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는 주요 자원”...韓·中·日이 블랙매스를 대하는 태도
[검은 금가루 블랙매스]②
법·제도·인프라 마련하는 韓
日은 민간 주도 공격적 투자 강행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블랙매스’(Black mass)를 손에 쥐기 위한 한국·중국·일본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들 국가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서 각기 다른 전략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랙매스가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서 중요한 중간재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줄다리기도 팽팽하다.
韓, 정부 밀고 기업 당기고
먼저 한국이다. 지난해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의 후속조치다. 이를 통해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 및 공급망 안정화 지원에 관한 법률안(통합법안)’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용후 배터리는 전기차 등에서 탈거돼 사용 종료된 배터리를 뜻한다. 사용후 배터리는 재활용을 통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유가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 사용후 배터리가 그만큼 중요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통합적·체계적 관리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정부가 직접 나서 관리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방안’에는 사용후 배터리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제도가 담겨있다.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 ▲재생원료 인증제 ▲전기차 배터리 탈거 전 성능평가 등이다.
눈여겨볼 제도는 ‘재생원료 인증제’다. 재생원료 인증제는 사용후 배터리에서 추출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재생원료가 신품 배터리 제조에 얼마나 투입됐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한국형 재생원료 인증제’ 탄생을 알리는 제도인 셈인데, 이를 통해 유럽연합(EU)의 배터리법과 같은 통상규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시행된 ‘EU 배터리법’은 배터리 전 주기에 걸친 지속가능성과 순환성을 강화히기 위해 마련됐다. 해당 법에 따르면 유럽에 전기차를 수출하는 기업은 니켈·코발트·망간(NCM)과 리튬·인산철(LFP) 등 핵심광물을 의무적으로 재활용해야한다.
EU는 2031년 폐배터리 재활용 목표로 재활용 비중을 니켈 6%·코발트 16%·리튬 6% 등으로 설정했는데, 2036년에는 그 기준이 니켈 15%·코발트 26%·리튬 12% 등으로 더욱 강화된다.
기업도 움직인다. 대표적인 예가 SK에코플랜트다. SK에코플랜트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코발트·리튬 회수율 고도화’와 ‘폐수 저감’ 및 ‘화재방지 고속방전’ 등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후처리 전반에 걸친 핵심 4대 기술 내재화에 성공했다.
특히 SK에코플랜트는 후처리 기술 고도화를 통해 폐배터리에서 리튬 90%, 니켈과 코발트 97% 회수를 달성했다. 회수된 니켈과 코발트의 순도는 실제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광물 수준인 99.5%에 달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뛰어든 日과 선도하는 中
일본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그 선두에는 기업이 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화학산업은 오는 2030년까지 약 200억엔(약 1857억원)을 투자해 ‘블랙매스’를 활용하는 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은 매달 약 5~6000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처리할 예정이다.
미쓰비시 머티리얼도 2025년 약 20억엔(약 185억원)을 투입해 블랙매스에서 배터리 재료를 추출하는 시설을 가동한다. 또 추가 투자를 통해 대규모 재활용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양극재 제조기업 스미토모 금속광산도 오는 2026년 내 블랙매스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추출하는 사업을 시작해 자사 생산 양극재 재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일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내 배터리 재활용 관련 시장은 전기차 보급에 따라 2040년까지 1000억엔(약 929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2023년 일본에서는 연간 3000톤 규모의 배터리 폐기물이 발생했는데, 전기차 1대당 축전지는 450kg 정도다. 단순 환산하면 전기차 7000대 분량이다. 오는 2030년에는 약 7배로 늘어난 전기차 15만 대 분량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도 돕는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에 협력해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일본과 EU는 각각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관리하는 전자 플랫폼을 정비해 상호 연동할 방침인데, 이는 교체·폐기되는 ‘사용 후 배터리’의 광물 재활용을 통해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주요 재료인 리튬의 가공·정제에서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65%에 달한다. 이 밖에도 중국은 다른 배터리 재료인 코발트의 가공·정제 부문에서도 76%를 차지한다. 흑연 채굴은 70%에 달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 선도국으로 통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전기차 배터리 등록번호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1년 뒤인 2016년에는 ‘생산자 책임 확장제도 추진방안‘을 통해 정부 감독 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2018년에는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동력 배터리 재활용 관리 잠정 방법’을, 2021년에는 ‘14차 5개년 순환경제발전규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정부 주도로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정돈하는 등 그만큼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중국 내 기업들은 더 빠르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창안과 BYD(비야디)는 2019년 중국 내 최대 통신 인프라 기업 차이나 타워와의 협력을 통해 ‘폐배터리 회수 및 재활용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 지리자동차도 같은해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밖에도 5000여개 이상의 중소형 기업들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참여 중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친환경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류상훈 에코알앤에스 대표는 “우리나라의 폐배터리 관련 제도와 기술은 여전히 뒤쳐져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와 달리 국내는 폐배터리 재활용이 주로 민간 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차 폐배터리는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주요 자원”이라며 “한국이 배터리 강국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정부와 민간의 협력 강화를 통해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韓, 정부 밀고 기업 당기고
먼저 한국이다. 지난해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의 후속조치다. 이를 통해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 및 공급망 안정화 지원에 관한 법률안(통합법안)’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용후 배터리는 전기차 등에서 탈거돼 사용 종료된 배터리를 뜻한다. 사용후 배터리는 재활용을 통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유가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 사용후 배터리가 그만큼 중요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통합적·체계적 관리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정부가 직접 나서 관리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방안’에는 사용후 배터리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제도가 담겨있다.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 ▲재생원료 인증제 ▲전기차 배터리 탈거 전 성능평가 등이다.
