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확실한 포지셔닝 성공한 곳만 살아남는다"[이코노 인터뷰]
[신년 인터뷰-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불황 속 성장 위한 신년 전략은
알리-지마켓 협업의 의미..."'K' 키워드 떼는 것 고려해야"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경기가 불황일 때면 언제나 유통업계의 고심이 깊어진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것이 유통업체들이 지닌 사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탄핵정국까지 맞물려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굳건하게 닫힌 분위기다.
올해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까. 가뜩이나 인구 감소로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고물가까지 겹쳤다. 안타깝지만 올해 역시 어렵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어 유통가의 고심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더 정교한 수요 파악 필요해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올해 소비 시장에서는 확실한 포지셔닝에 성공한 업체들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황이 이어질수록 소비자들이 보다 확실하면서도 효율적인 소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비자가 확실하게 저렴한 상품을 원한다면 다이소에 가면 된다. 또한 여러 상품을 체험해 볼 수 있으면서 적절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원하면 올리브영을 찾는다. 또 몸에 좋은 식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위한 전문업체들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확실하게 판매 포지셔닝이 정립된 곳들이 인기를 끈다는 얘기다. 결국 유통업체들이 이 부분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리브영과 다이소를 보면 자기 브랜드의 소매 포지션을 확실하게 구축해 놨습니다. 무신사 역시 이런 부분을 잘 구축한 곳 중 하나죠. 소비자들이 이런 곳에 가서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확실하거든요. 여기에 효율성까지 갖췄으니 더 차별화가 된거죠. 이런 기업들은 올해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오아시스 마켓 같은 곳들은 가장 저렴한 곳은 아니지만 적절한 가격에 유기농 등 몸에 좋은 음식들과 식재료를 판매하는 곳으로 포지셔닝했다는 측면에서 지켜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효율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면서도 꼭 저가로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젠틀몬스터 같은 경우 저렴하지 않지만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해당 가격대에서 나름의 소매 포지셔닝을 잘 잡은 케이스라고 봐야겠죠. 소비자들은 무조건 저렴하다고 해서 해당 브랜드를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효율성이라는 것은 무조건 저가를 의미한다기보다 자신의 브랜드 정체성을 얼마나 잘 구현하고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는가로 볼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결국 올해 유통업계가 어려움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수요 파악을 더욱 정교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소비의 질'을 더 심화하고 확대해야 하는 시대라는 얘기다. 그는 "점차 사람들은 소비에 있어서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욕구에서 새로운 욕구들이 끊임없이 파생되는 것이죠. 이러한 파생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서비스의 방향을 더욱 정교화하고 세련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中 알리와 협업, 국내 셀러들엔 기회
최근 유통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동맹 관계를 구축한 일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결국 2인자들끼리 힘을 뭉친 셈이다. 이번 동맹 관계가 향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이 교수는 이번 동맹에 대해 국내 셀러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도매시장 이우(义乌)시장을 언급했다.
이우시장은 전 세계 최대 규모 도매시장으로 규모만 약 400만평에 달하고 상점만 7만5000개가 넘는다. 중국을 비롯해 국내업체 다이소 등 전 세계에서 온 판매업자들이 물건을 떼가는 곳이 바로 이우시장이다.
"작년에 이우시장을 다녀와보니 없던 비행장이 생겼더라고요. 이미 고속철 정거장이 생긴 지는 오래고 인근에는 금융타운들도 들어섰어요. 자본들이 이곳에 모이고 있다는 증거죠. 놀라운 점은 원래 이우시장은 중국에 자국 도매상품을 공급하거나 자국 상품을 해외에 유통하는 정도의 기능을 담당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최근에는 스페인의 햄이나 한국의 라면, 프랑스의 와인 등 해외상품들이 이우시장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런 상품들이 중국으로 유통되는 중심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죠. 이곳에 수입품 전문 도매 상가들이 생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자국 상품 수출 대신 제품 수입을 통해 내수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데 눈을 뜨기 시작한 거죠."
