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전기에 굶주린 AI… 빅테크의 선택은 원자력? [한세희 테크&라이프]

커지는 비용 부담...원자력에 주목
빅테크 “원자력은 ‘탄소 중립’ 에너지”

아마존 웹서비스 AWS 데이터센터 전경. [사진 아마존]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인공지능(AI)의 발달이 예상치 못한 원자력 에너지 부활을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생성형 AI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원자력 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원자력 발전 외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까지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쓰는 생성형 AI의 기반인 초거대언어모델(LLM)은 한번 학습시키는데 수만 개의 AI 반도체가 필요하다. 오픈AI가 각각 1조 개가 넘는 데이터와 매개변수로 자사 AI 모델 GPT-4를 학습시키는데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 2만 개와 3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비용은 1억 달러(약 1500억 원) 이상 들었으리라 추산된다.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엔비디아 GPU는 수요 폭등으로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도 힘든데, 이들 반도체를 만 개 단위로 가동하는데 드는 전기를 공급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프롬프트 하나를 처리하는데 드는 전력은 구글 검색 1건의 10배에 이른다. 생성형 AI는 아직 비싸다. 

AI 시대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 고민
X-에너지 발전 시설에서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습. [사진 아마존]
AI 발전을 막는 병목으로 GPU 수급난과 양질의 학습 데이터 고갈 등과 함께 에너지가 꼽힌다. AI를 훈련시키는 반도체들이 잔뜩 모여 있는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려면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 만약 현재 하루 평균 90억 건 정도 일어나는 구글 검색이 모두 생성형 AI 답변 형식으로 바뀐다면 구글이 연간 29.2테라와트의 전기를 쓰게 되리라는 추산도 나왔다. 이는 아일랜드 한 나라가 1년 동안 쓰는 전력과 맞먹는다. 

데이터센터는 본래 전기를 많이 쓰는 시설이다. AI 붐이 일기 전에도 데이터센터는 세계 전력 소비의 1% 정도를 차지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은 클라우드 사업 등으로 인해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해 충당함으로써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잇달아 밝혔다. 이는 ‘착한 기업’ 마케팅에 도움이 되었음도 물론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시기와 맞물린 2020년을 전후해 생성형 AI 연구개발과 상용화 경쟁이 시작되면서 전기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이 되었다. 현재 AI는 뚜렷한 수익 모델이 나오지 않았고, 밑 빠진 독처럼 투자만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경쟁에서 밀려나면 피해가 워낙 클 것이라 차라리 과잉 투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탄소 중립, 나아가 배출하는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제거하는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하겠다고 호언했지만, 최근 이들의 탄소 배출량은 도리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효율적, 안정적으로 전기를 확보할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아마존과 구글은 SMR 기술에 투자하고 향후 발전을 시작하면 전력을 우선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 체결 사실을 이틀 간격을 두고 밝혔다. 

X-에너지 SMR 디자인 모델. [사진 아마존]
SMR은 일반 원전의 3분의 1 정도 되는 작은 원자로를 모듈 방식으로 빠르게 건설하는 기술을 말한다. 일반 원자로보다 발전 규모는 작지만 건설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고, 데이터센터나 대형 공장 등 대규모로 전기가 필요한 시설 바로 옆에 지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아마존은 미국 워싱턴주 지역 전력 회사 에너지노스웨스트와 제휴, 2030년대 초반 가동을 목표로 SMR 건설을 지원한다. 320메가와트(MW) 규모 원자로에서 출발, 960MW까지 늘일 수 있다. 아마존은 이 프로젝트에 쓰일 SMR을 만드는 X-에너지에도 투자했다. 또 도미니온에너지와 제휴, 버지니아주에 있는 이 회사 기존 원자력 발전소 옆에 신규 SMR 건설을 지원한다. 앞서 아마존은 펜실바니아주에 있는 탈렌에너지의 원자력 발전소 옆에 자사 데이터센터를 지어 전력을 공급받기로 하기도 했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라는 에너지 스타트업과 손을 잡았다. 카이로스파워가 건설할 SMR에서 2030년부터 전기를 구매한다. 여러 기의 SMR을 건설, 최대 500MW까지 전력 공급 규모를 늘일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미국 펜실바니아주 스리마일 섬 원전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스리마일 섬 원전은 1979년 미국 최악의 원전 사고가 터진 곳이다. 사고가 난 2호기는 가동이 중단됐고, 1호기는 계속 운영되다 경제성 악화로 2019년 가동을 중단했으나 이번에 마이크로소프트와 계약하며 생명을 연장했다. 

원자력 강국 한국, SMR 기회 열릴까
빅테크 기업으로선 탄소 배출을 늘인다는 비판을 피하면서 확실하고 경제적인 전력 공급대안을 찾은 셈이다. 신재생 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모두 채울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신재생 에너지는 기상에 따라 전력 생산량 변동이 있고 기존 송전망과 밀접히 통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SMR 역시 아직 초기 단계이고 실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불안 요소가 있다. 일반 원전에 비해 보다 내재적으로 안전한 구조를 택했지만, 폐연료봉 등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역시 해결이 어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빅테크가 SMR을 택한 것은 그만큼 전력 문제를 심각하게 간주한다는 것일 터다. 

SMR은 우리 정부가 국가 전략기술로 밀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원자력 기술을 바탕으로 친환경 에너지원을 찾는 해외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올해 말 수립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SMR 4기 건설을 반영했다고 최근 밝혔다. 

원전에 대한 사람들의 막연한 거부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AI 경쟁에 몰린 빅테크 기업의 도전이 SMR 등 원전 기술의 혁신과 사회적 수용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북한군 수천명 러 쿠르스크 도착…전투 참여는 아직”

2강펀치로 UFC 1차 방어전 성공..‘충격’ 토푸리아, 할로웨이 턱도 깼다

3"단돈 2,000원"...다이소도 '두바이 초콜릿' 유행 탑승합니다

4전기에 굶주린 AI… 빅테크의 선택은 원자력?

51등 11명 각 25억5천만원...1143회 로또 당첨번호 발표

6‘원초적 자연’ 담은 이영수 개인전, 오는 11월 9일까지 선화랑서 전시

7'성매매 의혹' 최민환 굴욕..."콘서트 무대 뒤에서 연주해라"

8기름값 2주 연속 상승...전국 평균 1593.1원

9'우리 소 어떡하지'...한우농장서 럼피스킨 발생

실시간 뉴스

1“북한군 수천명 러 쿠르스크 도착…전투 참여는 아직”

2강펀치로 UFC 1차 방어전 성공..‘충격’ 토푸리아, 할로웨이 턱도 깼다

3"단돈 2,000원"...다이소도 '두바이 초콜릿' 유행 탑승합니다

4전기에 굶주린 AI… 빅테크의 선택은 원자력?

51등 11명 각 25억5천만원...1143회 로또 당첨번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