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목표 3달 만에 달성한 넥스트레이드…KRX 70년 아성에 도전장
- [판 흔드는 대체거래소] ①
출범 3개월 만 거래대금 100조원 돌파…예상 뛰어넘는 ‘돌풍’
거래시간 확대·낮은 수수료에 개인·외국인 투자자 몰려
프리마켓, 국제 정세 바로미터로…외면하던 증권사들 ‘러브콜’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 3개월 만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돌풍을 일으키며 70년간 이어져 온 한국거래소(KRX)의 독점 체제를 뒤흔들고 있다. 당초 3년 목표로 내걸었던 시장 점유율을 단 3개월 만에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며 한국 자본시장의 강력한 ‘메기’로 부상했다.
넥스트레이드는 출범 3개월 만에 누적 거래대금 100조원을돌파하며 시장 안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넥스트레이드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한 거래대금 기준 점유율은 30%, 거래량 기준은 15%에 달한다. 출범 직후인 3월 31일과 비교하면 각각 16.3%, 6.6%에서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수치다
특히 이달 들어 기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출범 100여일째인 지난 6월 10일에는 일일 거래대금이 10조602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고, 13일에는 11조229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프리마켓(Pre-Market)에서도 16일 하루 거래대금이 2조2715억원에 달하며 시장의 폭발적 관심을 입증했다.
성공 비결은 ‘시간·효율·혁신’…투자자 마음 사로잡아
넥스트레이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거래시간 확대다. 넥스트레이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총 12시간 거래를 지원하면서, 기존 정규장 중심 구조에서는 소외됐던 다양한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특히 개장 전 프리마켓(08:00~08:50)과 장 마감 후 애프터마켓(15:30~20:00)에서 야간 공시나 해외 증시 이슈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투자자가 크게 늘면서, 이 시간대 거래량은 두 달 만에 5배 이상 급증했다.
이 밖에 수수료 경쟁력도 빠른 성장을 이끌었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KRX) 대비 20~40% 저렴한 거래 수수료를 책정해 투자자의 비용 부담을 크게 줄였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도입한 ‘스마트 오더 라우팅’(SOR) 시스템이 시너지를 냈다. SOR은 투자자의 주문을 가격과 수수료 등 조건이 가장 유리한 시장으로 자동 배분하는데, 동일한 가격이라면 수수료가 더 낮은 넥스트레이드에 주문이 몰리는 구조다.
이를 바탕으로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은 최근 간밤의 미국 증시나 국제 정세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새로운 바로미터'로 자리잡았다. 지난 4월 미국발 상호관세 이슈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던 때를 비롯해,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처럼 국제 정세가 불안해질 때마다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선반영하기 위해 넥스트레이드로 몰렸다. 그 결과 프리마켓 거래대금은 매번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증권가·외국인은 ‘러브콜’…기관은 ‘신중 모드’
넥스트레이드의 흥행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시장 초기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넥스트레이드 도입으로 거래대금이 급격히 늘어난 반면, 출범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 등으로 참여를 주저했던 증권사들은 이제 경쟁적으로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오는 10월 말 예정된 '2차 오픈'에서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만 참여하던 14개 증권사가 정규장까지 참여를 확대한다면 총 29개 증권사가 넥스트레이드에 합류하게 된다. 이는 국내 위탁매매 시장의 약 87%를 차지하는 규모로,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영향력 확대가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도 뜨겁다. 출범 첫 달 0.4%에 불과했던 외국인 거래 비중은 3개월 만에 9.2%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글로벌 이슈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프리마켓의 빠른 반응성과 낮은 수수료에 높은 점수를 준 결과다. 여기에 오는 10월 주요 외국계 증권사의 시스템 연동이 시작되면 외국인 거래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관 투자자의 참여는 1~2%대에 머물며 아직 넥스트레이드의 숙제로 남아있다.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은 신생 시장의 유동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만큼, 아직은 참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속도와 비용을 중시하는 개인·외국인과 달리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관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지가 향후 성장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레이드의 성공적인 데뷔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성공의 역설'이라 불리는 규제다. 현행법상 ATS의 6개월 일평균 거래량은 전체 시장의 15%, 개별 종목의 경우 30%를 초과할 수 없다. 이미 일부 인기 종목은 하루 거래량이 이 기준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넥스트레이드는 규제 상한을 맞추기 위해 거래를 제한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낮은 유동성에 따른 프리마켓의 변동성, 고빈도매매(HFT)로 인한 시장 교란 가능성, 한국거래소와의 이해상충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넥스트레이드의 안정적인 안착은 물론, 국내 자본시장의 새로운 경쟁 구도를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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