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로 보는 CEO 국감 소환…안 끝난 티메프 사태, 계속되는 배달앱 수수료 논란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주요 기업 경영진 증인·참고인 채택
전기차 화재도 쟁점
5대그룹 총수, 증인 논의 과정서 제외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7일부터 시작하는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요 기업 경영진이 대거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일각에서는 ‘일단 부르고 보자’ 국감의 전형이라는 해석부터 ‘기업인 망신 주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최근 경제산업계 주요 이슈를 살펴볼 기회라는 해석도 있다.
최대 관심사로 거론되는 이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 9월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선언했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대항 공개매수를 언급하며 경영권 방어 나섰다. 양측은 경영 능력과 지분율 등을 근거로 자신들의 경영권 확보에 명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 고문은 낙동강 핵심 오염원에 대한 그룹의 책임을 묻기 위한 증인으로 환경노동위원회에도 출석할 예정이다. 국토교통위원회는 고려아연 인수합병 추진에 따른 지역 사회 우려에 답변을 듣기 위해 김 회장을 불렀다.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중개 수수료 인상 논란도 중요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3사가 국내 배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중개 수수료율이 높아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배달 음식 가격을 음식점 가격보다 비싸게 책정하는 이중 가격제도 속속 도입되고 있어 소비자의 부담도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자위는 이와 관련해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피터 얀 반데피트 대표이사와 함윤식 부사장, 전준희 요기요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쿠팡이츠의 모기업 쿠팡의 강한승 대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미환불 사태 여파도 이번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티메프 모기업 큐텐그룹 수장 구영배 대표와 이시준 재무본부장은 정무위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구 대표는 큐텐그룹 계열사·자회사 임직원의 임금·퇴직금 미지급 등 임금체불과 관련해 환노위에도 증인으로 참석한다. 검찰은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티메프의 판매 대금을 무리하게 가져다 쓰면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티메프가 소비자에게 받은 판매 대금을 판매자들에게 정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품권을 할인 판매하는 등 돌려막기식 영업을 단행한 것을 ‘사기’로 보고 있다. 티메프 사태로 산자위는 조성호 전 공영홈쇼핑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공영홈쇼핑의 부실 경영책임을 물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산자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수조원을 투입한 핵심 공정 기술이 중국에 빼돌려지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와 관련해 반도체 기술·유출 예방 조치 및 점검·향후 대책에 대한 질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서는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이사가 국감 증인으로 서게 됐다. 지난 8월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 차량 한 대가 전소하며 주변 차량 87대가 불탔고 793대가 그을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벤츠코리아는 현재 독일 본사 임원들과 소통하며 사고 조사에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최대주주 된 현대차 그룹, 한화그룹 승계과정도 관심
주요 기업 총수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고인 명단에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이 KT 최대 주주에 올랐는데, 이를 재검증하자는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KT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3월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하면서 KT 2대 주주였던 현대차그룹이 최대 주주가 됐다. 이에 KT는 과기정통부에 최대 주주 변경 건에 대한 공익성 심사를 신청했다. 과기정통부는 현대차그룹으로 최대 주주가 변경된 것이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지난달 19일 밝힌 바 있다. 최대 주주 변경 이후에도 사업 내용에 변화가 없고 현대차그룹이 추가적인 주식 취득 없이 비자발적으로 최대 주주가 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번 국감에서 한화에너지 공개 매수 및 한화 계열사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추진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논란들을 들여다보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최근 김동관·김동원·김동선 등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의 지분을 공개 매수했다. 한화에너지가 한화그룹 오너 3세들의 승계 구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김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에서 받은 RSU에 대해서도 논의 될 전망이다. RSU는 근속연수나 성과 등 특정 조건 충족 시 임직원에게 주식을 무상으로 부여하는 주식 기반 보상 제도 중 하나다. 이 제도가 김 부회장의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수단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김 부회장이 매년 부여받는 RSU 규모가 0.1% 안팎이어서 승계 수단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편, 이번 국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최종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들은 ▲기획재정위원회의 법인세 등 세금 문제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조합 및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문제 등과 관련한 증인으로 신청됐지만, 여야 협의 과정에서 모두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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