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 누렸던 밀키트, 전성시대 끝났나
[밀키트 시장 어디까지 왔나]②
트렌드 변화 속 밀키트 수요 하락세
‘업계 선두’ 프세시지도 고전...관련 업체들 계산기 두드리는 중

하지만 2025년 현재, 트렌드가 너무 빨리 변한 탓일까. 밀키트 시장은 예년 수준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예상보다 더딘 성장, 이유는?
지난 2020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2025년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가 7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 당시 1800억원대 시장 규모를 기록한 밀키트 시장이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3800억원대 수준을 기록했다. 2021년 3000억을 돌파한 후 성장세가 더디다.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올해 기존 전망치인 7000억원대를 넘어서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시장 예상치보다는 성장을 하지 못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밀키트 시장의 성장세가 더딘 이유로 다양한 대체제의 등장을 꼽는다. 특히 신선식품의 발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간편요리 레시피 확산이 밀키트에 타격을 줬다는 주장이 나온다.
간편식업계 관계자는 “요즘 SNS에서 최소한의 재료로 수준 높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흥미성 요리 레시피들이 많이 공유되고 있어 밀키트 수요가 예전보다 낮아진 측면이 있다”며 “각종 식재료 등도 온라인에서 하루 만에 배송을 받는 시대에서 굳이 밀키트 종류에 한정된 재료로 만든 요리를 먹어야 하는 것에 사람들이 예전처럼 열광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계속 오르는 가격도 문제다. 2021년 이후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고 식자잿값이 뛰면서 밀키트 가격도 조금씩 인상돼 왔다. 밀키트의 경우 ▲국 ▲탕 ▲찌개 ▲볶음 ▲구이 등 종류별로 조리용 식자재가 포함돼 있다. 특히 요즘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채소 등이 많이 포함돼 있어 업체들 입장에서는 가격 조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식자재 가격이 오르면 밀키트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밀키트 찌개류의 경우 구성품의 70~80%는 채소류인 경우가 많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빠르고 편리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점은 밀키트의 최대 강점이다. 하지만 이 합리적인 가격대가 무너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밀키트를 선택할 이유가 크게 낮아진다. 밀키트는 내용물에 따라 1만원대 미만부터 6만원대 이상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지만 1만~3만원 미만대 제품이 전체에서 60%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가격이 꾸준히 올라 2만~3만원대 제품이 많아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라리 밖에서 외식을 하거나 완제품이 오는 배달을 선호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제품 제작 비용을 감안하면 대형마트가 판매하는 PB(자체 브랜드) 밀키트 제품이 아니고서야 일반 업체들이 1만원대 미만 가성비 제품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밀키트 구매를 줄인 이유 1위는 ‘비싸서’(19.5%)가 꼽혔다. 지금의 가격대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꼽은 밀키트의 개선사항에서도 ‘가격인하’(22.4%)가 3위를 차지했다.
업계 1위도 적자...쉽지 않은 성장
밀키트 시장의 더딘 성장 때문에 업체들의 계산기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미 프리미엄 밀키트 브랜드 ‘쿡킷’(COOKIT)을 운영하던 CJ제일제당은 관련 사업을 접었고 hy의 ‘잇츠온’은 신선식품 구독 판매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몇 년전 우후죽순 늘었던 무인형 밀키트 프랜차이즈 매장 창업도 최근에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에서 밀키트 사업에 가장 진심인 업계 1위 프레시지조차도 수년째 적자 상태다. 프레시지의 영업손실은 ▲2020년 1272억원 ▲2021년 1889억원 ▲2022년 2149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손실액이 149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줄었지만 적자는 여전했다.
이처럼 업계 1위 회사도 수익 면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밀키트의 사업 특성 때문이다. 밀키트는 상품에 따라 여러 식자재가 포함된다. 이때 식자재 비용 부담이 크고 보관 및 운반 비용도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프레시지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80%를 넘었다. 다른 밀키트 회사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프레시지에 새로 부임한 김주형 대표가 AI·빅데이터 기반의 구매 및 생산 판매 등 효율화에 나서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한 밀키트업체들은 시장 경쟁 심화로 꾸준히 신제품을 내야 해 마케팅 비용이 적지 않게 든다. 밀키트만으로 회사가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은 환경인 셈이다.
다만 캠핑족이나 1인가구 등 간편식 수요층이 밀키트를 여전히 많이 찾고 있어 앞으로도 성장세는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때처럼 고속성장은 이제 어려운 분위기지만 간편식 중 하나의 식품군으로 꾸준히 수요층은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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