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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에 긴장하는 韓…유럽은 어떻게 관리하나

[논란의 그린벨트]③
유럽, 경제발전·환경보전 조화 추구
우리나라 일반국민 72% “개발제한구역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서울시가 이달부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인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자치구와 합동으로 현장 조사반을 구성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이용 실태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 8월 8일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투기 조짐이 일자 선제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달 강남구 서초구 일대(21.29㎢)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송파구 일대(2.64㎢) 등 서울 전체 그린벨트 149.09㎢를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런데도 기획 부동산의 지분 쪼개기 행위가 감지됐다. 시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취득한 토지를 이용하지 않거나 또는 허가 당시 이용 목적과 다르게 사용 또는 무단 전용하는지 등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일정 면적 이상 토지를 거래하려면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아 취득한 토지는 이용 목적별로 2~5년 동안 의무적으로 허가 받은 목적대로 이용해야 한다. 의무 기간은 자기 주거용·자기 경영용 2년, 사업용 4년, 기타 현상 보존용 5년이다.

현재 서울 시내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강남구 대치동·삼성동·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14.4㎢), 강남구 압구정동·영등포구 여의도동·양천구 목동·성동구 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4.58㎢), 신속통합기획 및 공공 재개발 후보지(7.57㎢) 등을 포함한 총 182.36㎢이다. 토지거래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토지 가격 30%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행 강제금은 미이용·방치 시 취득 가액의 10%, 타인 임대 시 7%, 무단 이용 목적 변경 시 5%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개발 제한 구역 내 시장 교란 행위를 차단하고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강력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독일, 설득과 합의 통해 공적 용지 활용

한국은 이렇게 주택 공급을 위해 수도권 인근 그린벨트를 개발하는 일이 많다. 해외는 그린벨트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1976년 그린벨트 제도를 도입한 프랑스의 경우 파리-일드프랑스(파리대도시권) 지역에만 그린벨트를 지정했다. 공간적으로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 억제 ▲새로운 도로‧철도 건설에 따른 도시 공간 단절 방지 ▲경관 보호 및 도심 접근성 향상 등을 추구한다. 기능적으로는 ▲삼림의 보호와 확대 ▲레크리에이션 공간 제공 ▲도시 근교농경지 감소 방지 ▲동식물 및 자연유산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그린벨트는 주로 중앙정부보다 파리대도시권 주정부 차원에서 관리하는데 이해가 상충하는 부분이 생기면 당사자 간 설득과 합의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그린벨트 제도가 없지만, 이에 준하는 기능을 하는 녹지대 또는 지역‧광역공원( Regionalpark)이 있다. 도시 주변에 위치한 자연 보호 구역이다. 도시와 농촌 간의 균형을 유지하고 주민들에게 자연 속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마련했다. 주로 대도시 주변에 조성한다. 주목할 점은 지역‧광역공원의 지정 목적이다. 독일의 경우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경제 발전과 환경보전의 조화, 공원에서 산업과 고용을 창출하고 레크리에이션 기회를 제공해 지역 소득을 창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강력하게 개발 제한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그린벨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독일은 지역 경관의 특수성과 동식물을 보호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매력적인 주거지와 농산물 등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이밖에 자연과 문화유산의 유지, 브랜드화와 마케팅 및 이미지 형성 전략을 추구한다.

국토연구원은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그린벨트 관리 방향을 제안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린벨트 정책의 최근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확산방지 및 환경보전과 함께 도시민의 휴양 활동을 위한 공간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조정 또는 행위 제한 완화 정책을 펼 경우 유럽처럼 기대감을 갖지 못 하도록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합의와 운용 과정을 통해 이해당사자 간의 합의 채널을 이루고, 국민이 새로운 개발제한구역의 지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민 소득창출전략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천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반국민 72%‧전문가 93% “그린벨트 필요”


그렇다면 한국에 그린벨트는 필요한 제도일까. 국토연구원이 일반국민 2000명, 도시계획·환경분야 전문가 100명, 권역별 개발제한구역 담당부서 팀장급 이상 공무원(55명)을 대상으로 ‘일반 국민들과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를 설문조사 한 결과 일반국민 72%, 전문가 93%, 공무원 67.2%는 도시 주변에 개발제한구역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그린벨트를 절대적으로 보전하기보다는 필요할 경우 해제해 활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공공의 목적 등에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일반국민 63.4%, 전문가 67.0%, 공무원 65.5%). 현재 그린벨트에서의 불법행위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묻는 질문에 일반국민은 65.3%, 전문가는 86%, 공무원은 61.8%가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모두 10%가 넘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벌금(이행강제금) 부과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답한 의견이 뒤를 이었다.

그린벨트 주민에게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반국민은 ‘공동작업장 등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한 사업 지원’(30.5%)‘생활비 지원, 재산세 감면 등 금전적 혜택’(28.0%)을 꼽았고 전문가(52.0%)와 공무원(38.2%)은 ‘국가의 토지 매수’를 가장 적절한 보상방식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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