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동주의 펀드 개입에 지분전쟁 격화
소액주주 표심 캐스팅보트 떠올라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한국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이 '남매의 난'에서 '오너 일가 전체의 분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분 다툼과 공개 반박전에 이어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까지 이어지며, 기업 이미지와 거버넌스(기업 지배구조)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너가 대립이 장기화할 양상도 보이는 가운데, 법적 공방과 주주 세력 균형 변화가 경영권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남매)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이후 창업주인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이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콜마홀딩스 주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남매 갈등에서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으로
윤동한 회장은 지난 5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장남인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2019년에 증여한 약 230만 주(현재 무상 증자로 460만 주)의 주식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주식의 처분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도 신청했다.
앞서 윤 회장은 2018년 아들인 윤상현 부회장, 딸인 윤여원 대표와 함께 콜마비앤에이치 지배구조 관련 3자 경영 합의를 체결했다. 당시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를 통한 그룹 운영을 맡고, 콜마비앤에이치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업 경영권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합의를 전제로 윤 회장은 지난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보유 중이던 콜마홀딩스 지분 28.18%를 윤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현재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그러나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등을 문제 삼아 윤 대표의 경영권에 개입하면서 남매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윤 부회장은 지난 4월 25일 콜마비앤에이치에 자신과 이승화 CJ제일제당 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윤 회장은 이를 합의 위반으로 보고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윤 회장이 딸인 윤 대표 편에 서면서 남매 간 갈등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된 셈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6월 27일 윤 회장이 윤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이 윤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경영권 분쟁의 판도는 윤 회장 부녀(윤동한·윤여원)에 유리하게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윤 대표와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실적을 두고도 이견을 보이면서 양 측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윤 대표는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콜마홀딩스가 제기한 최근 5년간의 경영악화 및 실적 부진 주장을 일축 했다. 이날 윤 대표는 ‘콜마비앤에이치가 수년간 실적 부진과 미래 전략 부재로 그룹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윤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건강기능식품 시장 전반의 침체 속에서도 꾸준한 매출 증가를 이어왔으며 2024년에는 연결 기준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61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콜마비앤에이치 따르면 이는 윤 대표가 단독대표로 취임한 첫해에 달성한 성과다. 이러한 실적을 거둔 대표에게 실적 부진을 이유로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한 주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콜마홀딩스는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콜마비앤에이치가 매출이 소폭 오른 점만 떼어내 유리한 입장대로 부풀렸다”며 재반박에 나섰다.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시총은 과거 2조1000억원에서 현재 4000억원대로 폭락했고 영업이익도 1092억원에서 246억원으로 4분의 1 토막 났으며 영업이익률도 78% 추락했다”며 “이는 사실상 ‘경영 실패’”라고 주장했다.

분쟁은 외부 세력까지 얽힌 지분 경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달튼 인베스트먼트는 올해 3월 콜마홀딩스 지분을 5.01%에서 5.69%로 늘리고, 지분 보유 목적도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이후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임성윤 달튼코리아 공동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임 대표가 콜마홀딩스 이사회에 진입한 이후, 콜마홀딩스는 콜마BNH 이사회에 사내이사 교체 압박수위를 높였다.
현재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지분 44.63%)의 최대주주다. 올해 3월 기준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로 최대주주이며, 지주사 구조상 콜마BNH에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 외 콜마홀딩스 주요 주주는 ▲윤여원 대표(7.6%) ▲윤동한 회장(5.59%) ▲달튼(5.69%)으로 구성됐다. 나머지는 소액주주 지분으로 38.55%에 달한다.
향후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창업주·장녀 연합과 장남·달튼 연합간의 지분 격차는 역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콜마홀딩스 지분율 38%가 넘는 소액주주의 표심이 실제 경영권을 가를 최종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7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따라 주주들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재판부가 윤 부회장과 윤 대표 입장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주주친화적으로 해석하느냐가 이번 소송전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가족 경영 분열이 아닌,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외부 감시 체계 강화라는 거대한 변화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주목된다. 소송 결과와 주총 향방에 따라 그룹의 향후 지배구조와 승계 전략이 재편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국내 상장사의 ▲승계 방식 ▲소액주주 권익 보호 ▲행동주의 펀드의 역할까지 광범위한 논의를 촉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분쟁 장기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 될 경우, 그룹사 경영환경 변화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이사회 진입부터 주요 주주의 지분 변화 가능성까지, 거버넌스 요인이 시장에서 주가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콜마그룹은 이번 분쟁을 계기로 승계 과정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대외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오너리스크가 장기적으로 주가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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