금조달 및 모험자본 중간 회수 지원을 위해 개설된 중소기업 전용 시장이다. 중소기업 전용 시장 특성상 완화된 상장 요건 및 공시·회계·지배구조 규정을 적용하고 투자자 자격·투자 규모를 제한한다. 코넥스 상장 기업은 공모를 통한 신규 자금조달보다는 코스닥 이전상장 준비가 주된 목적이다. 2013년 7월 개설 후 코넥스 시장은 규모 면에서 크게 확대됐으며 자금조달·이전상장을 통한 기업 성장의 기회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업의 코스닥 직상장 선호, 비상장주식 등 대체투자자산 거래 확대 등으로 코넥스 시장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특히 코넥스 신규상장은 2017년 이익미실현 기업에 대한 코스닥 특례 상장 도입에 따라 감소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요·공급 부족에 따른 저유동성으로 거래 부진과 가격발견 기능 미흡 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코넥스 시장이 중소기업과 자본시장을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 직상장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현행 코넥스→코스닥 신속이전상장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코스닥 직상장 확대로 코스닥 투자자 보호 기능이 약화되고 코넥스 시장의 예비 코스닥 기업 육성 기능은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부터 정부지원금까지 끊기면서 시장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도입된 ‘코넥스 시장 활성화 지원사업 지원금’을 올해부터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코넥스에 입성하는 기업의 상장비용 50%를 지원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다만 정부의 ‘코넥스 스케일업 펀드’ 조성이 정부지원금의 역할을 메꿔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넥스 상장사 등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애 이어 올해 1, 2차 스케일업 펀드의 조성이 모두 완료됐다. 당초 집행 예정 금액은 2000억원이었는데, 최종적으로 이보다 더 많은 26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모였다. 업계 관계자는 “코넥스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저평가된 기업에 대한 과감한 보험자본 공급이 필요하나 기관투자자 역할은 미약하다”며 “코넥스 기업에 대한 코스닥 이전상장 컨설팅, 공시·회계 교육 등 지원 기능도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코넥스 시장은 상장 유인 제고 등을 통해 중소기업 신규상장을 유도하고, 일반 투자자에 대해 생산적·안정적 신규 투자수단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코스닥 이전상장 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상장 유지 부담 완화를 통해 신규상장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본예탁금 규제 폐지 등 코넥스 투자 진입장벽 완화를 통해 투자자 편의 제고도 도모할 방침이다.

현재 코넥스 기업에 별도로 마련된 신속이전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 이전상장이 가능하나 실제 활용은 제한적이다. 질적심사를 일부 면제하는 대신 높은 재무 요건을 적용해 코넥스 기업의 요건 충족이 어렵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 상장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코스닥 기업 상장 폐지 증가 등 투자자 보호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코넥스 스케일업 펀드를 통한 실질적인 투자로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 예비 상장기업 중 영업성과,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일정 수준을 하회하는 기업은 코넥스 경유를 유도함으로써 투자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들을 코넥스에 경유토록 해 검증 기간을 두고, 공시 등 투자자 보호 제도 사전 경험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전공의 떠났어도...의대 수시 지원, 7만명 넘게 몰려

2"최고의 크리에이터는?"...크리에이터 페스티벌 어워즈 개최

3 서울 일부서 '119' 신고 접수 장애...30분 만 복구

4"'젊음' 빛난다"...'청년의 날' 치어리닝 챔피언십 열려

5추석연휴 지나면 입 연다...美 파월 금리 결정 주목

6대전역서 나갈 뻔한 '성심당'...재입점 길 열리나

7"보청기 대신 에어팟"...美 FDA 애플 보청기 소프트웨어 승인

8삼성전자, 부서 장벽 허문다...반도체 조직개편 '만지작'

9"'6만 전자' 못 참지"...주식 쓸어 담은 삼성 임원들

실시간 뉴스

1전공의 떠났어도...의대 수시 지원, 7만명 넘게 몰려

2"최고의 크리에이터는?"...크리에이터 페스티벌 어워즈 개최

3 서울 일부서 '119' 신고 접수 장애...30분 만 복구

4"'젊음' 빛난다"...'청년의 날' 치어리닝 챔피언십 열려

5추석연휴 지나면 입 연다...美 파월 금리 결정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