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암표상 때문에 괴로워요"...아이돌 팬들의 고충 [백세희의 컬처&로(LAW)]
- 공연문화 좀먹는 암표상들, 무엇이 문제인가
단순 구매자는 처벌받지 않아...근절 위한 대책 필요

자유시장경제? 그래도 암표가 나쁜 이유
해외 유명 가수의 내한공연이나 국내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1분 컷’으로 매진되고, 암표가 대거 발각되었다는 뉴스는 새로울 것도 없을 정도로 비일비재하다. 공연기획사와 티켓판매처는 부정거래 예매를 취소 처리하고 이들에게 다른 공연에서의 예매도 금지하는 패널티를 주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런 경고가 무색할 정도로 암표는 횡행하고 있다.
암표상이 티켓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되파는 일은 공연계의 골칫거리다. 이에 대응하여 공연기획사 측에서는 예매한 아이디와 실제 입장하는 자가 동일인일 것을 입증해야만 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이에 질세라 암표상들은 ‘아옮(아이디 옮기기)’, ‘계옮(계정 옮기기)’ 등 방법을 이용해 자신의 티켓을 구매자의 아이디로 옮겨 주며 공연기획사 측의 대응을 무력화한다. 암표 수법도 꾸준히 발전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암표는 왜 나쁜 것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암표에 붙는 프리미엄, 즉 추가적인 금액을 ‘선착순 경쟁을 하지 않고 입장권을 확보하는 부가가치’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암표를 ‘위험을 덜기 위한 대가’로 접근한다면, 왜 나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암표의 문제는 공연의 생산자가 아닌 제3자, 즉 암표상의 배만 불린다는 데 있다. 암표상은 공연의 생산자도 향유자도 아니면서 가운데 껴서 이득만 챙길 뿐, 공연예술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 나아가 이중매매나 공연 취소시의 환불문제 등에 대해 정당하게 책임을 지지도 않는다. 또한 값비싼 프리미엄으로 인해 ‘경제는 어려운데 공연계만 호황’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공연법서는 ‘기업형 매크로’ 암표상만 처벌
암표는 오래전부터 처벌의 대상이었다. 처벌의 근거인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2항은 나루터, 정류장 등에서 입장권 등을 다른 사람에게 웃돈을 받고 되파는 행위를 2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규율하고 있다. 이 조항은 1973년, 그러니까 52년 전에 신설되었다. ‘나루터’ 같은 오래된 표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오프라인상의 행위만을 규율한. 따라서 온라인상 이루어지는 암표 판매를 처벌할 수 없다. 처벌 수위도 매우 낮다.
이런 문제점을 반영해 2020년 12월 「공연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당시의 개정법은 ‘정부의 암표방지 노력 의무’만을 규정할 뿐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다 2023년 2월 「공연법」의 재개정을 통해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상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드디어 마련되었고, 2024년 3월 22일부터 시행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개정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개정법은 매크로를 이용하는 암표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매크로 없이 티켓을 잡아 폭리를 취해도 만일 그것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면 제재 근거가 없다는 문제가 남는다. 「공연법」 규정만으로 암표 판매를 중개하는 ‘플랫폼’까지 함께 처벌하는 것은 어려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법정형 역시 범죄억지력을 갖기에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형 암표상은 형법상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법원은 자금관리책, 예매책, 매크로 프로그래머, 예매사이트 계정모집책, 티켓 수령책, 판매책, 전달책으로 구성된 온라인 암표 조직에 대해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유죄를 선고하고 있다(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1. 1. 22. 선고 2020고단178 판결 외 다수).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예매사이트에 침입해, 수집한 ID의 명의자인 것처럼 접속한 후 티켓을 구입하여 위 예매사이트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정된 「공연법」을 적용한 처벌례는 없다. 