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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공시 피하자” 블록딜 폭발에 ‘주관 경쟁’도 치열

[블록딜 전쟁]③
외국계 IB 약진 가운데, 국내사도 신규 비즈니스 주목
블록딜 시장 공략 위해 인재영입·조직개편 단행도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올 들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물량이 대거 쏟아진 가운데, 관련 딜 수임을 위한 주관 경쟁도 치열했다. 그동안 외국계 하우스가 주도했던 블록딜 주관 경쟁에 국내 하우스들도 뛰어들며, 먹거리 확장에 나서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 실현된 가장 큰 블록딜은 삼성 오너 일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진행한 블록딜이었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그룹 오너 일가 모녀는 지난 1월 총 2조1689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 0.5%에 해당하는 블록딜에 성공했다. 

당시 이 사장은 삼성전자 지분 외에도 삼성물산(0.65%)과 삼성SDS(1.95%), 삼성생명(1.16%) 지분 일부도 매각했다. 이번 세모녀의 블록딜은 총 2조8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매각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UBS·JP모간 등 글로벌 IB들이 함께 맡았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4월에도 하나은행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 524만7140주를 매각하는 추가 블록딜을 진행했다. 총 매각 규모는 4467억원에 달하며, 블록딜 주관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JP모건이 맡았다.

올해 금융주의 블록딜도 잇달았다. 지난 2월 글로벌 PEF 칼라일그룹 산하 자산운용사인 킹스맨인베스트먼트는 KB금융지주 지분 1.2% 전량을 블록딜로 매각했다. 총 매각가는 3260억원이며 매각 주관 업무는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UBS가 맡았다. 

지난 3월에는 EQT프라이빗캐피탈이 신한금융지주 지분의 총 4155억원어치(929만7000주·지분율 1.8%)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이번 블록딜은 모건스탠리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공동 주관을 맡았다. 

지난 7월에는 국내 사모펀드(PEF)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우리금융지주 지분 총 2640억원어치(1677만8107주)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주관사는 삼성증권과 UBS증권이 맡았다. IMM PE는 지난 3월에도 우리금융 보유지분 가운데 1.7%를 블록딜로 매각해 1800억원가량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때는 골드만삭스·UBS증권·삼성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했다. 

이밖에 SK스퀘어는 지난 4월 보유 중인 크래프톤 지분 전량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해 2600억원을 확보했다. 주관은 메릴린치·JP모간·UBS가 맡았다.

올해 블록딜 거래가 부쩍 늘어난 것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금융 등 관련 수혜주의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올 7월 24일부터 시행된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제도에 따라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임원이나 지분율 10% 이상인 주요 주주는 발행 주식 수 1%, 50억원 이상을 거래할 때 가격·수량·기간을 최소 30일 전까지 공시해야 한다. 즉, 제도가 시행되면 모든 투자자가 최소 1개월 전에 블록딜 사실을 알 수 있고, 이에 따른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공시의무제 시행 전에 블록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블록딜 시장서 입지 넓히는 국내사 ‘경쟁 치열’ 

 

그동안 블록딜을 성사시키려면 보안과 해외 기관의 투자 수요 확보가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주로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주관사 지위를 따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블록딜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됐다. 블록딜 시장 성장성을 주목한 국내 하우스들은 법인 영업을 강화하고, 블록딜 인력을 새로 영입하는 등 틈새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통상적으로 블록딜 매도 수수료는 0.1~0.3%이고 성공 시 성과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다. 

실제 외국계 하우스가 약진하는 가운데, 국내사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지난 6월 블루런벤처스(BRV)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분 약 3%·총 2509억원을 매각한 블록딜에선 골드만삭스·UBS 외에도 국내 하우스인 KB증권이 주관사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증권은 올해 두 차례 진행된 우리금융지주 블록딜에서 지난 3월 이름을 올린 골드만삭스를 제치고 7월 블록딜에선 UBS증권과 함께 양사만 주관을 맡았다. 또한 지난 5월엔 하이브가 에스엠 지분 3.25%·총 684억원어치를 블록딜로 처분했는데, 이 딜 역시 삼성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 

특히 블록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하우스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블록딜 부문에서 국내사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초 KB증권 출신 블록딜 전문가인 이한준 부장을 영입한 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월 NH투자증권과 2000억원 규모의 엔켐 블록딜에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다. 지난 5월에는 537억원 규모의 서진시스템 블록딜과 234억원 규모의 DS단석 블록딜 등에서도 주관을 맡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라며 “아직은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관련해 시장 사례가 없어 향후 구체적인 사례 분석을 통해 고객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태스트포스(TF)형식으로 존재했던 블록딜팀을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홀세일 본부 내 정식팀으로 승격시켰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와 상관없이 신규 비즈니스로 블록딜 비즈니스를 준비해왔다”며 “블록딜의 주요 거래 대상인 상장회사 및 운용사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시장 확대에 따른 벤처캐피탈(VC)·사모펀드(PE)·캐피탈 등 고객의 다변화를 통해 상장주식뿐만 아니라 비상장주식의 중개업무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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