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플레이션 심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스페셜리스트 뷰]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농산물 가격 상승 및 생산 변동성↑
정부·민간,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 구축 협력해야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2023년은 “지구가 드디어 미쳐간다”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해였다. 이 해 여름에는 공식적으로 6월 25일에 시작된 장마가 한 달여 동안 전국에 비를 뿌렸는데,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비가 자주 왔었다. 특히 ‘집중 호우’를 뛰어넘어 ‘극한 폭우’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려 농작물이 침수되고 다수의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일 최고기온이 33℃를 넘어서는 폭염이 가을까지 이어져서 농작물 생육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채소나 과일 등의 작물은 무덥고 습하면 잘 자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어 기온이 지나치게 올라가고 비가 자주 오면 되려 생육이 저하되고 병충해가 자주 발생해 농산물 수확량이 급격히 떨어진다. 서늘한 곳을 좋아하는 여름 배추는 해발 700m 이상의 강원도 고랭지에서 재배됨에도 고온 피해를 입어 수확량이 크게 떨어져 수급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돼 농산물 재배 여건이 좀 나아지려나 했더니, 이번에는 일조량이 문제가 됐다. 2023년 겨울부터 2024년 봄까지 흐리거나 눈·비가 온 날이 평년보다 월등히 많아져서 일조시간이 평년의 80% 수준에 그쳐 비닐하우스와 온실 등에서 재배되는 딸기와 오이 등의 시설작물 생육에 문제가 발생했다. 2023년 겨울의 일조시간을 계측한 결과, 최근 10년 동안 가장 적은 일조시간을 보여줬는데, 가장 많은 일조시간을 가진 해였던 2021년~2022년의 겨울보다 약 한 달 동안 해를 보지 못한 격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해 곰팡이 등으로 인한 병이 많이 발생하고 작물의 성장 속도가 느려져 충분히 자라지 못한 농산물은 상품성이 없어 그대로 밭에서 버려지고 말았다.
기상이변과 기후플레이션
2024년 또한 2023년과 같은 기상이변이 반복됐다. 역대급 더위와 폭우는 많은 농산물의 생육을 어렵게 해 2023년처럼 농산물의 공급 부족 문제를 수시로 야기했다. 이어서 늦가을인 11월에 내린 눈은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최다 적설량을 기록했는데, 특히 무게가 무거운 습설이 주로 내리는 바람에 농작물과 농업 시설 피해가 다수 발생해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게 만들었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빈번해지는 기상이변이 농산물 공급량을 줄여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게 만드는 기후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2023년의 경우 사과와 배를 포함한 주요 과일의 작황 부진으로 추석을 전후한 가격이 전년보다 30 ~ 100% 상승해 차례상에 사과와 배를 올리는 것이 망설여지게 됐고, 겨울의 국민 대표 먹거리인 귤 가격이 전년보다 30% 이상 상승해 소비자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2024년 또한 농산물의 가격 상승이 사회적 이슈로까지 확대됐는데, 1월의 사과 가격이 2023년의 2배 수준까지 올라 사과를 수입하는 것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게 됐다. 배추 또한 여름철 고랭지 배추의 작황 부진이 가을배추까지 이어져서 배추 가격이 작년보다 50% 이상 오른 상태를 유지해 많은 가정에서 김장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농산물의 가격 급등 현상은 일부 특정 품목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품목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해 기후인플레이션이 심화됨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기후인플레이션에 대한 정부 대응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에 대응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먼저 주요 농산물에 대한 비축사업을 통해 산지 공급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있는데, 김치의 주원료인 5대 채소(배추·무·고추·마늘·양파)의 비축 규모가 연간 3만5000톤(t)에 달한다. 