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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예술계가 주목하는 예술상으로 거듭난 ‘LG 구겐하임 어워드’

3회 만에 한국인 미디어 아티스트 첫 수상…10만달러 상금과 트로피 수상
LG 구겐하임 어워드 역대 수상자 3명의 공통점은 '3C'

지난 2월 25일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된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 작가. [사진 LG]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지난 2월 25일 오전,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가 접속이 차단됐다. 이유는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로 지목됐고, 접속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LG 구겐하임 어워드(LG Guggenheim Award)가 전 세계 예술가가 주목하는 예술상으로의 위상을 굳혀가고 있다. 이 상은 LG와 구겐하임 미술관이 맺은 ‘LG 구겐하임 아트 & 테크 파트너십’(LG Guggenheim Art and Technology Initiative)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기술을 활용해 창의성 영역에서 혁신을 이끈 어워드 수상자에게 10만달러의 상금과 트로피를 수여한다.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2022년 발족 때부터 전 세계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기술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수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상의 공식 명칭에 LG와 구겐하임이 나란히 병기된 것은 굳건한 파트너십을 잘 보여준다.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올해 3회차를 맞이했다. 한국인 아티스트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미국의 AI 아티스트 스테파니 딘킨스(Stephanie Dinkins), 대만의 넷아트(Net Art) 선구자 슈리칭(Shu Lea Cheang)이 수상했다. 두 작가는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펼쳐 온 글로벌 예술계 거물이었다는 점에서 40대 한국인 아티스트의 수상은 더욱 주목받았다. 

김 작가는 이번 수상에 앞서 현대미술계 아카데미상으로도 불리는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Prix Ars Electronica)에서 최고상(골든 니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는 특히 AI를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AI 리터러시’(AI Literacy)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경험에서 영감을 받은 대표작 ‘딜리버리 댄서’ 시리즈는 미래도시 서울을 달리는 여성 라이더들과 AI의 상호 작용을 그린 영상 작품이다. ‘딜리버리 댄서의 구’(2022)에서는 게임 엔진·라이다 스캔·3D 모델링을 활용해 AI에 종속되는 삶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를 담았다. 후속작인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2024)는 생성형 AI로 만든 영상과 해시계 조형물로 서구 중심의 시간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식을 탐구하는 이야기를 제시한다. 

김아영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 전시된 모습. [사진 LG]

엄격히 프로세스화된 심사 과정…글로벌 공신력 높여

올해의 LG 구겐하임 어워드 국제 심사단은 "김아영 작가는 전통 기법과 혁신 기술을 융합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구조를 통해 사회적 이슈를 탐구하고, 예술과 기술 사이 새로운 대화를 촉진한 연결자로서 예술가의 역할을 재정의했다"며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독창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기술 중심 세상의 윤리적·정서적 의미를 성찰하게 하며 이 시대를 선도하는 예술가"라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현대미술계는 김아영 작가의 수상으로 LG 구겐하임 어워드의 심사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어워드 심사단은 매해 세계적 명성의 미술관 관장, 큐레이터 등으로 새롭게 구성된다. 

올해는 북미·유럽·아시아 등 3개 대륙에서 모하메드 알무시블리(스위스 쿤스트할레 바젤 디렉터 및 수석 큐레이터), 정도련(홍콩 엠플러스 미술관 아트디렉터 및 수석큐레이터), 자비네 힘멜스바흐(스위스 전자예술박물관 디렉터), 노암 시걸(구겐하임 뉴욕 아트 & 테크 큐레이터), 알프레도 자(설치예술가이자 건축가, 영화제작자) 등 5명이 3개월 간의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 심사단은 전세계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수상 후보군을 추천받고 이 중 수십명의 아티스트를 심사 대상으로 추려 엄격한 선발 과정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공정한 심사 과정으로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글로벌 공신력을 쌓고 있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수상자로 선정된 세 명의 작가는 3가지 C로 정리되는 공통점이 있다. 최신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Cutting-Edge Technology),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점(Crossover), 작품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Cultural message)를 제시하며 소통한다는 점이다. 

LG와 구겐하임 미술관은 어워드 수상자에게 단순 상금 및 트로피를 수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가가 구겐하임 미술관과 협력해 새로운 시도를 펼치고, 관객이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스테파니 딘킨스는 지난해 1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최신 AI 연구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였고, 5월에는 슈리칭도 구겐하임 미술관 내에 위치한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 본인의 작품세계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김아영 작가도 하반기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본인의 작품이 가진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직접 밝힐 기회가 주어진다. 

LG와 구겐하임 미술관은 2027년, 5년간의 파트너십 결과를 총망라하는 대규모 전시도 기획 중이다. 이 전시에서 김아영 작가를 비롯한 역대 어워드 수상자들과 앞으로 선발될 수상자들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기술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확장될 현대미술계의 미래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김아영 작가의 영상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2022)의 한 장면. [사진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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