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14발의 폭탄’…트럼프式 힘을 통한 평화의 명암[특파원 리포트]
- 국익 우선, 외교로 안되면 군사력 동원하는 트럼프 독트린
일방적 무력 행위로 평화 지속 가능한지는 미지수

이데일리 미국과 중국 특파원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경제·산업 분야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이데일리 김상윤 뉴욕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을 전격 폭격한 지 이틀 만에 이란-이스라엘 휴전을 선언하고 “다음 주 이란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폭격→휴전→협상’으로 이어지는 급박한 전개는 전통 외교 문법과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을 계기로 자신의 외교 전략인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가 유효함을 과시했다. 이른바 ‘트럼프 독트린(Trump Doctrine)’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주간 중동을 휘감았던 전면전 위기는 일단락됐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혼란과 긴장 속에 있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전술적 승리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적 평화 질서의 전환점이 될지는 물음표로 남아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21일(현지시간) B-2스텔스 폭격기 편대를 투입해 나탄즈, 이스파한, 포르도 등 이란 핵시설 3곳에 대한 정밀 타격했다.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 14발은 모두 이란 핵개발의 심장부를 겨냥했다. 공격은 예고 없이 이뤄졌고, 지상군은 투입되지 않았다. 민간 피해는 없었다.
이란은 제한적 보복 대응에 그치며 사실상 꼬리를 내렸다. 이란은 이틀 뒤 카타르 내 미군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미사일 14발을 발사해 보복 공격에 나섰지만 대부분 요격됐고,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에 공격 사실을 미리 알리는 등 사실상 ‘통제된’ 보복에 그쳤다. 이후 이란은 미국과 간접 접촉을 시작했고 휴전에 동의했다.
미국의 대응은 그가 수년간 강조해온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의 논리를 그대로 반영한다. 전술적으로는 협상 테이블을 다시 여는 데 성공했고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가라앉자 국제 유가는 전쟁 전 수준으로 급락했다.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서도 민간 피해 없이 사태를 수습한 점은 미국 내 보수 진영으로부터 “가장 이상적인 작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화당 인사들은 이번 작전을 “교과서적인 승리”라고 자평한다. 핵심 인프라만 정밀 타격하고, 미국 측 병력 손실 없이 협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J.D. 밴스 부통령은 “지금 우리는 미국과 세계를 변화시킬 새로운 외교 원칙의 정립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를 ‘트럼프 독트린’으로 명명했다. 트럼프 독트린은 ▲첫째 명확한 미국의 국익을 밝히고 ▲둘째 이를 외교적으로 강하게 해결하려 시도하며 ▲셋째 외교가 실패할 경우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해결하고 장기전이 되기 전에 철수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상대방을 흔들기 위해 극단적 요구와 위협을 사용한 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인다’고 그의 협상 방식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이란-이스라엘 사태에서도 그러한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독트린이 러시아와 북한을 향해 던지는 간접 메시지는 작지 않다. “미국은 말뿐인 나라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외교적 파급력은 상당하다.

구조적 불안정은 여전…외교적 설계는 빈 공간
그러나 모든 평가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현재 상황은 일단 휴전으로 안정화된 듯 보이지만,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구조적 불안정을 내포하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은 휴전을 수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도 수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합의는 느슨하고 앞날은 불투명하다. 이번 무력 충돌이 더 큰 평화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더 큰 유혈 사태의 전조에 불과할지는 수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과 원심분리기 부품 상당수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이후에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이란과의 회담’이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에서 어떤 의제로 진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과 이란은 외교적 신뢰가 거의 없는 상태이며 유엔을 통한 중재 역시 현실성이 낮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 협상을 고수할 경우, 이란 측의 국내 정치적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제니퍼 카바나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즈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란이 미국 요구를 수용할 경우 추가 제재나 군사적 응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보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런 위협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개입은 위협의 신뢰도를 높였지만, 동시에 미국의 보장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외교 전략은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힘 없는 평화는 없다’는 철학은 냉전 시대 미국 보수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1세기 국제 질서는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다. 중동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일방적 무력행위가 얼마나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끌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유럽은 다자협상 복원을 요구하고 있고 이란 역시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일관성 부족과 과도한 군사 의존이 오히려 외교적 신뢰를 저해하고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시카 매튜스 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총재는 “트럼프식 접근은 협상 파트너를 압박해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구조적 해법이나 국제적 합의에는 오히려 역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무력으로 협상의 문을 열었다. 그 파괴력과 독특함만큼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폭탄 뒤의 설계’가 필요하다. 그 공간을 채우는 건 결국 외교와 제도, 그리고 신뢰다. 트럼프 독트린이 진정한 평화 전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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