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파워블로거는 왜 뷰티 엔터를 만들었나 [이코노 인터뷰]

최인석 레페리 의장 대학 중퇴 후 창업 성공
작년 매출 359억·연간 조회수 30억 회 돌파
“K-뷰티 지금이 기회, 우리도 주요 역할 가능”

최인석 레페리(Leferi)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영상 채널 등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는 영향력이 돈인 시대에 살고 있다. 적게는 수만명, 많으면 수천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행동을 궁금해하고 모사한다. 대중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1인 창작자(크리에이터), 우리는 그들을 ‘인플루언서’라고 부른다.

그들의 파급력에 주목하다

<이코노미스트>는 8월 14일 서울 강남구 소재 레페리 사무실에서 최인석 의장을 만났다. 레페리는 뷰티 전문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뷰티 엔터테인먼트다. 뷰티 인플루언서들을 지원하는 기획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최 의장은 일찍부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대한 가치에 주목했다. 그는 지식 칼럼으로 독자들과 소통했던 파워블로거였다. 최 의장은 “칼럼을 쓰면서 블로거 모임을 운영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블로거들과 소통하며 인플루언서가 가진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 의장이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우연히 접한 유명 호텔 창업자의 자서전 때문이다. 그는 “이사도어 샤프 포시즌스 호텔 회장의 ‘사람을 꿈꾸게 만드는 경영자’라는 책을 읽고 결심했다”며 “포시즌스 호텔 회장이 당연히 재벌 출신이라고 생각했는데, 동네 모텔에서 시작한 것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고 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다.

2013년 최 의장은 학업을 중단하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1989년생인 그의 당시 나이는 24세에 불과했다.

설립 초기 레페리는 뷰티 커머스 서비스 사업자였다. 그가 수많은 제품군 중 뷰티를 선택한 것은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최 의장은 “힘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뷰티 블로거였다”며 “화장품은 10대 산업으로 분류될 정도로 경쟁력 있는 제품군이다. 뷰티 산업은 영원히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레페리는 설립 초기 인지도가 낮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듬해(2014년) 뷰티 크리에이터 육성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최 의장은 미국 등에서 활성화된 유튜브 문화가 국내에도 확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해 9월 구글코리아와 ‘뷰티 크리에이터 랩’이라는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며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5년 레페리 뷰티 엔터테인먼트가 공식 출범했다.

최 의장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올해로 설립 11년째를 맞은 레페리는 400여명에 달하는 크리에이터 네트워크를 보유한 대형 기획사가 됐다. 회사의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은 359억원이다. 유튜브 구독자 136만명 레오제이(LEOJ), 113만명 다또아(Daddoa), 73만명 소윤(Soyoon) 등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창출하는 연간 조회수는 30억 회에 달한다.

최 의장은 이 같은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최근 기업공개(IPO) 추진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레페리는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지난 8월 신한투자증권과 상장 주관사 계약도 체결했다. 최 의장은 “기업이 성장하면 투자 유치, IPO, 인수합병(M&A) 등의 방향성이 열린다”며 “IPO는 엑시트가 아닌 인증 효과라고 생각한다. 레페리의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유동적으로 다양한 선택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인석 레페리(Leferi)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서울시 강남구 소재 레페리 본사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K-뷰티 경쟁력 전 세계 알리자

최 의장은 인터뷰 내내 K-뷰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 화장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화장품 기업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현재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화장품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K-뷰티 시즌2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2010년대 중국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외형을 키운 K-뷰티는 중국 사드 사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맞물려 하락세를 걸었다. 이후 202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금 반등하고 있다.

최 의장은 “수출액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글로벌 순위는 프랑스, 미국, 독일에 이어 4위 정도된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한국 화장품의 해외 수출액이 전년 대비 30% 정도 늘었다. 이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현재 3위 정도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1위와의 격차는 아직도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성을 가져가려면 이미지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의장은 “한국 화장품은 트렌디한 가성비 제품으로 경쟁해 왔지만 이는 어느 정도 한계치가 분명하다”면서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만든 후 해외에서 승승장구한 것처럼 K-뷰티도 이런 히트상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글로벌 기업인 로레알은 지난해 연구비로만 1조7000억원을 투입했다”며 “반면 한국 유명 기업들의 연구비는 1000억원대 정도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과 품질 경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레페리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 의장은 미래학자들이 미래사회에 등장할 것이라고 예견한 프로슈머(생산자+소비자·producer+consumer)가 크리에이터라고 믿고 있다. 

최 의장은 “우리는 제품 개발부터 판매, 수출까지 모든 과정에 레페리가 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이미 다양한 기업들의 개발 및 판매 과정에 참여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와인을 예로 들었다. 수많은 와인을 선별해 소비자에게 추천하는 소믈리에처럼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화장품 업계에서 동일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잘 만든 제품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의장은 “해외 유통업체들이 회사로 연락해 수많은 한국 화장품 중 어떤 제품을 수입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화장품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배우고 즐기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며 알리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사전공시 피하자” 블록딜 폭발에 ‘주관 경쟁’도 치열

2적막흐르는 서울 내곡동 ‘그린벨트’ 일대…‘투기 세력 위험’은 여전

3“상황에 따라 리더십 달라져야”

4그린벨트 ‘투기 바람’에 긴장하는 韓…유럽은 어떻게 관리하나

5대주주 블록딜에 주주는 울분…‘내부자거래 사전공시’ 대안될까

6파워블로거는 왜 뷰티 엔터를 만들었나

7‘시행 두 달’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어떻게 달라졌나

8개발 막으려 설정한 그린벨트…역대 정부 개발 위해 풀었다

9정부·서울시 “훼손된 그린벨트 개발”…전문가들 “집값 못 잡는다”

실시간 뉴스

1“사전공시 피하자” 블록딜 폭발에 ‘주관 경쟁’도 치열

2적막흐르는 서울 내곡동 ‘그린벨트’ 일대…‘투기 세력 위험’은 여전

3“상황에 따라 리더십 달라져야”

4그린벨트 ‘투기 바람’에 긴장하는 韓…유럽은 어떻게 관리하나

5대주주 블록딜에 주주는 울분…‘내부자거래 사전공시’ 대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