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규 엠디뮨 대표 “LNP 없어도 mRNA 치료제 개발” [이코노 인터뷰]
[신규 모달리티 엑소좀]④ 배신규 엠디뮨 대표 인터뷰
해외 소수 기업이 LNP 특허 기술 보유
LNP 사용하려면 수백억원 비용 내야
엑소좀으로 LNP 없이 mRNA 개발 가능
“mRNA 치료제 개발 어려움 없앨 것”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며 신약 개발 기업들은 많은 변화를 맞았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기업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미국의 바이오 기업 ‘모더나’다.
모더나는 상용화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mRNA 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 빠르게 공급했다. 수많은 기업이 mRNA를 활용해 백신을 비롯한 여러 의약품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하지만 mRNA 기반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질나노입자(LNP)가 그중 하나다. mRNA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잘 받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쉽게 분해된다. mRNA를 안전하게 우리 몸에 전달하려면 '보호 장벽'이 필요한 셈이다. LNP가 바로 이 역할을 맡고 있다.
문제는 일부 기업이 LNP 기술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LNP 기술 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미국의 아뷰터스, 스위스의 제네반트 등 소수다. 모더나도 특정 LNP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LNP 특허를 보유한 기업에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국내 기업인 에스티팜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며 제네반트의 LNP 기술을 도입했다.
배신규 엠디뮨 대표는 세포에서 LNP가 필요 없는 mRNA 기반 약물 개발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mRNA를 담고 있는 세포에서 엑소좀을 얻어내면 LNP 없이 mRNA를 우리 몸에 잘 전달할 수 있어서다. 엑소좀 표면에 이미 막이 형성돼 있고, 특정 세포를 찾아가려는 엑소좀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서울 성동구 엠디뮨 본사에서 만난 배 대표는 “mRNA 기반 의약품은 mRNA 유전자를 만들고, LNP와 결합하는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라며 “엑소좀을 활용해 mRNA 기반 의약품을 만들면 mRNA를 탑재한 나노 입자를 바로 얻을 수 있어서 mRNA 유전자 생산과 LNP 탑재 등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라고 했다.
배 대표는 엑소좀을 활용한 mRNA 기반 물질은 LNP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특허 문제에서 벗어난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LNP 기술을 사용하려면 수백억원을 지불하거나, 독자적으로 LNP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라며 “이는 기업들이 mRNA 기반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엑소좀 생산 방식을 통해 mRNA를 세포에서 생산하면 이런 특허를 모두 회피할 수 있다”라며 “mRNA 기반 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이 특허 위험 없이 연구개발(R&D)에 몰입할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LNP 없이 mRNA 치료제 개발
mRNA 기반의 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에 LNP가 큰 숙제인 만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은 올해 엠디뮨의 mRNA 기반 의약품 개발 과제를 신약 개발 지원 사업으로도 선정했다. 엠디뮨은 이번 과제를 통해 서울아산병원과 엑소좀에 치료용 단백질 효소, mRNA를 모두 탑재하는 방법을 찾아낼 계획이다. 대사질환인 레쉬-니한 증후군이 개발 대상이다.
배 대표는 “레쉬-니한 증후군는 HPRT 효소가 부족할 때 발생하는 대사질환”이라며 “HPRT 효소를 생산하는 단백질이 잘 만들어지도록 mRNA를 투입해 환자를 치료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이 완성되면 mRNA만 변경해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물질도 만들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기술 차별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치료제 개발의 핵심 기술은 엠디뮨의 엑소좀 개발 기술 ‘바이오드론’이다. 바이오드론은 엑소좀으로 우리 몸의 특정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엑소좀은 높은 순도를 유지하며 대량 생산하기 어려운데, 엠디뮨은 압출 공정을 통해 엑소좀과 같은 형태의 나노 입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엑소좀처럼 세포에서 유래한 DNA와 RNA, 단백질이 담긴 입자들이다.
배 대표는 “레쉬-니한 증후군 치료제 개발 과제에서 바이오드론 기술이 적용돼 있다”라며 “mRNA 유전자를 탑재한 엑소좀을 만들어, 특정 세포를 찾도록 만든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엑소좀은 뇌혈관장벽(BBB)도 통과한다는 보고가 나왔다”라며 “이번 과제를 성공시켜 mRNA를 안전하게 우리 몸에 전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확보하겠다”라고 했다.
“모친 암 투병에 창업 결심”
배 대표는 2015년 엠디뮨을 창업했다. 암으로 투병한 모친이 창업 계기였다.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기업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의약품은 몇 없다는 점이 배 대표를 신약 개발의 길로 이끌었다. 배 대표는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항암제가 적은 이유는 부작용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었다”고 했다.
엑소좀은 약물 전달 체계(DDS)로도 주목받는다. DDS는 약물을 우리 몸에 더 잘 전달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기술을 말한다. 배 대표가 많은 치료 접근 방법(모달리티) 중 ‘엑소좀’에 꽂힌 이유다. 배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고 포항공대에서 엑소좀 특허 기술을 이전받았다. 세포를 쪼개 나노 입자로 전환하는 압출 공정 기술이다. 이 기술은 바이오드론의 개발 토대가 됐다.
엠디뮨 사무실 곳곳에도 배 대표의 염원이 녹아있다. 배 대표가 창업 당시 세운 목표는 “세상에 없는 획기적인 항암제를 개발해 암 환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되자”다.
