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한미家 분쟁…임시 주총 소집으로 ‘시끌’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소송
송 회장 등 임시 주총 소집 ‘맞불’…주총 결과 주목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임시 주주총회(주총) 소집으로 다시 불거졌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이 경영권을 회복하기 위해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을 소집한 가운데, 임종윤·종훈 한미사이언스 이사는 기존 대표 해임을 논의하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을 소집하자고 요구하며 ‘맞불’을 놨다.
한미사이언스 11월 임시 주총 소집
한미사이언스는 11월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임시 주총을 개최한다. 한미사이언스의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은 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총에서 이사의 총수를 11명으로 늘리는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또 이사 2명을 추가로 선임하는 의안을 함께 요청했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추가 선임이 논의될 이사 2명은 임 부회장과 신 회장이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정원을 늘리고 이들 측 이사를 추가 선임해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 회장 등 모녀 측 인사 4명, 임 이사 등 형제 측 인사가 5명으로 송 회장 측이
주도권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이사 총수를 늘리고 임 부회장과 신 회장이 모두 이사로 선임되면 이 구조는 6 대 5으로 바뀐다.
다만 한미사이언스가 임시 주총을 개최해도 송 회장 등이 요구한 안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 총수를 11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되면 임 부회장과 신 회장 중 1명만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면 한미사이언스 대주주인 신 회장만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 회장만 이사로 선임될 경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형제 측 인사와 모녀 측 인사가 5 대 5 구조가 된다.
형제 측, 한미약품 임시 주총 맞불
임 이사 등 형제 측은 송 회장 등 모녀 측의 임시 주총 소집에 한미약품그룹의 핵심 기업인 한미약품의 임시 주총을 소집하자는 요청 공문을 발송하며 맞붙었다. 한미약품은 현재 박재현 한미약품 이사가 대표로, 신 회장이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임 이사 등 형제 측은 임시 주총을 소집해 박 대표와 신 회장을 해임하는 안건을 논의한다는 구상이다.
임 이사 등 형제 측은 박 대표와 신 회장이 떠난 자리에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제안했다. 이들이 박 대표 등을 이사회에서 몰아내려는 이유는 박 대표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한미사이언스는 임시 주총을 소집하겠다며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최대주주이자,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로서 그룹 전체의 방향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임시 주총을 통해 박 대표를 해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는) 모든 임직원을 아우르고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버려둔 채 (한미사이언스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켰다”며 “대외적으로 내부 직원들에 대해 형사 책임을 운운하며 조직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박 대표의) 취임 후 행적을 보면 전문 경영을 하지 않고, 특정 대주주의 충실한 ‘꼭두각시’ 역할만 했다”며 “특정 대주주가 요청한 인물을 자리에 앉히고자 인사 발령을 낸다거나, OCI그룹과의 통합 당시 줄 세우기를 강요한 정황이 포착됐다”라고도 덧붙였다. “(박 대표는) 말로는 연구개발(R&D)과 독립 경영을 내세우면서, 본인의 자리보전을 위해 구성원과 주주의 혼란을 가중하는 매우 심각한 행위에 앞장서고 있다”라고도 했다.
한미사이언스가 임시 주총을 통해 박 대표를 한미약품그룹에서 도려내려는 것도 박 대표가 독자 경영을 선언한 데 따른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은 8월 경영관리본부에 인사·법무 부문을 신설하고 이승엽 전무와 권순기 전무를 각각 담당으로 선임하는 인사발령을 공지했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한미사이언스에 인사·법무 부문을 위임해 왔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지주사와 핵심 사업 회사가 협력하면서도 상호 경쟁을 통해 (한미약품그룹이) 투명한 기업으로 평가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임 이사 등 형제 측은 박 대표의 이런 독자 경영 체제 구축 시도가 송 회장 등 모녀 측의 구상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박 대표의 행보에 대해 임 이사 등 형제 측은 박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했다. 한미약품의 인사·법무 부문을 신설한 것을 지주회사를 해체하려는 시도로 보고 경질한 셈이다. 임 이사는 이후 자신을 한미약품 단독 대표로 선임하기 위한 이사회도 소집했지만, 이 안건은 한미약품 이사 10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부결됐다. 박 대표도 수장 자리를 이어가게 됐다.
한미약품 임시 주총 소집할까
임시 주총을 사이에 둔 한미약품그룹의 내홍은 진행 중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약품의 임시 주총 소집을 허가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최근 제기했다.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소송은 회사가 임시 주총 소집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총회를 소집하는 법적 절차다. 한미약품이 임시 주총을 소집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형제 측이 준비에 나선 셈이다.
한미약품은 임시 주총 소집 요구를 검토하고 있지만, 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총 소집 요구가 임 이사 등 특정 대주주의 ‘독단’이라는 입장이다. 한미약품은 “(한미약품의) 대표를 ‘꼭두각시’ 등 입에 담지 못할 표현으로 모욕하며 표현한 일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지주사의 특정 대주주 경영자가 그룹사의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독재 경영'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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