농산물 비축사업은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일부를 정부 창고에 비축한 다음, 공급이 부족할 경우 시장에 방출해 가격 변동성을 낮추는 것이 주요 목적인데, 공급 변동성이 심한 채소의 경우 빠른 대응을 통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작물의 근본적인 기후 변화 대응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농업에 필요한 종자나 묘목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사업의 초점을 기존 시장 수요에 맞는 고수익 품종에서 생산성이 높고 재해에 대한 내성이 강한 품종으로 전환하고, 스마트 팜(smart farm) 등으로 대표되는 시설재배의 비중을 늘려나가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비닐하우스와 유리온실 등에서 진행되는 시설농업이 가뭄·냉해·우박 등의 기상재해의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기에, 노지에서 재배되는 채소나 과일 등의 농산물을 시설에서 재배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기후 온난화에 대비해 주요 농산물의 재배 적지를 재편하고, 아열대 식물 등 새로운 농작물 생산을 촉진하고 있다. 일례로 사과의 전통적인 주산지는 대구 등의 경북 지역이었는데, 최근 기온 상승으로 사과 재배 지역이 강원도 등으로 북상함에 따라 해당 지역의 사과 과수원 조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바나나와 망고 등 수입 농산물을 국내에서 재배하는 농업인이 증가함에 따라 재배기술 교육과 시설 지원 등의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한편 농업인의 안정적인 소득이 유지돼야 농산물의 생산 기반이 유지될 수 있기에 농작물재해보험을 도입해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농작물의 피해를 보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73개 농산물을 대상으로 농작물재해보험이 운용되고 있는데, 농가 가입률이 50%를 넘어서고 있어 기상이변으로 농업인이 농사를 포기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전망과 과제
“앞으로 금년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다”라는 말처럼 전 세계의 국가들이 서로 합의해 근본적인 대응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전에는 기후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로 인해 전 지구적인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가 더 높아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농산물의 생산량 변동성이 더 높아져 기후인플레이션이 재현되는 일이 더 자주 생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23년 연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1.2℃ 높은 13.7℃로 역대 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종전 1위였던 2016년보다도 0.3℃ 높은 수치였다. 연강수량은 1746mm로 평년 대비 131.8% 많았는데, 2003년과 1998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산물 생산 변동성에 취약한 특성이 있는데, 국토 면적이 좁고 농산물의 주산지가 특정 지역에 모여있는 경우가 많아 국지적인 기상이변에도 농업 피해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산물의 기후인플레이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의 과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먼저 정부를 비롯한 공공 기관은 기후 온난화와 기상재해를 정책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보고,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단기 대책으로는 농산물 비축사업의 대상 품목과 규모를 시장 수요를 반영해 확대하고, 기상 예보 및 농업 관측의 수준을 고도화해 사전 대응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가뭄과 폭우에 대한 농업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수자원 등의 관리 역량도 계속해서 높여야 한다. 그동안 수십 년에 걸친 투자와 노력을 통해 전국의 농지가 물 문제에서 상당 부분 자유로워진 것이 현실이지만, 이제는 수십 년에 한 번 발생하는 기상재해가 아닌 수백 년에 한 번 발생하는 기상재해를 염두에 두고 농작물 재배 여건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농산물의 품목별 생산자 조직을 강화해 기상이변에 농업인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기후 온난화에 대응한 농작물의 품종 개발 및 보급을 강화하고, 농작물 적정 재배 지역의 변화에 따른 농산물 생산 구조 재편에 초점을 둬야 한다. 특히 남부 지역뿐만 아니라 중부 일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열대작물 재배의 실태를 파악하고 향후 변화 방향을 전망해 우리 국민의 식품 소비 트렌드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를 포함한 민간 부문 또한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이제는 기상재해로 특정 농산물의 생산이 줄어들어 가격이 오르는 일이 자주 발생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소비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작년에 사과 가격이 폭등해 ‘금(金)사과’ 논란이 발생했을 때, “평소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도 않았는데, 사과가 비싸지니 더 먹고 싶어진다”라는 우스갯소리는 정말 실없는 소리가 돼야 한다.
