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미술관이 9월 12일부터 12월 28일까지 안형남 개인전 《불가분不可分, 안형남의 서사》를 개최한다. 이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빛과 소리,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해온 한인 1세대 작가 안형남의 예술 여정을 망라한다. 특별히 이 전시는 기획자 케이트 신 이사장의 세밀한 기획력이 깊이 스며 있어 화제다. 

이번 전시는 뉴욕 워터폴 아트재단 이사장인 케이트 신의 철저한 기획과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는 3년 전부터 국내를 수차례 오가며 기획 단계부터 설치, 협업 작가 선정, 공간 연출까지 전 과정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모란미술관 본관에서부터 백련사 영역, 야외 테라스까지 이어지는 전시 동선을 설계하며 빛과 소리, 그리고 디아스포라의 서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세심하게 조율했다. 단순한 ‘전시 개최’가 아닌 기술과 예술이 교차하는 복합적 현장을 만들어낸 그의 기획은 한국 사립 미술관 전시 기획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케이트 신 감독은 미국 맨해튼의 워터폴 맨션 & 갤러리와 워터폴 아트재단의 창립자다. 뉴욕에서 다양한 산업 분야를 넘나드는 창의적 협업을 주도해왔다. 지난 13년 동안 직접 투자해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옆 워터폴 맨션 갤러리에서 400명 이상의 전시를 기획하고 후원했다. 워터폴 아트재단 창립 이후에는 100명 이상의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을 뉴욕에서 데뷔시켰다.

신 감독은 “창의성은 커뮤니티 안에서 조성되어야 한다.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연결고리가 되고자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뉴욕대학교 스턴 비즈니스 스쿨에서 금융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부동산 개발학 석사를 받았다. 또한 안젤로 고든 앤 코에서 아시아 투자담당 이사로 활동하며 도시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케이트 신 감독은 지난 10년 이상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미국 현대미술 시장 글로벌화에 가장 영향력 있게 기여했다.  2019년 아트넷 뉴스의 조사에서 미국 내 현대미술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인 중 유일한 아시아 여성으로 선정되었다. 

안형남은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전에서 백남준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며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키네틱 아티스트다. 빛과 소리를 매개로 한 그의 조각은 미국 뉴욕과 시애틀에서 주목받아 왔으며, 2012년 백남준 탄생 80주년 기념 초대전에서 선보인 대표작 〈핏줄〉은 그의 예술 세계를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케이트 신의 기획 아래 그가 미국에서 제작한 조각과 베니스에서 직송한 〈이브와 아담〉 그리고 부친의 시와 드로잉이 한 자리에서 만나며 작가의 정체성과 가족사를 아우른다.

특히 전각 공간에서 펼쳐지는 〈선녀와 나무꾼〉은 케이트 신이 주도한 협업의 결정체다. 과거 산신각으로 사용된 공간의 양벽에 안형남이 직접 그린 먹화 위로, 신지호 교수의 미디어아트와 이수현 교수의 통합예술치료 사운드가 어우러져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영원히 붙잡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사유를 담은 이 설치는 전통과 현대, 기술과 인간의 정서가 교차하는 장을 만든다.

모란미술관 이연수 관장은 “해외에서 뿌리내린 작가가 고국에서 자신의 뿌리를 되돌아본 결과물이자 기술 중심의 작품이 서정으로 변환하는 기점”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케이트 신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기획력은 이번 전시를 단순한 개인전이 아닌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적 확산을 보여주는 모델로 끌어올렸다. 작가, 기획자, 미술관이 삼위일체가 된 이번 프로젝트는 사립 미술관의 공공적 역할과 국제적 비전을 함께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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