지난 10월 「공연법」을 적용할 수 있는 매크로 암표상을 처음으로 적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뿐, 이에 대한 판결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이들에게는 「공연법」 위반은 물론, 과거와 마찬가지로 형법상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 위반도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별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은 물론이고, 범죄 수익을 몰수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몰수·추징 역시 징역이나 벌금과 마찬가지로 형벌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 선고되어야 한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범죄수익은닉처벌법)은 장기 3년 이상의 형을 선고하는 죄에 대하여 범죄로 인하여 얻은 이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은 모두 5년 이하의 징역을 법정형으로 정하므로 「범죄수익은닉처벌법」에 의한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연법」만에 의해서는 범죄 수익을 환수할 수 없다. 「공연법」 내에 별도의 몰수·추징에 관한 조항을 두지 않은 데다가, 최대 1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할 수 있을 뿐이므로 「공연법」 위반만으로는 장기 3년 이상의 형을 부과하는 죄에 적용되는 「범죄수익은닉처벌법」 상의 몰수·추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별도로 법정형이 무거운 업무방해 등의 유죄가 인정되어야 한다. 단지 개정된 「공연법」만으로는 암표상들에 대한 범죄억지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암표 거래 빙자 사기 피해도 잇달아
암표 자체가 갖는 해악을 넘어서, 암표 판매를 빙자한 사기 범죄까지 활개다. 돈만 받고 잠적하거나 유효하지 않은 티켓을 전달하는 수법이 일반적이다. 필자가 공연장 상담소에서 만난 관객들은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암표상들은 통상 정가에 수 배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시한다. 처음부터 수십, 또는 수백 배의 금액을 요구하지 않음으로서 진정한 판매자로 보이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이후 잠적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는 “계좌 명의인이 자신의 지인이고 판매하는 티켓이 여러 장이므로, 지인에게 반환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확인을 위하여 피해자가 입금자명을 정정하여 다시 동일 금액을 입금하여야 한다”는 식으로 2차, 3차 송금을 유도한다.
무엇보다 공식 판매처가 아닌 곳에서 사지 않는 것이 제1원칙이지만, 만약 이미 입금을 한 경우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2차, 3차 송금은 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사기를 당했으면서도 피해 금액이 비교적 소액이고, 나아가 자신 역시 함께 처벌을 받거나 불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는 이도 있었다.
암표의 구매자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 사기의 피해자일 뿐이므로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신고할 필요가 있다. 경찰서에 방문하거나 사이버범죄신고시스템에 접속하여 사기죄로 신고할 수 있다. 입금한 계좌번호, 예금주명을 알리고, 미리 갈무리해 놓은 입금내역 증거를 첨부한다. 나아가 암표상의 계좌가 국내 계좌일 경우 해당 은행 고객센터에 ‘사기 피해 계좌’임을 명시해 지급정지를 요청한다. 이때 수사기관에 접수한 사건 번호 등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미리 신고를 해 접수 번호를 파악해 놓는 것이 좋다. 이외에 금융감독원 전자금융사기피해금 지급정지제도(1332)를 이용할 수도 있다.
암표 사기는 결국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퍼지려면, 공연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암표의 해악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신고해야 한다. 필자 역시 앞으로의 몇몇 대규모 공연에서 콘텐츠진흥원 등과 함께 암표 근절 캠페인에 나설 예정이다. 본 칼럼의 독자들이 공연장에서 법률상담소 푯말 앞에 앉아있는 필자를 보고 말을 걸어주길 기대한다.
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구독하면 200만원 주식 선물', 팜이데일리 8월 행사 시작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차은우 측 “군부대로 보낸 편지·선물 모두 폐기”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트럼프 “오늘 韓 25%관세인하 제안 듣겠다"...4천억불 카드 나오나(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애경산업 인수 3파전…태광 유력설 속 몸값·성장성 의문 여전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대웅제약, 이데일리·기자 상대 무더기 소송서 패소...법원 “공익 목적, 위법 없다”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