쌀 등의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 농산물이 매일매일 꼭 먹어야 하는 필수재가 아닌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는 상품의 소비는 줄이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의 소비를 늘려 효용(效用)을 극대화하는 경제학의 기본 원칙에 충실해질 필요가 있다. 일례로 작년 여름배추 가격이 급등하고 가을배추의 공급 부족 문제가 제기됐을 때, 김장 시기를 늦추어 달라는 정부의 안내에 많은 소비자가 동참했던 것처럼 농산물의 공급 변동에 수요가 일정 부분 융통성 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언론은 농산물의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작년에 비해 배추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라는 식의 자극적인 내용을 앞다퉈 알려 소비자의 불안과 시장 혼란을 가중하는 대신, “배추 가격은 많이 올랐으나 김치 가격은 아직 큰 변동이 없기에, 집에서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대신 당분간은 시중에 판매되는 김치를 구매해 먹는 것이 더 이득이다”라는 것처럼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후 온난화와 그로 인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기상재해는 농산물 등의 기후인플레이션을 더 자주, 그리고 더 강하게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인플레이션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현명하고 발 빠른 대응을 해나가야만 하는 시점이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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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나 과일 등의 작물은 무덥고 습하면 잘 자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어 기온이 지나치게 올라가고 비가 자주 오면 되려 생육이 저하되고 병충해가 자주 발생해 농산물 수확량이 급격히 떨어진다. 서늘한 곳을 좋아하는 여름 배추는 해발 700m 이상의 강원도 고랭지에서 재배됨에도 고온 피해를 입어 수확량이 크게 떨어져 수급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돼 농산물 재배 여건이 좀 나아지려나 했더니, 이번에는 일조량이 문제가 됐다. 2023년 겨울부터 2024년 봄까지 흐리거나 눈·비가 온 날이 평년보다 월등히 많아져서 일조시간이 평년의 80% 수준에 그쳐 비닐하우스와 온실 등에서 재배되는 딸기와 오이 등의 시설작물 생육에 문제가 발생했다. 2023년 겨울의 일조시간을 계측한 결과, 최근 10년 동안 가장 적은 일조시간을 보여줬는데, 가장 많은 일조시간을 가진 해였던 2021년~2022년의 겨울보다 약 한 달 동안 해를 보지 못한 격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해 곰팡이 등으로 인한 병이 많이 발생하고 작물의 성장 속도가 느려져 충분히 자라지 못한 농산물은 상품성이 없어 그대로 밭에서 버려지고 말았다.
기상이변과 기후플레이션
2024년 또한 2023년과 같은 기상이변이 반복됐다. 역대급 더위와 폭우는 많은 농산물의 생육을 어렵게 해 2023년처럼 농산물의 공급 부족 문제를 수시로 야기했다. 이어서 늦가을인 11월에 내린 눈은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최다 적설량을 기록했는데, 특히 무게가 무거운 습설이 주로 내리는 바람에 농작물과 농업 시설 피해가 다수 발생해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게 만들었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빈번해지는 기상이변이 농산물 공급량을 줄여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게 만드는 기후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2023년의 경우 사과와 배를 포함한 주요 과일의 작황 부진으로 추석을 전후한 가격이 전년보다 30 ~ 100% 상승해 차례상에 사과와 배를 올리는 것이 망설여지게 됐고, 겨울의 국민 대표 먹거리인 귤 가격이 전년보다 30% 이상 상승해 소비자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2024년 또한 농산물의 가격 상승이 사회적 이슈로까지 확대됐는데, 1월의 사과 가격이 2023년의 2배 수준까지 올라 사과를 수입하는 것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게 됐다. 배추 또한 여름철 고랭지 배추의 작황 부진이 가을배추까지 이어져서 배추 가격이 작년보다 50% 이상 오른 상태를 유지해 많은 가정에서 김장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농산물의 가격 급등 현상은 일부 특정 품목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품목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해 기후인플레이션이 심화됨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기후인플레이션에 대한 정부 대응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에 대응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먼저 주요 농산물에 대한 비축사업을 통해 산지 공급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있는데, 김치의 주원료인 5대 채소(배추·무·고추·마늘·양파)의 비축 규모가 연간 3만5000톤(t)에 달한다. 농산물 비축사업은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일부를 정부 창고에 비축한 다음, 공급이 부족할 경우 시장에 방출해 가격 변동성을 낮추는 것이 주요 목적인데, 공급 변동성이 심한 채소의 경우 빠른 대응을 통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작물의 근본적인 기후 변화 대응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농업에 필요한 종자나 묘목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사업의 초점을 기존 시장 수요에 맞는 고수익 품종에서 생산성이 높고 재해에 대한 내성이 강한 품종으로 전환하고, 스마트 팜(smart farm) 등으로 대표되는 시설재배의 비중을 늘려나가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비닐하우스와 유리온실 등에서 진행되는 시설농업이 가뭄·냉해·우박 등의 기상재해의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기에, 노지에서 재배되는 채소나 과일 등의 농산물을 시설에서 재배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기후 온난화에 대비해 주요 농산물의 재배 적지를 재편하고, 아열대 식물 등 새로운 농작물 생산을 촉진하고 있다. 