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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한화 들어온다”...식자재 유통 시장, 미국처럼 될까

F&B 경쟁력 키우는 김동선 부사장, 아워홈 인수 주도
아워홈, 식자재 유통·단체급식 2위...관련 시장 성장 기대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사진 한화]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식자재 유통업계가 아워홈 인수에 나선 한화를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의 진출이 영세업자 중심인 식자재 유통 시장의 성숙도를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우리집에프앤비(가칭) 설립을 결정했다. 우리집에프앤비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아워홈 인수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같은 날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주주인 구본성 전 부회장, 구미현 회장 외 2인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는 한화 김승연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2500억원을 출자하는 우리집에프앤비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 등 4인의 아워홈 주식 58.62%(1337만6512주)를 주당 6만5000원에 인수한다. 이번 거래의 총 인수금액은 8695억원이다. 부족한 인수자금은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가 지원한다.

한화 측은 우선 아워홈 주식 50.62%를 인수할 계획이다. 나머지 8%(구본성 전 부회장 보유 주식)는 향후 2년 안에 순차적으로 사들일 예정이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한화 측은 5년 만에 국내 식자재 유통·단체급식 사업에 재진출하게 된다. 앞서 지난 2020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식자재 유통·단체급식 사업부(현 푸디스트)를 사모펀드에 매각한 바 있다.

식자재 유통업계는 이번 거래가 김 부사장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아워홈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식음료(F&B)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22년 한화갤러리아에 합류한 뒤 이듬해(2023년)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를 국내 론칭했다. 지난해에는 로봇피자로 유명한 미국 스텔라피자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동안 식자재 유통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진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외형은 지속적으로 성장했지만, 시장의 성숙도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국식자재유통협회에 따르면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은 지난 2022년 연간 6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23년에는 62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시장 구조가 복잡하고 체계화된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영세업자가 주도하는 시장 구조 탓이다. 국내 식자재 유통사(한국식자재유통협회 기준)는 1만여 곳에 달하며, 대부분 영세업자다. 영세업자가 주도하는 시장은 제조→도매→식자재유통업자→중간상인→외식업체 등 복잡한 다단계 구조를 띈다.

이런 복잡한 구조는 시장의 투명성과 성장성을 저해하고, 가격 불안정성 등의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지난해 기업형 식자재 유통사들이 국회에서 ‘식자재 유통 진흥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유다. 시장이 선진화되면 성장 가속화와 자영업자들 비용 부담 축소 등으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이다. 현지 1위 기업형 식자재 유통사인 시스코(SYSCO)는 연이은 인수합병(M&A)과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 등으로 지역 단위 업체 중심이던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시스코의 업계에서는 시스코가 미국 식자재 유통 시장의 산업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식자재 유통업계 관계자는 “영세업자들이 대부분인 탓에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은 구조가 복잡하며 중간 비용도 많이 발생한다”며 “체계적인 시스템 도입 등은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으며, 산업화 및 선진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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