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을 벗어난 은행, ‘슈퍼앱’으로 진격하다
- [금융 ‘슈퍼앱’ 大戰] ①
KB·신한 앞서고, 우리·하나·농협 추격…경쟁 본격화
초개인화 앞세운 슈퍼앱…속도·안정성은 여전히 숙제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은행’의 개념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때 지점과 창구 중심으로 운영되던 전통 은행은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급속히 구조가 해체되고 있다. 고객은 더 이상 지점을 찾지 않고, 은행은 물리적 공간이 아닌 플랫폼 위에서 경쟁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앱 개편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비대면 채널 확대 등을 중심으로 ‘슈퍼앱’ 전략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주요 시중은행 모바일 앱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이 약 1388만명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신한은행의 ‘신한 쏠(SOL)뱅크’가 약924만명 ▲우리은행의 ‘우리WON뱅킹’이 728만명 ▲하나은행의 ‘하나원큐’가 621만명으로 뒤를 잇는다. MAU는 단순한 앱 사용량 지표를 넘어, 이제는 은행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척도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추세 속에서 시중은행들은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슈퍼앱 전략을 펼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비교적 빠른 시점에 그룹 차원의 슈퍼앱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겼다. ‘KB스타뱅킹’은 KB증권·KB국민카드·KB손해보험 등 그룹 내 6개 주요 계열사의 서비스를 통합한 플랫폼으로, 예적금과 대출은 물론 보험·투자·주택금융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특히 마이데이터 기반 서비스 ‘KB 마이라이프’를 통해 ▲자산 현황 ▲부동산 정보 ▲자동차 관리 ▲헬스케어 등 금융 외 기능까지 확장하고 있으며, AI 기반 투자 제안 서비스 ‘케이봇쌤’과 챗봇 기반 금융상담 기능도 탑재해 초개인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 쏠’(SOL) 앱을 금융과 콘텐츠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자산관리 ▲소비 분석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반 투자 서비스를 기본으로, 자체 배달앱 ‘땡겨요’를 통해 비금융 생활 서비스까지 결합했다. 최근에는 펀드 추천 기능이 강화된 테마형 투자 메뉴 ‘다시한번 코리아’를 선보이며 투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인 카드·증권·보험 서비스는 앱 내 통합 메뉴로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우리은행은 비교적 후발 주자지만 빠른 추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존 우리WON뱅킹을 전면 개편한 ‘뉴WON뱅킹’을 출시하며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새 앱은 우리카드, 우리캐피탈 등 그룹 핵심 서비스를 통합했고, 향후에는 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연동, 보험 서비스 확대 등 종합금융 플랫폼으로의 고도화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금융 코칭 ▲직장인 전용 컨설팅 ▲맞춤형 보험 추천 등 특화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체류시간과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앱을 자산관리 중심 슈퍼앱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 자동화 ▲외화 환전 ▲글로벌 송금 등의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여행 일정 관리 ▲구독 결제 ▲모바일 청첩장 등 비금융 기능도 확대하고 있다. 사용자 행동 기반의 사용자 경험(UX) 설계에 집중하며 ‘금융+일상’이 결합된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금융과 유통을 결합한 슈퍼앱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중 ‘NH올원뱅크’와 ‘NH멤버스’ 앱을 통합해 새로운 슈퍼앱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 앱은 1400만명 규모의 멤버십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협 주유소, 하나로마트 등 전국 유통 채널과 연계해 소비·포
인트·금융을 통합하는 모델을 지향한다. 예를 들어 마트 이용자에게는 소비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농업 종사자에게는 계절별 금융 상품을 자동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는 은행 앱에서는 보기 드문 로컬 맞춤형 서비스다.
시중은행의 슈퍼앱 전환은 단순한 기능 확대를 넘어 본질적인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더 이상 고객은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토스·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반 플랫폼에서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를 해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AI·빅데이터·마이데이터 기반 분석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콘텐츠 제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추천 대출 한도 ▲실시간 투자 제안 ▲자동 카드 혜택 알림 등은 이제 필수 기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모든 것을 담는 앱’이라는 슈퍼앱 전략은 기능이 많아질수록 앱 구동 속도가 느려지고, 인증이나 핵심 기능 장애 시 전체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부 은행의 앱 장애로 인해 증권·카드 서비스까지 동시 마비되며 고객 불만이 폭주하는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편리함을 추구해 만든 슈퍼앱이 무거워지고 복잡해지면 오히려 고객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능의 다양성보다 중요한 것은 빠르고 간결한 사용자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누가 더 빠르게, 더 자연스럽게 고객의 일상에 녹아드는 앱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금융 플랫폼 경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 고객에게 은행이란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스마트폰 속 하나의 아이콘일 뿐”이라며 “그 아이콘을 하루에 몇 번 누르게 하느냐가 곧 금융사의 브랜드 파워와 수익성을 결정짓는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은행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은행 앱’이 아니라, ‘생활 앱’으로 고객에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느냐가 진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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