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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못 믿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이코노 인터뷰]

[한반도 덮친 중국風]④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서면 인터뷰
구매력·기술 제품 수요 있는 韓…中기업 진출 러시
‘제품 신뢰도’는 숙제…“가성비·제품력으로 극복할 것” 전망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사진 본인 제공]
[이코노미스트 김정훈·이지완 기자] “가성비에 제품력을 더한 중국 제품들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통할 것”

최근 중국기업들이 높은 구매력과 기술 제품 수요가 있는 한국 시장을 활발히 공략하고 있다.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세제 경쟁력이 있는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리는 분위기다.

과연 국내 시장에서 중국기업들이 불신 이미지를 씻어내고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韓시장 얕봤던 中, 이번엔 다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기업들의 한국 시장 러시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었다고 평가한다. 중국에게 한국은 무역 측면에서 유리한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전 소장은 “중국기업들 중에서도 전기차기업과 배터리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한-중 자유무역협정 시행과 함께 한국이 중국과 경제적, 지리적 근접성을 갖고 있는 등 중국에게 매우 유리한 무역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수준도 중국기업들의 시장 진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전 소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높은 구매력을 가지면서도 기술 제품에 대한 수요도 높다”면서 “기술력과 제품력을 갖춘 중국기업들의 세계화 욕구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이들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기업들은 그동안 꾸준히 한국 시장의 벽을 두드려 왔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 이는 중국기업들이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 소장은 “그동안 한국은 규제 장벽이 높았던 측면이 있다”면서 “또 중국기업들이 한국의 법률 및 산업 규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도 주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국은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매우 높은데 중국기업들이 이를 과소평가하고 무리하게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며 “결국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지 못했고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도 부재하다보니 소비자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품력 갖춘 중국산, 성공 가능성 있다”

전 소장은 중국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한국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중국기업들이 강력한 제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웠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이커머스(전자상거래)는 물론, 자동차,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일정비율 이상의 시장 장악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지난 1월 16일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린 'BYD 승용 브랜드 런칭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조인철 BYD 코리아 승용부문 대표(왼쪽) 등 관계자들이 아토 3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월 열린 CES2025 베네시안 엑스포 중국 로보락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로봇 팔을 탑재한 로봇청소기 사로스(Saros) Z70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근 중국은 심각한 내수 침체를 보이고 있다. 주요 상권에서 점포 폐쇄가 이어지고 있고 식당을 비롯해 대부분의 소매점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결국 중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이는 기업의 수익성 저하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금리 인하 및 보조금 정책을 확대하며 내수 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전 소장은 중국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이 그들의 내수 부진 때문만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핵심은 중국기업들의 경쟁력이 성장했고 한국 시장 진출은 그들의 세계 시장 진출 중 한 부분이라는 얘기다.

그는 “중국의 내수 시장 침체는 일반 소비제품에 관한 얘기일 뿐, 전기차기업과 배터리기업의 경우 세계 최대 시장을 갖고 있고 성장률도 최고 수준”이라며 “기술력과 제품력을 모두 갖춘 중국의 기업들이 세계화를 위해 국내에 진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한국 시장 진출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이 한국을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배드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전 소장은 “동남아 시장은 한국 시장과 수요 및 패턴 등 수준이 많이 다르다”며 “그렇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황이다. 국내 시장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글로벌 이커머스업체들이 진출했지만 아직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기업들의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결국 제품 신뢰도에서 갈릴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전 소장은 “분명 이 부분은 중국기업들의 과제”라면서도 “최근 ‘로보락’ 등 중국 제품들을 보면 이미 불신 이미지를 제품력으로 극복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성비에 제품력을 더한 중국 제품은 내수 침체기에 들어선 한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먹힐 수 있는 전략으로 보여진다”며 “중국의 전기차 분야 역시 한국 시장에서 제품력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성공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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