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부도 문턱’ 넘은 여천NCC...구조적 문제는 여전
- DL, 여천NCC에 1500억 긴급 수혈
한화솔루션도 1500억 자금 대여 승인
중국發 공급 과잉에 업계는 먹구름

급한 불은 껐지만
DL케미칼은 지난 11일 이사회에서 약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지주사 DL㈜은 이 가운데 1778억원을 직접 출자해 재원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해당 자금은 여천NCC 경영 안정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도 앞서 7월 말 이사회에서 1500억원 규모 자금 대여를 승인했다. DL케미칼도 14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동일 금액 대여 안건을 상정한다. 양측이 계획대로 집행하면 최대 3000억원의 추가 유동성이 확보된다.
이번 자금 수혈은 '급한 불 끄기' 성격이 강하다. 여천NCC는 오는 21일 39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결제해야 한다. 운영자금은 공장을 돌리기 위해 매달 빠져나가는 필수 비용이다. 원료업체 대금 및 설비 가동 비용 등 ‘단기 결제성 채무’가 주로 포함되는데, 기한 내 결제를 놓칠 경우 원료 공급 차질 및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8월 말까지 카드대금과 신용장(LC) 대금, 원료 구매대금, 회사채 일부 상환, 급여 지급 등 각종 단기 지출에 약 1800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연말까지는 회사채 만기 상환과 단기 차입금 상환, 원료 구매와 설비 가동을 위한 운전자금 등을 합쳐 31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당장 결제 기일이 도래한 채무와 필수 운영비, 만기 도래 채권 상환이 한 시기에 몰리면서 자금 압박이 겹친 상황인 셈이다.
자금난은 현장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여천NCC는 지난 8일 전남 여수 제3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해당 공장은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핵심 설비로, 멈춰 설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협력사에도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주주 자금 지원이 ‘부도 문턱’을 넘기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악순환을 끊기 어려울 것”이라며 “원료 공급 계약의 구조적 재조정, 세무 분쟁의 조기 종결, 노후 설비 교체와 공정 효율화, 그리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시장 다변화 전략이 동시에 추진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갈등 불씨는 여전
대주주 간 갈등 불씨도 여전하다. 여천NCC를 둘러싼 양대 주주 간 신경전의 핵심에는 원료 공급 조건과 세무조사 결과가 있다. 국세청은 올해 초 세무조사에서 여천NCC가 주주사에 공급한 에틸렌 가격이 정상 거래가격보다 낮다고 판단, 총 1006억원을 추징했다.
한화솔루션은 이 가운데 약 95.6%가 DL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원료 가격 산정이 DL 측에 유리하게 책정됐다는 입장이다. DL 측은 정반대 해석을 내놓는다. 문제로 지적된 원료는 거래량이 적고 국제 기준 가격도 뚜렷하지 않아 시가 산정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여천NCC를 둘러싼 갈등은 침체된 업황과 맞물려 더욱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장기간 약세를 보이면서, 원료 거래 조건의 유불리가 곧바로 손익에 직결되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생산 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2023~2024년 사이 신규 NCC(나프타 분해시설)와 PDH(프로판 탈수소) 설비가 대거 가동되면서, 글로벌 시장에 값싼 제품이 대량 풀렸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약 5500만 톤이다. 이는 전 세계 생산능력의 23% 안팎을 차지한다. 실제 생산량만 해도 4800만 톤을 웃돌아 글로벌 시장에 쏟아지는 물량이 만만치 않다.
프로필렌 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2025년에는 중국의 프로필렌 생산능력이 국내 수요를 약 740만 톤가량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약 740만 톤 규모의 공급 과잉이 발생하는 것이다. 수출 물량도 눈에 띄게 늘어, 2017년 1600톤대에 불과했던 중국의 프로필렌 수출은 2024년 7만 톤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국제 시장에서 에틸렌·프로필렌 가격은 장기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천NCC의 주력 제품 역시 중국이 쏟아내고 있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이다. NCC 사업자는 원료(나프타·부탄 등) 가격 변동에 민감한데, 판매가가 낮아진 상황에서 원료 매입 조건이 조금만 불리해져도 손익이 급격히 악화된다.
복합적인 상황 속 삼일회계법인(삼일PwC) 경영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석유화학 자급률 개선을 위해 증설을 본격화했고 그동안 중국 수요 증가에 따라 성장하던 한국 석유화학업체들에게는 이때부터 적신호가 켜졌다”며 “한국 제품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글로벌 우위를 점하지 못한 점도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업황 부진은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의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공장 유휴설비를 축소하고 설비 합리화 방안을 모색하는 구조재편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또 특정 석유화학단지 에 중복으로 진출한 업체들의 공장을 유사 제품군별로 전략적 설비교환 또는 인수합병(M&A)하는 설비 통폐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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