배 대표는 “항체-약물 중합체(ADC)와 mRNA 등 새로운 모달리티가 오랜 기다림 끝에 빛을 본 것처럼, 엑소좀이 신약 개발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방향성은 명확하다”라고 했다. 다만 “새로운 모달리티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거나 환자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unmet needs)를 만족시켜야 한다”라며 “엑소좀이 유전자 전달체 분야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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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는 상용화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mRNA 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 빠르게 공급했다. 수많은 기업이 mRNA를 활용해 백신을 비롯한 여러 의약품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하지만 mRNA 기반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질나노입자(LNP)가 그중 하나다. mRNA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잘 받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쉽게 분해된다. mRNA를 안전하게 우리 몸에 전달하려면 '보호 장벽'이 필요한 셈이다. LNP가 바로 이 역할을 맡고 있다.
문제는 일부 기업이 LNP 기술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LNP 기술 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미국의 아뷰터스, 스위스의 제네반트 등 소수다. 모더나도 특정 LNP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LNP 특허를 보유한 기업에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국내 기업인 에스티팜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며 제네반트의 LNP 기술을 도입했다.
배신규 엠디뮨 대표는 세포에서 LNP가 필요 없는 mRNA 기반 약물 개발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mRNA를 담고 있는 세포에서 엑소좀을 얻어내면 LNP 없이 mRNA를 우리 몸에 잘 전달할 수 있어서다. 엑소좀 표면에 이미 막이 형성돼 있고, 특정 세포를 찾아가려는 엑소좀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서울 성동구 엠디뮨 본사에서 만난 배 대표는 “mRNA 기반 의약품은 mRNA 유전자를 만들고, LNP와 결합하는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라며 “엑소좀을 활용해 mRNA 기반 의약품을 만들면 mRNA를 탑재한 나노 입자를 바로 얻을 수 있어서 mRNA 유전자 생산과 LNP 탑재 등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라고 했다.
배 대표는 엑소좀을 활용한 mRNA 기반 물질은 LNP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특허 문제에서 벗어난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LNP 기술을 사용하려면 수백억원을 지불하거나, 독자적으로 LNP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라며 “이는 기업들이 mRNA 기반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엑소좀 생산 방식을 통해 mRNA를 세포에서 생산하면 이런 특허를 모두 회피할 수 있다”라며 “mRNA 기반 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이 특허 위험 없이 연구개발(R&D)에 몰입할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LNP 없이 mRNA 치료제 개발
mRNA 기반의 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에 LNP가 큰 숙제인 만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은 올해 엠디뮨의 mRNA 기반 의약품 개발 과제를 신약 개발 지원 사업으로도 선정했다. 엠디뮨은 이번 과제를 통해 서울아산병원과 엑소좀에 치료용 단백질 효소, mRNA를 모두 탑재하는 방법을 찾아낼 계획이다. 대사질환인 레쉬-니한 증후군이 개발 대상이다.
배 대표는 “레쉬-니한 증후군는 HPRT 효소가 부족할 때 발생하는 대사질환”이라며 “HPRT 효소를 생산하는 단백질이 잘 만들어지도록 mRNA를 투입해 환자를 치료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이 완성되면 mRNA만 변경해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물질도 만들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기술 차별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치료제 개발의 핵심 기술은 엠디뮨의 엑소좀 개발 기술 ‘바이오드론’이다. 바이오드론은 엑소좀으로 우리 몸의 특정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엑소좀은 높은 순도를 유지하며 대량 생산하기 어려운데, 엠디뮨은 압출 공정을 통해 엑소좀과 같은 형태의 나노 입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엑소좀처럼 세포에서 유래한 DNA와 RNA, 단백질이 담긴 입자들이다.
배 대표는 “레쉬-니한 증후군 치료제 개발 과제에서 바이오드론 기술이 적용돼 있다”라며 “mRNA 유전자를 탑재한 엑소좀을 만들어, 특정 세포를 찾도록 만든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엑소좀은 뇌혈관장벽(BBB)도 통과한다는 보고가 나왔다”라며 “이번 과제를 성공시켜 mRNA를 안전하게 우리 몸에 전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확보하겠다”라고 했다.
“모친 암 투병에 창업 결심”
배 대표는 2015년 엠디뮨을 창업했다. 암으로 투병한 모친이 창업 계기였다.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기업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의약품은 몇 없다는 점이 배 대표를 신약 개발의 길로 이끌었다. 배 대표는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항암제가 적은 이유는 부작용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었다”고 했다.
엑소좀은 약물 전달 체계(DDS)로도 주목받는다. DDS는 약물을 우리 몸에 더 잘 전달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기술을 말한다. 배 대표가 많은 치료 접근 방법(모달리티) 중 ‘엑소좀’에 꽂힌 이유다. 배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고 포항공대에서 엑소좀 특허 기술을 이전받았다. 세포를 쪼개 나노 입자로 전환하는 압출 공정 기술이다. 이 기술은 바이오드론의 개발 토대가 됐다.
엠디뮨 사무실 곳곳에도 배 대표의 염원이 녹아있다. 배 대표가 창업 당시 세운 목표는 “세상에 없는 획기적인 항암제를 개발해 암 환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되자”다.
배 대표는 “항체-약물 중합체(ADC)와 mRNA 등 새로운 모달리티가 오랜 기다림 끝에 빛을 본 것처럼, 엑소좀이 신약 개발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방향성은 명확하다”라고 했다. 다만 “새로운 모달리티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거나 환자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unmet needs)를 만족시켜야 한다”라며 “엑소좀이 유전자 전달체 분야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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