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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도 가상자산 투자… 거래소 경쟁 구도 변화 예고

[법인 가상자산 개화기]②
거래소 맞춤형 금융 서비스 확대 불가피
대량 매매·기관 자금 유입 본격화…OTC·커스터디 시장 등 주목

금융위원회 권대영 사무처장이 2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 업무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허용안이 발표됐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법인의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장 참여가 단계적으로 허용되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지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주도하던 시장에 법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거래소의 경쟁 구도와 비즈니스 모델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특히 법인 고객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가 부각되고 있어, 기존의 단순한 수수료 기반 모델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로 가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업비트가 거래량과 이용자 수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구조에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법인 고객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전체가 기존 개인 투자자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그간 어려움을 겪던 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의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들의 기존 경쟁 방식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법인 투자자가 유입되면서 단순한 매매 수수료 경쟁에서 벗어나 보다 전문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거래소의 중요한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특히 법인 대상의 ▲프리미엄 금융 서비스  ▲거래 지원 ▲자산 관리 ▲금융 상품 개발 등이 차별화 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가 이미 법인 고객을 위한 전용 서비스를 구축해, 단순 거래소에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진행 중이다. 이에 국내 거래소들도 이번 법인 투자 허용을 계기로 종합 금융 플랫폼을 목표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종합 금융 플랫폼 도약하나

가상자산을 단순 거래 수단이 아닌 자산 운용 및 금융 상품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파생상품 개발 ▲법인 전용 스테이킹 및 대출 서비스 ▲보관 및 운용 관리 솔루션 ▲기업 맞춤형 디지털 자산 발행 ▲가상자산 기반 펀드 및 지수 상품 ▲스테이블코인 및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연계 서비스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마이클 세일러 스트레티지(전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회장.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기업가치가 약 24배 상승했다.  [AFP=연합뉴스]


업계에서는 법인 고객 유입이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기관 자금의 본격적인 유입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만약 향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는 등 펀드 상품이 활성화되면 기업들이 직접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테슬라가 2021년 비트코인을 매입해 보유 자산으로 편입했고,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현재까지 100억달러 이상을 비트코인에 투자하며 기업 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다. 블랙록과 피델리티는 기관 고객을 위한 비트코인 ETF를 출시해 본격적으로 기관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가상자산 거래가 증가하면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OTC(장외거래) 서비스도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을 수 있다. 법인 투자는 대량 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큰 시장 변동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코인베이스가 기관 전용 OTC 플랫폼 ‘코인베이스 프라임’을 운영하며 법인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전통 금융사들도 가상자산 OTC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OTC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거래소들이 법인 맞춤형 거래를 지원하며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부터 OTC·커스터디·STO까지

법인 고객의 코인 보유에 따라 커스터디(수탁) 서비스의 중요성도 떠오르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은 보유한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필요할 때 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요구하고 있어 이에 대응한 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해외에서는 피델리티 디지털 에셋(Fidelity Digital Assets)과 BNY 멜론이 기관 고객을 위한 커스터디 서비스를 확대하며 법인 자금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커스터디 시장에 진출하면서 법인 대상 서비스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거래소들도 복수의 금융기관과 협력해 법인 고객을 위한 보관 및 운용 솔루션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식으로 STO(증권형 토큰) 발행도 주목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금융기관들이 STO를 통해 기업 맞춤형 디지털 자산 발행을 지원하고 있고, 일부 국가는 STO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법인들이 가상자산을 자산 운용 및 자금 조달 수단으로 고려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관련 규제 정비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거래소들도 기업 맞춤형 STO 지원 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법인 간 결제에 활용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일부 국가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기반 결제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CBDC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법인 대상 스테이블코인 연계 서비스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거래소들은 이를 통해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와의 연결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법인 투자 허용 이후 본격적인 시장 개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1단계(2025년 상반기)에서는 법집행기관과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매도가 허용되지만, 실제 법인의 본격적인 투자는 2단계(2025년 하반기) 이후 상장 법인과 일부 전문투자자의 매매가 가능해진 이후부터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3단계(중장기)에서 일반 법인까지 참여가 확대된다고 해도, 규제 정비와 금융권 협력, 세제 혜택 등의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시장이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가하며, 향후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주요국에서는 법인 투자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는 반면, 국내에서는 투자가 금지돼 사실상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선 허용되는 비영리법인과 대학법인은 매우 소수로, 금융기관의 법인 계좌가 허용돼야 비로소 본격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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