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사라졌다’…고민 깊어진 패션업계
[이상기온에 울상인 유통가]①
이상고온 현상으로 ‘고마진’ 가을 의류 판매 부진
가을 성수기 사라져…겨울 한파 예고에 패딩·코트 공급 주력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급격한 기후변화가 패션업계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지난 10년간 한국 날씨는 봄·가을이 짧아지며, 여름 역시 장마와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매년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실제 올해 여름은 늦더위가 길어지고, 가을은 건너뛴 기후를 보이고 있다. 패션업계는 가을 성수기가 사라지자 겨울을 앞두고 기후 변화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실적 방어에 나선 태세다.
가을이 사라졌다
올해 여름은 기온이 높을 뿐 아니라 더위가 이어진 기간도 길었다. 역대 최강 기간 폭염으로 10월 중순까지 낮 시간엔 무더운 여름을 방불케 했다. ‘가을 폭염’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올해 9월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4.2도나 올랐다.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6일로 평년보다 30배 증가했고, 열대야는 4.3일로 평년 대비 43배나 폭증했다.
10월도 마찬가지다. 기상청은 올 10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확률이 90%라고 봤다. 이상 고온 발생일수도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의 이상 고온 기준은 일 최고기온이 24.1도를 초과할 때를 뜻한다. 이처럼 여름 같은 10월을 보내면서 일평균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시점도 늦게 찾아올 전망이다. 올해는 10월 초에도 ‘가을의 기온’에 접어들기 쉽지 않아, 가을이 여느 때보다 짧을 전망이다.
이처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패션업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비자들이 더운 날씨 속 가을 의류보다 여름옷을 찾고 있어 가을 신상품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통상 의류업계의 성수기는 가을·겨울 시즌이다. 제품 단가가 봄·여름 의류와 비교해 높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면 카디건, 트렌치코트 등 간절기 의류 수요도 그만큼 늘어난다. 그러나 가을이 늦게 오면서 여름에서 가을로 시즌 교체 시점도 늦춰진 분위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짧아지면서 간절기 제품 판매 시점을 놓쳐 가을 의류 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저조하다”며 “업계 자체가 불황이기도 하고,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아 가을 시즌이 성수기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자 패션업계 또한 여름 의류의 판매를 예년보다 오래 이어왔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할인 판매나 기획전의 기간이 작년보다 길어졌다는 분석이다. 날씨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패션업계는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기획전을 어떻게 마련하고, 적절한 시점에 보여주느냐에 따라 매출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올해 가을은 여름 의류 판매 기획전을 다수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한파 특수’ 노린다…겨울에 ‘올인’
업계는 가을·겨울 상품 판매 증가는 11월이 돼야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가을이 사라진 탓에 패션기업 입장에선 다가올 11~12월 동절기 의류 판매에 전력을 다한다는 전략이다.
다행인 사실은 올겨울 기록적인 한파가 전망되면서 패션업계에서는 겨울옷을 많이 팔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12월 기온이 예년에 비해 1.1도 가량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패션업계는 변화하는 평균 기온에 맞춰 주력 상품군을 재편성, ‘한파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분위기다.
업계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겨울 외투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겨울 의류가 사실상 연간 매출을 좌우하는 만큼,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또 고급 소재 위주의 의류 판매에도 집중하고 있다. 패션 트렌드 또한 양극화가 이어지면서 ‘고급’ 혹은 ‘저렴이’로 소비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패션업계는 울, 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 위주의 의류를 출시하면서 매출을 올리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겨울 의류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패션 상품군 매출은 지난 1일 기준 지난주 대비 115% 급증했다. 패딩 등 아우터 비중이 높은 스포츠 상품군의 경우 전일(9월 30일) 대비 95% 신장해 두 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여성복 매출이 전주 동기 대비 최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니트 전문 브랜드 ‘일라일’은 매출이 101% 증가했고, 캐시미어 소재가 주력인 ‘델라라나’ 매출도 81% 올랐다.
