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기술이 살피고, 사람이 돌본다...‘AI 시니어 돌봄타운 1호’ 포천시 [이코노 인터뷰]
- 용명숙 관인노인복지센터 센터장 인터뷰
AI 시니어 돌봄타운 1호 포천시 관인면
자리 잡은 AI 돌봄...현장 반응도 안정적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는 관인면을 인공지능(AI) 돌봄 서비스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했다. 초고령 농촌 지역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돌봄 모델을 실험하기 위해서다. 그 최전선에는 용명숙 관인노인복지센터장이 있다.

“사실 우리가 먼저 AI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건 아니었다. 당시에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다. 그런데 경기도에서 ‘여기서 한번 해보자’고 먼저 권유했다. 관인면이 노인 인구 비율이 워낙 높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시범사업지로 적합하다고 본 것 같다.”
용 센터장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2024년 7월 AI 돌봄 첫 도입 당시 "낯설고 부담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돌봄은 ‘사람이 직접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보조하고 효율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현재 관인면은 'AI 시니어 돌봄타운 1호'로 불린다. 초고령 사회의 돌봄 공백을 AI와 디지털 기술로 메우기 위한 전국 첫 실험지다. 이곳에는 AI 돌봄의 전초기지가 있다. 마을의 작은 도서관을 개조해 만든 AI 사랑방, 어르신들이 치매 예방에 참여할 수 있는 AI 게임존, 낙상 사고를 미리 감지하는 스마트 매트, 그리고 실제 무인주문기를 연습할 수 있는 키오스크 체험 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용 센터장은 “어르신들이 실제 카페나 병원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연습하는 공간을 만들었다”며 “영수증 출력까지 가능해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신다. 예전에는 기계 앞에서 쩔쩔매던 분들이 지금은 당당히 주문하고, 병원 키오스크도 혼자서 하신다. 작은 변화지만 삶의 자존감을 크게 높여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여러 기술들 중 관인면 돌봄 시스템의 핵심은 AI 기반 돌봄 관리 플랫폼인 ‘와플랫’(Waplat)이다. 와플랫은 AI 기반 돌봄 관리 플랫폼으로, 특히 초고령 사회의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시스템d이다. ▲AI 기반 비대면 안부 및 안전 확인 ▲응급상황 발생 시 24시간 365일 전문 요원 관제 출동 ▲식약처 인증 심혈관 및 스트레스 체크 ▲전문 의료진과 건강·정서 상담 및 실시간 생활 상담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용 센터장은 “아침마다 앱을 열어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게 제 루틴(습관)이 됐다”며 “예전에는 어르신 한 분 한 분께 전화를 돌리느라 하루를 다 보냈는데, 이제는 AI가 준 정보를 보고 필요한 분께만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자가 와플랫으로 확인한 건강일지에는 수백 명의 어르신 심박수 기록이 요일별로 촘촘히 저장돼 있었다. 와플랫의 ‘생체 데이터 수집·분석 기능’을 활용한 결과다. 어르신들은 휴대전화 뒷면에 손가락을 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기기가 심박수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즉시 시스템에 전송하고, 담당 복지사는 이를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이 덕분에 복지사들은 현장에 가지 않아도 수백 명의 건강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전화 확인이나 현장 출동으로 이어진다.

AI 돌봄의 도입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불신’이었다. 어르신 건강 데이터라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일부 자녀들은 “괜히 앱을 깔았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이에 용 센터장은 직접 마을을 돌며 일일이 설득했다. 경기도 담당자와 복지사들과 함께 홍보물품을 들고 한 집 한 집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점차 “괜찮다”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와플랫 활용 참여율은 90%를 넘겼다. 초기의 반신반의가 확신으로 바뀐 것이다.
용 센터장은 AI 돌봄의 가치를 ‘예방’에서 찾는다. 그는 “병이 난 뒤에 병원을 가면 이미 늦다”며 “AI 서비스는 심혈관 체크 같은 기초 건강 관리를 통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돌봄의 패러다임이 시설 수용에서 벗어나, 집에서 익숙한 환경 속에서 마지막까지 생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 전환점에 AI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AI만으로는 돌봄이 완성되지 않는다. 센터장은 “AI가 아무리 좋아도 관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AI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한다면, 사람은 그 정보를 토대로 깊이 있는 교감과 정서적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 센터장은 “AI와 사람이 서로 보완해야 제대로 된 돌봄이 된다. AI가 단순 업무를 덜어주면, 사람은 그만큼 어르신들과 더 깊게 교류하고 집중적으로 살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추구하는 돌봄 철학은 ‘인간 중심 돌봄’이다. 이 때문에 그는 AI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인간을 돌보는 행위는 ‘인간’이 주체가 되야하고, AI는 도구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용 센터장은 “돌봄을 받는다고 해서 다 문제가 있는 환자는 아니다”라며 “어르신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돌봄은 신체적·정서적·사회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무엇보다 본인이 참여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행위는 AI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AI는 도구일 뿐, 인간의 따뜻한 손길은 대체할 수 없다. AI가 단순 업무를 대신해줄 때, 사람은 더 깊은 교감과 돌봄에 집중할 수 있습다. 결국 사람과 기술이 함께 갈 때만 더 온전한 돌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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