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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개미’가 비트코인 현물 ETF 국내 도입 바라는 이유는 [이코노 EYE]

자본시장법 관리받는 ETF로 거래 투명성·안정성 제고
퇴직연금에 가상자산 편입해 포트폴리오 다각화 가능

어두운 배경에 ETF 텍스트가 있는 비트코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올해 가장 성공한 상장지수펀드(ETF)를 꼽으라면 십중팔구는 지난 1월 미국 증시에서 거래가 시작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말할 겁니다. 이어 7월에는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거래가 시작됐죠. 비트코인 현물 ETF는 출시 1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관심이 뜨겁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대선이 치러진 지난 11월 5일(현지시간) 이후 1개월여간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무려 100억 달러(약 14조원)가 순유입됐습니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지난 12월 6일에는 이더리움 현물 ETF 순유입액이 총 4억2800만 달러(약 6075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 순유입을 이뤄냈습니다.

이런 열기에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암호화폐) 현물 ETF를 거래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가상자산 관련 자산이 전통적인 주식시장 거래 규모를 넘어서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감안할 때 가상자산 ETF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할 타이밍”이라며 증권 유관기관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가상자산 관련 금융상품의 필요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강조하기도 했죠.

코인 거래소의 취약성, ETF가 채워 준다

그렇다면 가상자산과 ETF가 결합하면 도대체 무엇이 좋은 걸까요. 가상자산 현물 ETF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가상자산의 투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제도권 규제 아래 투자자 보호가 강화된다는 각각의 장점을 두루 갖췄습니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상의 거래 내역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투명성이 높은 자산입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대부분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해 가상자산 거래와 수탁을 하죠. 따라서 거래소 자체에 대한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 2022년 FTX 파산 등은 모두 가상자산(블록체인) 자체의 문제가 아닌 산업 주체들의 투명성과 안정성 부족으로 발생한 사고들이었죠.

그런데 가상자산 현물 ETF는 가상자산을 안정적이고 투명한 수단(ETF)을 통해 접근시켜 줍니다. ETF는 자산을 신탁기관에 보관하기 때문에 발행자의 신용위험이 없고, 자본시장법에 의해 규제됩니다. 여타 ETF와 마찬가지로 투자설명서와 집합투자규약을 통해 ▲ETF의 구조 ▲계약 내용 ▲운용 내역 등도 공시되죠. 금융당국도 기초자산의 불공정 거래나 시장 조작에 대한 감시를 제공해야 하므로 투자자가 ETF를 통해 안전하게 가상자산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에 비트코인 넣고 싶어요”

하지만 혹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높은 투명성과 안정성을 갖고 있어 ETF가 굳이 필요하냐는 반론을 합니다. 실제 업비트는 지난 11월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주문과 호가 정보를 매칭하는 ‘업비트 시장감시시스템’(UMO)을 개발하기도 했죠. 빗썸의 경우 빗썸은 과거 해킹 사건 이후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고 외부 보안 감사와 보험 정책을 통해 사용자 자산 보호에 힘쓰고 있죠.

더구나 자국 화폐로 가상자산 거래가 불가한 여러 해외 국가와 달리 한국은 원화 거래가 가능해서 직접 매매가 용이합니다. 대개 자국 화폐를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와 가치가 1:1로 연동된 코인)으로 바꾼 뒤 다른 코인을 구매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한국은 거래소 앱에서 실명계좌 인증을 하면 주식을 사고 팔 듯 원화로 쉽게 코인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에게 있어 가상자산 현물 ETF의 가장 큰 쓸모는 퇴직연금 투자입니다. 가상자산 산업의 미래 성장성과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노후자산을 불릴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퇴직연금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2.07%에 그쳐 국민연금(5.62%)과 공무원연금(4.7%) 등 공적연금의 수익률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이처럼 수익률이 낮게 나타난 건 안전자산 중심의 운용에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현재 퇴직연금의 원리금 보장형 운용 비중은 87.2%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지난 12월 6일 기준 9만8000달러를 기록했는데, 10년 전 약 376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2만5964%나 올랐습니다. 물론 가상자산 산업이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어 지난 10년만큼 앞으로도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가상자산에는 비트코인 외에도 성장성이 기대되는 수많은 알트코인(비트코인 제외 코인)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대규모 기관 투자자가 유입되고, 심지어 새로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자산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죠. 적어도 이제는 ‘가상자산이 사기다’라는 구호로 산업 자체가 후퇴할 일은 없어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퇴직연금 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편입할 수 있는 계좌는 ▲확정기여(DC)형 7조2000억원) ▲개인형 퇴직연금(IRP) 7조6000억원입니다. 이 중 위험 자산 투자 한도(70%) 가능 자금의 1%가 비트코인 현물 ETF로 유입된다고 가정할 경우 1500억원(비트코인 가격 10만 달러 기준)가량의 자금 유입이 추정됩니다.

임민호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퇴직연금에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가 허용될 경우 퇴직연금 자금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주요 유동성 창구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개인투자자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높은 수요 ▲퇴직연금 내 ETF 자산 비중의 지속적인 확대 ▲주식-채권 간 상관성 증가에 따른 대체 자산 수요 등의 요인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자금 유입이 꾸준히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현재 국내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있습니다. 현재 국내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은 ‘기초자산’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이를 기초로 한 ETF 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죠. 비단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뿐 아니라 국내 금융 시장의 발전, 그리고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와 검토가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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