눈여겨볼 제도는 ‘재생원료 인증제’다. 재생원료 인증제는 사용후 배터리에서 추출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재생원료가 신품 배터리 제조에 얼마나 투입됐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한국형 재생원료 인증제’ 탄생을 알리는 제도인 셈인데, 이를 통해 유럽연합(EU)의 배터리법과 같은 통상규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시행된 ‘EU 배터리법’은 배터리 전 주기에 걸친 지속가능성과 순환성을 강화히기 위해 마련됐다. 해당 법에 따르면 유럽에 전기차를 수출하는 기업은 니켈·코발트·망간(NCM)과 리튬·인산철(LFP) 등 핵심광물을 의무적으로 재활용해야한다.
EU는 2031년 폐배터리 재활용 목표로 재활용 비중을 니켈 6%·코발트 16%·리튬 6% 등으로 설정했는데, 2036년에는 그 기준이 니켈 15%·코발트 26%·리튬 12% 등으로 더욱 강화된다.
기업도 움직인다. 대표적인 예가 SK에코플랜트다. SK에코플랜트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코발트·리튬 회수율 고도화’와 ‘폐수 저감’ 및 ‘화재방지 고속방전’ 등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후처리 전반에 걸친 핵심 4대 기술 내재화에 성공했다.
특히 SK에코플랜트는 후처리 기술 고도화를 통해 폐배터리에서 리튬 90%, 니켈과 코발트 97% 회수를 달성했다. 회수된 니켈과 코발트의 순도는 실제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광물 수준인 99.5%에 달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뛰어든 日과 선도하는 中
일본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그 선두에는 기업이 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화학산업은 오는 2030년까지 약 200억엔(약 1857억원)을 투자해 ‘블랙매스’를 활용하는 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은 매달 약 5~6000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처리할 예정이다.
미쓰비시 머티리얼도 2025년 약 20억엔(약 185억원)을 투입해 블랙매스에서 배터리 재료를 추출하는 시설을 가동한다. 또 추가 투자를 통해 대규모 재활용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양극재 제조기업 스미토모 금속광산도 오는 2026년 내 블랙매스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추출하는 사업을 시작해 자사 생산 양극재 재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일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내 배터리 재활용 관련 시장은 전기차 보급에 따라 2040년까지 1000억엔(약 929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2023년 일본에서는 연간 3000톤 규모의 배터리 폐기물이 발생했는데, 전기차 1대당 축전지는 450kg 정도다. 단순 환산하면 전기차 7000대 분량이다. 오는 2030년에는 약 7배로 늘어난 전기차 15만 대 분량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도 돕는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에 협력해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일본과 EU는 각각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관리하는 전자 플랫폼을 정비해 상호 연동할 방침인데, 이는 교체·폐기되는 ‘사용 후 배터리’의 광물 재활용을 통해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주요 재료인 리튬의 가공·정제에서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65%에 달한다. 이 밖에도 중국은 다른 배터리 재료인 코발트의 가공·정제 부문에서도 76%를 차지한다. 흑연 채굴은 70%에 달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 선도국으로 통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전기차 배터리 등록번호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1년 뒤인 2016년에는 ‘생산자 책임 확장제도 추진방안‘을 통해 정부 감독 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2018년에는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동력 배터리 재활용 관리 잠정 방법’을, 2021년에는 ‘14차 5개년 순환경제발전규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정부 주도로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정돈하는 등 그만큼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중국 내 기업들은 더 빠르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창안과 BYD(비야디)는 2019년 중국 내 최대 통신 인프라 기업 차이나 타워와의 협력을 통해 ‘폐배터리 회수 및 재활용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 지리자동차도 같은해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밖에도 5000여개 이상의 중소형 기업들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참여 중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친환경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류상훈 에코알앤에스 대표는 “우리나라의 폐배터리 관련 제도와 기술은 여전히 뒤쳐져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와 달리 국내는 폐배터리 재활용이 주로 민간 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차 폐배터리는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주요 자원”이라며 “한국이 배터리 강국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정부와 민간의 협력 강화를 통해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보이스피싱 근절 나선 업비트, 피해 방지에 총력
2하림, ‘더미식 오징어라면’ 한 달 만에 200만봉 판매
3네이버, 한국생태학회와 업무 협약 맺고 친환경 경영 나선다
4청약통장 55만명 깼는데...그래도 ‘이곳’에는 몰렸다
5YG엔터, 톱스타들과 작별, 왜?…주가 다시 출렁이나
6남양유업, 201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주주가치 제고·책임경영 강화”
7오텍, 軍 ‘개선형 구급차’ 개발…해외 수출도 노려
8우리금융, ‘디노랩 강남센터’ 개소…전국 스타트업 하나로 잇는다
9양대 의결권 자문사도 갈렸다…주총 앞둔 고려아연 승패는 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