이 교수는 결국 알리익스프레스가 이우시장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G마켓 셀러들이 알리에 진출한다는 것은 결국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과 같아서다. 실제로 G마켓 셀러들은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200여 개국으로 판로를 확대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그는 "동남아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Shopee)가 이미 이런 역할(국내 셀러 해외 판매)을 하고 있다"면서도 "알리가 이 부분을 얼마나 위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어 "알리가 국내 시장 전개에 있어서 애를 먹는 부분은 결국 양질의 셀러 확보 문제였다"며 "양사가 이번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기 극복 위한 인내 필요"
한국산 제품과 콘텐츠들이 전 세계에서 사랑 받으며 K-푸드, K-뷰티, K-팝, K-드라마 등 콘텐츠에 'K'를 붙인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K를 붙인 표현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일이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제품 퀄리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K처럼 원산지를 나타내는 말을 붙이면 개별 콘텐츠의 우월성을 단순히 원산지 효과로 귀인해 버리는 문제가 생깁니다. 한국산 화장품은 그 자체로 좋은 상품이라 굳이 K-뷰티를 붙이지 않아도 경쟁력이 있죠. 하지만 K-뷰티이기 때문에 좋은 상품이라고 여기면 안 된다는 거죠. 이제는 'K'를 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봅니다."
이 교수는 끝으로 올해 유통업계에 위기가 지속되므로 잘 인내하면서 극복할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가 잘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같은 경우는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굉장히 큽니다. 이런 불확실성이 요구하는 것들은 결과적으로 인내가 매우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런 위기 상황들이 잘 극복될 수 있도록 위험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리스크 관리를 통해 회복 탄력성을 잘 보일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까. 가뜩이나 인구 감소로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고물가까지 겹쳤다. 안타깝지만 올해 역시 어렵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어 유통가의 고심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더 정교한 수요 파악 필요해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올해 소비 시장에서는 확실한 포지셔닝에 성공한 업체들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황이 이어질수록 소비자들이 보다 확실하면서도 효율적인 소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비자가 확실하게 저렴한 상품을 원한다면 다이소에 가면 된다. 또한 여러 상품을 체험해 볼 수 있으면서 적절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원하면 올리브영을 찾는다. 또 몸에 좋은 식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위한 전문업체들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확실하게 판매 포지셔닝이 정립된 곳들이 인기를 끈다는 얘기다. 결국 유통업체들이 이 부분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리브영과 다이소를 보면 자기 브랜드의 소매 포지션을 확실하게 구축해 놨습니다. 무신사 역시 이런 부분을 잘 구축한 곳 중 하나죠. 소비자들이 이런 곳에 가서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확실하거든요. 여기에 효율성까지 갖췄으니 더 차별화가 된거죠. 이런 기업들은 올해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오아시스 마켓 같은 곳들은 가장 저렴한 곳은 아니지만 적절한 가격에 유기농 등 몸에 좋은 음식들과 식재료를 판매하는 곳으로 포지셔닝했다는 측면에서 지켜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효율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면서도 꼭 저가로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젠틀몬스터 같은 경우 저렴하지 않지만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해당 가격대에서 나름의 소매 포지셔닝을 잘 잡은 케이스라고 봐야겠죠. 소비자들은 무조건 저렴하다고 해서 해당 브랜드를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효율성이라는 것은 무조건 저가를 의미한다기보다 자신의 브랜드 정체성을 얼마나 잘 구현하고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는가로 볼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결국 올해 유통업계가 어려움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수요 파악을 더욱 정교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소비의 질'을 더 심화하고 확대해야 하는 시대라는 얘기다. 그는 "점차 사람들은 소비에 있어서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욕구에서 새로운 욕구들이 끊임없이 파생되는 것이죠. 이러한 파생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서비스의 방향을 더욱 정교화하고 세련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中 알리와 협업, 국내 셀러들엔 기회
최근 유통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동맹 관계를 구축한 일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결국 2인자들끼리 힘을 뭉친 셈이다. 이번 동맹 관계가 향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이 교수는 이번 동맹에 대해 국내 셀러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도매시장 이우(义乌)시장을 언급했다.
