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열풍 불어도…‘흑자 전환’ 하세월
[벽 부딪힌 의료 AI]②
AI 신약 개발 기업 30여 곳 적자 허덕여
의료기기도 비슷…대기업 진출은 ‘호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의료 분야에 침투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정보 처리 체계를 효율화하고 신약으로 개발될 물질의 발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사용처는 다양하다. 문제는 AI 기술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시원찮다는 점이다. AI 기술로 물질을 발굴해도 신약 개발을 위해 투입해야 할 자금과 시간이 막대하고 최근 몇 년 새 바이오 시장에 투자 한파가 불어닥친 탓도 크다.
실제 국내 설립된 AI 신약 개발 기업의 상당수는 제대로 된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이 파악한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 31곳의 경영 실적을 뜯어보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이 대다수다. AI 기술을 향한 관심이 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동안 시장에 자금이 돌아 투자금은 많이 유치했으나 경영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 일부는 수십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이들 기업도 적자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둔 AI 기반 유전자 검사 기업 쓰리빌리언의 지난해 매출은 27억3033만원, 영업손실은 83억5000만원이다. 셀트리온과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와 관련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바스젠바이오는 지난해 4억8633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고, 영업손실은 46억2000만원으로 수년째 적자다.
증권시장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기업도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AI 신약 개발 기업 온코크로스는 올해 1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최근에서야 통과 결과를 받았다. 또 다른 AI 신약 개발 기업 스탠다임은 상장을 여러 차례 시도하고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 기간 기업 매출은 수천만원대에 불과했고 적자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했다.
이미 증권시장에 상장한 AI 신약 개발 기업도 경영 실적이 시원찮긴 마찬가지다. AI 신약 개발 기업 신테카바이오는 지난해 1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1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테카바이오의 적자 규모는 2020년 71억원, 2021년 81억원, 2022년 118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신테카바이오는 상장 당시 AI 신약 개발 기업으로 국내 증시에 처음 상장해 주목받았지만, 현재 플랫폼 공급에 애를 먹으며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AI 신약 개발 기업으로 증권시장에 상장한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지난해 매출이 ‘제로’(0)다. 영업손실은 2021년 84억원, 2022년 106억원, 2023년 101억원을 기록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상장 이전 AI 신약 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로 수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현재 기업 자금을 모두 신약 개발에 쏟아붓고 있어 적자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다. 파로스아이바이오의 흑자 전환 전략은 파이프라인을 잘 개발해 기술이전하는 것이다.
매출 올려도 적자는 여전
AI 기술을 접목한 의료기기도 적자 탈출이 요원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들 기업은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보다 상황이 낫다. 해외 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리며 수익구조를 구축한 덕이다. 대표 기업인 루닛과 뷰노도 매해 매출 규모는 키우고 있다. 루닛의 지난해 매출은 251억원으로 3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해 18배 수준 뛰었다.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210억원에서 422억원으로 늘었지만, 후지필름과 GE헬스케어, 필립스 등 협력 기업을 통해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루닛과 함께 오랜 기간 적자 수렁에 빠졌던 뷰노도 올해 들어 실적을 다소 개선하는 분위기다. 당장 흑자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주요 제품인 AI 기반 심정지 예측 솔루션 뷰노메드 딥카스가 빠르게 매출을 키우고 있다. 이는 뷰노메드 딥카스가 비급여 시장에 진입한 덕이다. AI 기반 의료기기와 같은 혁신 의료기기는 임시 수가를 받을 수 있지만 낮은 수가 탓에 기업의 고민이 컸다. 뷰노는 급여 시장 대신 기업이 제품 가격을 정할 수 있는 비급여 시장을 택했다.
최근 삼성그룹과 SK그룹 등 대기업이 AI 기술을 활용한 진단 분야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는 점도 AI 의료기기 기업들에 호재다. 대기업이 시장에 자금을 풀고 생태계를 육성하면 국내 시장도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져서다. 실제 삼성그룹의 의료기기 사업을 추진하는 삼성메디슨은 프랑스의 초음파 AI 진단 업체인 소니오를 최근 인수했다. SK그룹의 시스템통합(SI) 기업 SK C&C도 AI 기술로 영상을 분석해 뇌질환을 진단하는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테크 기업의 AI 기술 공세도 거세다. 네이버는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 클로바 X’를 활용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고, 의료기관에서 쓰는 전자의무기록(EMR)에 AI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네이버는 신약을 개발하거나 의료기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지만, 생성형 AI를 의료와 돌봄 서비스에 녹여 AI를 활용한 통합 건강관리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자회사를 통해 AI 기술을 산업계 곳곳에 녹이고 있다. 앞서 AI 기술 기업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AI 기술로 흉부 X-레이 영상을 분석해 골절과 흉막 병변, 기흉 등 주요 질환을 진단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카카오브레인은 AI 신약 개발 기업 갤럭스에 자금을 투입해 구글의 단백질 3차원(3D) 구조 예측 기술 ‘알파폴드’와 유사한 ‘제2의 알파폴드’를 개발하겠다는 꿈도 꿨다. 카카오브레인의 LLM과 갤럭스의 신약 설계 기술을 융합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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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내 설립된 AI 신약 개발 기업의 상당수는 제대로 된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이 파악한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 31곳의 경영 실적을 뜯어보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이 대다수다. AI 기술을 향한 관심이 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동안 시장에 자금이 돌아 투자금은 많이 유치했으나 경영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 일부는 수십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이들 기업도 적자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둔 AI 기반 유전자 검사 기업 쓰리빌리언의 지난해 매출은 27억3033만원, 영업손실은 83억5000만원이다. 셀트리온과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와 관련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바스젠바이오는 지난해 4억8633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고, 영업손실은 46억2000만원으로 수년째 적자다.
