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식’ 경영 체제 시동 거는 한미약품그룹…전문경영인 '김재교' 신임대표 선임
송영숙 회장, 지주사 대표 사임…신임 대표 선임
한미사이언스, 전문경영인 중심 경영 체제 속도
김재교 신임 대표 “R&D 방법이 중요…효율 고민”

한미사이언스는 3월 26일 오전 서울 송파 한미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주총)와 이사회를 열고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경영총괄 부회장을 한미사이언스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신임 대표이사는 유한양행에서 30여 년을 일한 ‘제약맨’으로,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기술이전을 성사시킨 핵심 인물로 꼽힌다. 김 신임 대표이사는 유한양행을 퇴사한 이후 메리츠증권에서 유망한 바이오기업을 찾아내는 투자·개발(Investment and Development)본부를 이끌었다. 이후 한미사이언스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되며 올해 한미사이언스 경영총괄 부회장으로 합류했고, 이날 열린 이사회를 통해 한미사이언스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 신임 대표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한미사이언스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처음 선임한 ‘전문경영인’이기 때문이다.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된 직후 전문경영인이 경영의 키를 쥐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한 일이라는 평가다.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머크식 경영 체제가 꼽힌다. 독일의 제약사 머크(Merck)사의 경영 스타일로, 전문경영인이 독자적으로 경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오너일가가 경영 전선에서 한발 물러선 지배구조(거버넌스)를 말한다. 한미사이언스는 지주사로 탈바꿈한 이후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하지만 올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김재교 신임 대표이사로 바뀌며,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는 경영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기업의 철학과 가치를 실현하는 데 힘을 쏟을 전망이다.
한미약품그룹을 창업한 임성기 선대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회장은 그동안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이에 이번 정기 주총을 기점으로 한미약품그룹이 새로운 거버넌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실제 송 회장은 이날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을 앞두고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정기 주총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짧은 입장문을 통해 “한미약품그룹에 더 이상 분쟁은 없다”라는 의지를 전달했다. 이 입장문에 따르면 송 회장은 “새로운 이사진은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한 인물들”이라며 “한미약품그룹은 대주주, 이사회, 전문경영인이 조화를 이뤄 오로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길을 걸어가겠다”라고 밝혔다.

김 신임 대표이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모두 R&D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안타까운 면모가 있다”라며 “신약 개발은 ‘어떻게 하느냐’가 요체인 만큼, R&D의 방법과 효율을 고민하며 전략을 실천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또, “한미약품그룹에 합류한 이유는 결국 ‘R&D’와 ‘신약’”이라며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선대회장의 창조와 혁신, 도전의 정신을 살려, 이를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역설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첫 전문경영인이 된 것과 관련해서는 “기대도 크고 우려도 크다”라면서도 “우려는 불식시키고 기업의 불안한 체제는 안정적으로 만들어, (외부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라고 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개편…‘뉴 한미’ 순항
한미사이언스는 김 신임 대표이사를 새롭게 선임하는 것 외, 이번 정기 주총을 통해 여러 사내·외이사를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모두 의결, 원안대로 승인했다.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두고 다툰 지난해와 달리, 올해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은 주주들의 반발 없이 조용히 진행됐다. 신유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의장이 사임을 이유로 정기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송 회장을 대신해 단상에 선 가운데, ▲제52기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2명)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과 관련한 안건이 이날 모두 가결됐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부회장, 김 신임 대표이사, 심병화 한미사이언스 재경관리본부 부사장, 김성훈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 상무이사는 이번 정기 주총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새롭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현만 현대글로비스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김영훈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신용삼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 교수도 각각 한미사이언스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세 명의 사외이사는 한미사이언스의 감사위원으로도 새롭게 활동한다. 임기는 이번에 새롭게 선임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모두 3년이다.
한미사이언스에 앞서 정기 주총을 연 한미약품도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등을 새롭게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해 모두 원안대로 승인했다. 정기 주총 결과 김 신임 대표이사는 한미약품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이영구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한미약품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지난해는 상황이 어수선했지만, 주주들의 성원과 관심으로 잘 헤쳐왔다”라며 “주주들께서 당부한 조언, 제안으로 올해를 새롭게 시작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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