한파 예고에 업계는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여름 역대급 폭염을 겪은 소비자들이 이른 월동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올겨울 한파가 예상되면서 패딩, 롱코트 등 아우터 판매량이 예년보다 증가할 전망으로, 월동 준비 상품 물량을 늘려서 늘어나는 겨울 수요를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을이 사라졌다
올해 여름은 기온이 높을 뿐 아니라 더위가 이어진 기간도 길었다. 역대 최강 기간 폭염으로 10월 중순까지 낮 시간엔 무더운 여름을 방불케 했다. ‘가을 폭염’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올해 9월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4.2도나 올랐다.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6일로 평년보다 30배 증가했고, 열대야는 4.3일로 평년 대비 43배나 폭증했다.
10월도 마찬가지다. 기상청은 올 10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확률이 90%라고 봤다. 이상 고온 발생일수도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의 이상 고온 기준은 일 최고기온이 24.1도를 초과할 때를 뜻한다. 이처럼 여름 같은 10월을 보내면서 일평균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시점도 늦게 찾아올 전망이다. 올해는 10월 초에도 ‘가을의 기온’에 접어들기 쉽지 않아, 가을이 여느 때보다 짧을 전망이다.
이처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패션업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비자들이 더운 날씨 속 가을 의류보다 여름옷을 찾고 있어 가을 신상품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통상 의류업계의 성수기는 가을·겨울 시즌이다. 제품 단가가 봄·여름 의류와 비교해 높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면 카디건, 트렌치코트 등 간절기 의류 수요도 그만큼 늘어난다. 그러나 가을이 늦게 오면서 여름에서 가을로 시즌 교체 시점도 늦춰진 분위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짧아지면서 간절기 제품 판매 시점을 놓쳐 가을 의류 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저조하다”며 “업계 자체가 불황이기도 하고,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아 가을 시즌이 성수기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자 패션업계 또한 여름 의류의 판매를 예년보다 오래 이어왔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할인 판매나 기획전의 기간이 작년보다 길어졌다는 분석이다. 날씨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패션업계는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기획전을 어떻게 마련하고, 적절한 시점에 보여주느냐에 따라 매출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올해 가을은 여름 의류 판매 기획전을 다수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한파 특수’ 노린다…겨울에 ‘올인’
업계는 가을·겨울 상품 판매 증가는 11월이 돼야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가을이 사라진 탓에 패션기업 입장에선 다가올 11~12월 동절기 의류 판매에 전력을 다한다는 전략이다.
다행인 사실은 올겨울 기록적인 한파가 전망되면서 패션업계에서는 겨울옷을 많이 팔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12월 기온이 예년에 비해 1.1도 가량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패션업계는 변화하는 평균 기온에 맞춰 주력 상품군을 재편성, ‘한파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분위기다.
업계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겨울 외투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겨울 의류가 사실상 연간 매출을 좌우하는 만큼,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또 고급 소재 위주의 의류 판매에도 집중하고 있다. 패션 트렌드 또한 양극화가 이어지면서 ‘고급’ 혹은 ‘저렴이’로 소비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패션업계는 울, 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 위주의 의류를 출시하면서 매출을 올리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겨울 의류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패션 상품군 매출은 지난 1일 기준 지난주 대비 115% 급증했다. 패딩 등 아우터 비중이 높은 스포츠 상품군의 경우 전일(9월 30일) 대비 95% 신장해 두 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여성복 매출이 전주 동기 대비 최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니트 전문 브랜드 ‘일라일’은 매출이 101% 증가했고, 캐시미어 소재가 주력인 ‘델라라나’ 매출도 81% 올랐다.
한파 예고에 업계는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여름 역대급 폭염을 겪은 소비자들이 이른 월동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올겨울 한파가 예상되면서 패딩, 롱코트 등 아우터 판매량이 예년보다 증가할 전망으로, 월동 준비 상품 물량을 늘려서 늘어나는 겨울 수요를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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