증권시장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기업도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AI 신약 개발 기업 온코크로스는 올해 1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최근에서야 통과 결과를 받았다. 또 다른 AI 신약 개발 기업 스탠다임은 상장을 여러 차례 시도하고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 기간 기업 매출은 수천만원대에 불과했고 적자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했다.
이미 증권시장에 상장한 AI 신약 개발 기업도 경영 실적이 시원찮긴 마찬가지다. AI 신약 개발 기업 신테카바이오는 지난해 1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1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테카바이오의 적자 규모는 2020년 71억원, 2021년 81억원, 2022년 118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신테카바이오는 상장 당시 AI 신약 개발 기업으로 국내 증시에 처음 상장해 주목받았지만, 현재 플랫폼 공급에 애를 먹으며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AI 신약 개발 기업으로 증권시장에 상장한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지난해 매출이 ‘제로’(0)다. 영업손실은 2021년 84억원, 2022년 106억원, 2023년 101억원을 기록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상장 이전 AI 신약 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로 수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현재 기업 자금을 모두 신약 개발에 쏟아붓고 있어 적자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다. 파로스아이바이오의 흑자 전환 전략은 파이프라인을 잘 개발해 기술이전하는 것이다.
매출 올려도 적자는 여전
AI 기술을 접목한 의료기기도 적자 탈출이 요원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들 기업은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보다 상황이 낫다. 해외 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리며 수익구조를 구축한 덕이다. 대표 기업인 루닛과 뷰노도 매해 매출 규모는 키우고 있다. 루닛의 지난해 매출은 251억원으로 3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해 18배 수준 뛰었다.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210억원에서 422억원으로 늘었지만, 후지필름과 GE헬스케어, 필립스 등 협력 기업을 통해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루닛과 함께 오랜 기간 적자 수렁에 빠졌던 뷰노도 올해 들어 실적을 다소 개선하는 분위기다. 당장 흑자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주요 제품인 AI 기반 심정지 예측 솔루션 뷰노메드 딥카스가 빠르게 매출을 키우고 있다. 이는 뷰노메드 딥카스가 비급여 시장에 진입한 덕이다. AI 기반 의료기기와 같은 혁신 의료기기는 임시 수가를 받을 수 있지만 낮은 수가 탓에 기업의 고민이 컸다. 뷰노는 급여 시장 대신 기업이 제품 가격을 정할 수 있는 비급여 시장을 택했다.
최근 삼성그룹과 SK그룹 등 대기업이 AI 기술을 활용한 진단 분야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는 점도 AI 의료기기 기업들에 호재다. 대기업이 시장에 자금을 풀고 생태계를 육성하면 국내 시장도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져서다. 실제 삼성그룹의 의료기기 사업을 추진하는 삼성메디슨은 프랑스의 초음파 AI 진단 업체인 소니오를 최근 인수했다. SK그룹의 시스템통합(SI) 기업 SK C&C도 AI 기술로 영상을 분석해 뇌질환을 진단하는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테크 기업의 AI 기술 공세도 거세다. 네이버는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 클로바 X’를 활용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고, 의료기관에서 쓰는 전자의무기록(EMR)에 AI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네이버는 신약을 개발하거나 의료기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지만, 생성형 AI를 의료와 돌봄 서비스에 녹여 AI를 활용한 통합 건강관리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자회사를 통해 AI 기술을 산업계 곳곳에 녹이고 있다. 앞서 AI 기술 기업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AI 기술로 흉부 X-레이 영상을 분석해 골절과 흉막 병변, 기흉 등 주요 질환을 진단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카카오브레인은 AI 신약 개발 기업 갤럭스에 자금을 투입해 구글의 단백질 3차원(3D) 구조 예측 기술 ‘알파폴드’와 유사한 ‘제2의 알파폴드’를 개발하겠다는 꿈도 꿨다. 카카오브레인의 LLM과 갤럭스의 신약 설계 기술을 융합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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