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보이콧’에 제약사 백기?…일양약품, 다이소 건강기능식품 납품 중단
[괘씸죄에 쫓겨난 제약사]①
일양약품, 닷새 만에 다이소 철수…대웅제약 “논의 중”
대한약사회 “약사는 개인사업자, 집단행동 어려워”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국내 생활용품업체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을 공급해 온 일양약품이 판매를 시작한 지 닷새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일양약품은 철수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을 납품하는 제약사를 대상으로 약국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려는 움직임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불똥은 일양약품이 다이소에서 철수한 이후 약국과 약사들에게 튀었다. 약사들이 일양약품의 철수 결정에 영향을 준 장본인으로 지목되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제약사도 건강기능식품 유통 방안을 고민하게 됐다.
일양약품은 2월 28일 다이소에 더 이상 건강기능식품을 납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양약품이 2월 24일 다이소를 통해 9종의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 닷새 만에 내린 결정이다. 일양약품이 다이소에 납품한 건강기능식품은 ▲비타민C츄어블정 ▲쏘팔메토아연 ▲팝핑비타민C ▲W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D 2000IU ▲칼마디아연망간 ▲잇앤큐 ▲저분자콜라겐1250 ▲비타민C1000mg 등이다. 소비자가 자주 찾는 비타민, 유산균과 관련한 건강기능식품이 다수였다.
일양약품이 다이소를 통해 판매한 건강기능식품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다이소에 입점한 만큼 가격이 낮았다. 제품 가격은 다이소의 가격 정책에 따라 3000원이나 5000원으로 책정됐다. 통상 수만원에 판매되는 제약사의 건강기능식품과 비교하면 가격이 최대 5분의 1 수준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제품의 기능이 현격하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은 제약사가 기존에 판매한 건강기능식품과 비교했을 때 성분과 함량, 용량에는 차이가 있지만 핵심 성분은 같다. 소비자로서는 건강기능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통상 수만원에 수개월 치를 구매해야 하는 건강기능식품을 저렴하게 한 달 치만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이소는 일양약품과 대웅제약의 건강기능식품 30여 종을 전국 200여 개 매장에서 판매했는데, 강남과 홍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의 일부 매장에서는 일양약품의 비타민D 2000IU를 비롯한 인기 제품이 빠르게 동나기도 했다. 다이소를 통해 판매되는 건강기능식품이 기존 제품과 비교해서 성분과 함량이 다소 적어도, ‘믿을 만한’ 제약사에서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약사회 “제약사 압박? 사실 아니야”
하지만 약국가에서는 제약사가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을 납품하는 모습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왔다. 다이소에서 구매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엄밀히 따져봤을 때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다른데, 다이소가 성분과 함량, 용량 등이 모두 똑같은 건강기능식품을 마치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듯이 제품을 홍보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약국가에서 건강기능식품을 더 비싸게 판매한다는 이미지가 씌워졌다고도 호소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제약사가 약국에 수십년 동안 건강기능식품을 유통하며 쌓은 신뢰를 악용해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이소에) 공급하는 마케팅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약국을 향한 오해와 불만을 가중하는 제약사의 마케팅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약국가의 거센 반발이 일양약품이 다이소에서 철수하기로 한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약사들은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제약사의 제품을 약국에 들이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당선인이 2월 26일과 27일 일양약품, 대웅제약, 종근당건강과 각각 면담한 직후 일양약품이 철수를 결정한 사실이 이런 의견에 힘을 실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사들이 제약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약국은 다 개별 사업이기 때문에 집단행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약국가에서는 일양약품의 철수 결정을 계기로 제약사의 건강기능식품 가격 책정 과정을 뜯어봐야 한다고는 주장도 나온다. 제약사가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건강기능식품을 상당히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데, 다이소의 사례처럼 충분히 제 기능을 하는 건강기능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출시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기업의 한 관계자는 “다이소는 생산공장에서 제품을 사들인 뒤 적은 이윤을 붙여 자사 매장에서 대량 판매하는 구조이며 유통 구조도 단순하다”라며 “약국의 경우 소매점이기 때문에 오프라인을 기준으로 두면 약국에서 구매하는 제품 가격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대웅제약·종근당건강에 쏠리는 눈

일양약품이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에도 이목이 쏠린다. 대웅제약은 일양약품과 함께 2월 24일부터 다이소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했다. 종근당건강은 이르면 이달부터 다이소에 2종의 건강기능식품을 납품한다. 특히 대웅제약은 9종의 건강기능식품을 납품한 일양약품과 달리 26종의 건강기능식품을 다이소에 공급했다. 여러 제약사 중 다이소에 가장 많은 건강기능식품을 공급하는 셈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을 지속해서 공급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논의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종근당건강도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을 공급하는 것과 관련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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