일례로 사과의 전통적인 주산지는 대구 등의 경북 지역이었는데, 최근 기온 상승으로 사과 재배 지역이 강원도 등으로 북상함에 따라 해당 지역의 사과 과수원 조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바나나와 망고 등 수입 농산물을 국내에서 재배하는 농업인이 증가함에 따라 재배기술 교육과 시설 지원 등의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한편 농업인의 안정적인 소득이 유지돼야 농산물의 생산 기반이 유지될 수 있기에 농작물재해보험을 도입해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농작물의 피해를 보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73개 농산물을 대상으로 농작물재해보험이 운용되고 있는데, 농가 가입률이 50%를 넘어서고 있어 기상이변으로 농업인이 농사를 포기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전망과 과제
“앞으로 금년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다”라는 말처럼 전 세계의 국가들이 서로 합의해 근본적인 대응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전에는 기후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로 인해 전 지구적인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가 더 높아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농산물의 생산량 변동성이 더 높아져 기후인플레이션이 재현되는 일이 더 자주 생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23년 연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1.2℃ 높은 13.7℃로 역대 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종전 1위였던 2016년보다도 0.3℃ 높은 수치였다. 연강수량은 1746mm로 평년 대비 131.8% 많았는데, 2003년과 1998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산물 생산 변동성에 취약한 특성이 있는데, 국토 면적이 좁고 농산물의 주산지가 특정 지역에 모여있는 경우가 많아 국지적인 기상이변에도 농업 피해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산물의 기후인플레이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의 과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먼저 정부를 비롯한 공공 기관은 기후 온난화와 기상재해를 정책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보고,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단기 대책으로는 농산물 비축사업의 대상 품목과 규모를 시장 수요를 반영해 확대하고, 기상 예보 및 농업 관측의 수준을 고도화해 사전 대응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가뭄과 폭우에 대한 농업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수자원 등의 관리 역량도 계속해서 높여야 한다. 그동안 수십 년에 걸친 투자와 노력을 통해 전국의 농지가 물 문제에서 상당 부분 자유로워진 것이 현실이지만, 이제는 수십 년에 한 번 발생하는 기상재해가 아닌 수백 년에 한 번 발생하는 기상재해를 염두에 두고 농작물 재배 여건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농산물의 품목별 생산자 조직을 강화해 기상이변에 농업인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기후 온난화에 대응한 농작물의 품종 개발 및 보급을 강화하고, 농작물 적정 재배 지역의 변화에 따른 농산물 생산 구조 재편에 초점을 둬야 한다. 특히 남부 지역뿐만 아니라 중부 일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열대작물 재배의 실태를 파악하고 향후 변화 방향을 전망해 우리 국민의 식품 소비 트렌드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를 포함한 민간 부문 또한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이제는 기상재해로 특정 농산물의 생산이 줄어들어 가격이 오르는 일이 자주 발생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소비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작년에 사과 가격이 폭등해 ‘금(金)사과’ 논란이 발생했을 때, “평소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도 않았는데, 사과가 비싸지니 더 먹고 싶어진다”라는 우스갯소리는 정말 실없는 소리가 돼야 한다.
쌀 등의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 농산물이 매일매일 꼭 먹어야 하는 필수재가 아닌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는 상품의 소비는 줄이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의 소비를 늘려 효용(效用)을 극대화하는 경제학의 기본 원칙에 충실해질 필요가 있다. 일례로 작년 여름배추 가격이 급등하고 가을배추의 공급 부족 문제가 제기됐을 때, 김장 시기를 늦추어 달라는 정부의 안내에 많은 소비자가 동참했던 것처럼 농산물의 공급 변동에 수요가 일정 부분 융통성 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언론은 농산물의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작년에 비해 배추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라는 식의 자극적인 내용을 앞다퉈 알려 소비자의 불안과 시장 혼란을 가중하는 대신, “배추 가격은 많이 올랐으나 김치 가격은 아직 큰 변동이 없기에, 집에서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대신 당분간은 시중에 판매되는 김치를 구매해 먹는 것이 더 이득이다”라는 것처럼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후 온난화와 그로 인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기상재해는 농산물 등의 기후인플레이션을 더 자주, 그리고 더 강하게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인플레이션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현명하고 발 빠른 대응을 해나가야만 하는 시점이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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