이우시장은 전 세계 최대 규모 도매시장으로 규모만 약 400만평에 달하고 상점만 7만5000개가 넘는다. 중국을 비롯해 국내업체 다이소 등 전 세계에서 온 판매업자들이 물건을 떼가는 곳이 바로 이우시장이다.
"작년에 이우시장을 다녀와보니 없던 비행장이 생겼더라고요. 이미 고속철 정거장이 생긴 지는 오래고 인근에는 금융타운들도 들어섰어요. 자본들이 이곳에 모이고 있다는 증거죠. 놀라운 점은 원래 이우시장은 중국에 자국 도매상품을 공급하거나 자국 상품을 해외에 유통하는 정도의 기능을 담당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최근에는 스페인의 햄이나 한국의 라면, 프랑스의 와인 등 해외상품들이 이우시장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런 상품들이 중국으로 유통되는 중심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죠. 이곳에 수입품 전문 도매 상가들이 생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자국 상품 수출 대신 제품 수입을 통해 내수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데 눈을 뜨기 시작한 거죠."
이 교수는 결국 알리익스프레스가 이우시장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G마켓 셀러들이 알리에 진출한다는 것은 결국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과 같아서다. 실제로 G마켓 셀러들은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200여 개국으로 판로를 확대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그는 "동남아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Shopee)가 이미 이런 역할(국내 셀러 해외 판매)을 하고 있다"면서도 "알리가 이 부분을 얼마나 위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어 "알리가 국내 시장 전개에 있어서 애를 먹는 부분은 결국 양질의 셀러 확보 문제였다"며 "양사가 이번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기 극복 위한 인내 필요"
한국산 제품과 콘텐츠들이 전 세계에서 사랑 받으며 K-푸드, K-뷰티, K-팝, K-드라마 등 콘텐츠에 'K'를 붙인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K를 붙인 표현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일이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제품 퀄리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K처럼 원산지를 나타내는 말을 붙이면 개별 콘텐츠의 우월성을 단순히 원산지 효과로 귀인해 버리는 문제가 생깁니다. 한국산 화장품은 그 자체로 좋은 상품이라 굳이 K-뷰티를 붙이지 않아도 경쟁력이 있죠. 하지만 K-뷰티이기 때문에 좋은 상품이라고 여기면 안 된다는 거죠. 이제는 'K'를 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봅니다."
이 교수는 끝으로 올해 유통업계에 위기가 지속되므로 잘 인내하면서 극복할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가 잘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같은 경우는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굉장히 큽니다. 이런 불확실성이 요구하는 것들은 결과적으로 인내가 매우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런 위기 상황들이 잘 극복될 수 있도록 위험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리스크 관리를 통해 회복 탄력성을 잘 보일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카이스트 교수부터 금융사 모델까지...'지드래곤' 하나금융그룹 새 모델로
2 尹, 14일 헌재 정식변론 출석 안 해..."신변안전 우려"
3북한군 포로 “참전 아닌 훈련인줄”...원하면 한국행 가능할까
4 국정원 "북한군 생포 확인...우크라와 정보 지속 공유"
5"러 파병 북한군, 포로되느니 죽음을"…동료 숨져도 '오직 전진'
6트럼프 취임식에 15억 낸 현대차..."트럼프·정의선 회동 추진"
7설 차례상 비용 얼마 들까..."마트 40만원·시장 30만원"
8브랜드가 디지털옥외광고에 열광하는 이유
9삼성바이오에피스, 테바와 희귀질환 치료제 美 판매 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