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식 말고 牛에 투자해”…조각투자 인기 ‘후끈’
[지금은 대체투자 시대]②
관심 있는 이색 상품에 대해 소액 투자 ‘매력적’
체계적인 인프라 구축으로 시장 확대 기대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어렵게 느껴지는 기업 주식, 금액이 부담스러운 부동산 투자 대신 이색 상품에 투자하는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맛있게 즐겨 먹는 한우’ ‘평소 갖고 싶었던 명품 시계’ ‘부자들의 전유물로 느껴졌던 미술품’까지 이제는 조각투자로 만나는 시대가 열렸다. 특히 이러한 이색 조각투자 상품은 새로운 소비와 투자의 주체로 떠오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 소액투자와 상품 매력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조각투자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음악 3399억원 ▲미술품 963억원 ▲부동산 653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오는 2030년에는 367조원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좋아하는 음악·시계·미술품 등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는 ‘덕업일치’(좋아하는 일과 생업의 일치)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각투자란 고가의 부동산이나 미술품·음원·시계 등 실물 자산이나 재산적 권리를 여러 투자자가 나눠 소유하고 거래하는 방식이다. MZ세대뿐만 아니라 40·50대 등 타 세대도 참여하면서 점차 대중적인 투자로 확산하고 있다.
우선 조각투자 분야에서 미술품·부동산이 유망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액으로 부동산 미술품(수익권) 조각을 구매할 수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로 미술품 소장 이력 및 부동산 분할 소유권 관리가 가능하다.
미술품부터 저작권까지 다양한 투자 상품 눈길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중 가장 많은 이용자를 모은 곳은 열매컴퍼니다. 열매컴퍼니는 2018년 10월 온라인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아트앤 가이드’를 선보이며 투자계약증권을 포함해 총 178회의 미술품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현재 이용자수는 7만5000명에 달한다.
최근 열매컴퍼니 ‘제 3-1호 열매컴퍼니 투자계약증권 요시모토나라 무제’의 청약률은 205.25%를 기록했다. 앞서 열매컴퍼니는 지난해 12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Pumpkin)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투자계약증권 승인을 받아 청약을 진행했다. 국내에서 조각투자 상품이 투자계약증권으로 발행된 첫 사례였다. 올해 6월에는 이우환 작가의 2007년 ‘다이얼로그’(Dialogue) 300호 작품으로 2호 투자계약증권 청약을 실시했다.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도 흥행 중이다.
카사는 올해 총 세 번의 부동산 관리처분신탁 수익증권 발행을 통해 총 40억5000만원을 공모했다. 올해 카사는 ▲8호 그레인바운더리빌딩(21억원) ▲9호 상암235빌딩(9억7000만원) ▲10호 북촌 월하재(9억8000만원) 등 세 건의 수익증권 청약이 모두 완판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 첫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인 카사코리아는 2018년 ‘5000원으로도 나도 건물주가 될 수 있다’는 문구로 부동산 조각투자 붐을 일으켰다.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사업을 영위 중이다.
고기로 즐겨 먹던 ‘한우’도 조각투자 상품이 됐다. 한우 투자 플랫폼 ‘뱅카우’ 운영사 스탁키퍼는 가축투자계약증권 상품을 발행하고 있다. 지난 6월 첫 상품 발매 이후 평균 모집률은 173%를 기록했고, 투자 금액만 30억원이 넘게 몰렸다. 뱅카우는 1년 중 한우가 가장 비싸게 팔리는 내년 추석 명절 전후 경매 예정인 송아지들을 상품으로 발행했다.
조각투자 플랫폼 트레져러는 일반 시민들이 일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시세 확인이 쉬운 와인·시계·명품 가방을 조각투자 상품으로 선정했다. 트레져러에서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60개의 신규상품 중 24개의 상품이 조기 매각돼 수익화됐다. 트레져러 이용 고객들의 평균수익률은 14.6%를 기록했다.
디지털자산 운용 플랫폼 ‘피스’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는 명품 시계와 미술품 등 현물 조각투자로 주목받고 있는 업체다. 바이셀스탠다드는 조각투자 서비스 개시 후 2년 동안 22개 조각투자 공모를 진행해 평균 수익률 29%를 기록하기도 했다. 회사는 미술품 이외에 선박·콘텐츠·이커머스 시장 등 다양한 조각투자 상품을 내놓기 위한 준비에도 한창이다.
“투자자 보호·인프라 강화 지속 노력해야”
겨울에는 ‘캐럴 연금’, 봄에는 ‘벚꽃 연금’ 등 시즌 송(Song)에 대한 투자는 어떨까. 뮤직카우는 세계 최초 음악저작권 기반 신탁수익증권 투자 플랫폼 운영사다. 음악 저작재산권(IP)에 투자하는 국내 조각투자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음악수익증권 플랫폼 오픈 전(23년 9월 24일)과 비교해 계좌 개설 고객은 12월 22일 기준으로 150% 증가했다. 뮤직카우는 세계 최대 음악저작권 시장을 가진 미국 진출을 위해 플랫폼 완성에 한창이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조각투자가 분산투자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더 안전한 투자 환경 조성에 꾸준히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 인프라 강화는 물론, 고객들의 올바른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콘텐츠 및 정보 제공 강화에도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조각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국내 조각투자 시장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크다. 현재 국내에서 조각투자 사업을 영위하려면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거나 금융감독원에 투자계약증권 신고서를 지원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조각투자에 대한 체계적인 인프라(제도) 구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조각투자 대상 산업의 발전, 신규 대체투자 수단 등장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투자자 보호 미비 등 부정적 측면에 가려지지 않도록 규제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에 토큰증권발행(STO) 법제화 논의가 가시화하면 조각투자 시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등의 기술로 안정성과 신뢰성을 강화한 전자증권이다. 부동산·미술품·음원 등 실물자산을 토큰 형태로 발행해 조각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STO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자산에 대한 소액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접근성 및 자산 유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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