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제4인뱅 도전 지속…금융생태계서 소상공인 모세혈관 될 것” [이코노 인터뷰]
-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소상공인 금융의 판을 짠 ‘데이터 창업가’
은행업 도전 나서 “소상공인전문은행은 가야할 길”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서울 테헤란로의 한 건물 6층.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를 만나러 사무실에 들어선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한쪽 벽면에 가지런히 진열된 상패와 협약서들이다. KCD가 걸어온 성장의 궤적이 한 눈에 보였다. 이어 대표실로 들어서자 책상 옆 벽에는 제4인터넷은행 관련 신문기사와 인공지능(AI) 관련 기사들이 오려 붙어 있었다. 김 대표의 최근 관심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데이터로 길을 연 ‘연쇄 창업가’…소상공인 시장에 주목
‘데이터’를 기반으로 두 번의 창업을 해온 김 대표는 ‘연쇄 창업가’라고 불린다. 그는 지난 2011년 ‘아이디인큐(오픈서베이)’를 설립했다. 이후 2016년 대표직에서 물러나 같은 해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과학을 좋아했고, 인문학이 덜 중요한 건 아니지만 숫자를 다루는 일은 명확히 떨어지니까 매력이 있었다”며 “인문학이 덜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데이터와 숫자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서비스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KCD는 설립 초기부터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기반으로 성장했고, 지난 2022년에는 국내 최초로 개인사업자의 신용평가를 전업으로 하는 한국평가정보(KCS)를 출범했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에서의 확장 가능성이 굉장히 커 보였다”면서 “해당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사장님들이 한 서비스에서 A부터 Z까지 해결할 수 있는 ‘사장님 포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발로 뛰며 고객관리…이젠 AI 비서 개발까지
캐시노트 서비스를 처음 내놓았을 당시는 김 대표에게 식사 시간은 ‘고객 관리 시간’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서울 선릉역 근처에 점심·저녁을 저녁 먹으러 갈 때, 방문한 가게 사장님 캐시노트를 이용하는 분이면 일부러 인사드리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간 김 대표가 사업을 확장해오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우리나라 약 600만개의 소상공인 사업체의 요구가 제각각이지만, 초기 확장성을 위해선 캐시노트를 보편적인 서비스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이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나왔고, KCD 또한 AI· 대규모언어모델(LLM)등을 이용해서 개인화·자동화하는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특히 주목한 문제는 ‘사장님의 외로움’이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KCD는 지난해부터 대형언어모델(LLM)을 적용한 AI 비서 ‘캐시니(Cashiny)’ 서비스를 시험했고, 올해 봄 정식 출시했다. 캐시니는 매출·입금 예정 금액·상권 분석·매장 리뷰 분석 등 가게 운영의 실질적 상담은 물론, ‘친구 모드’를 통해 위로와 대화를 이어간다.
김 대표는 “사장님들은 가족에게도 말 못 하는 고민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사장님들이 캐시니에게 위안을 받았다고 말씀해주실 때 가장 뭉클하다”고 전했다.

“소상공인 ‘돈’ 흐르는 모세혈관 역할 할 것”
창업 10년 차, 김 대표는 소상공인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KCD가 기존에 보유한 데이터와 신용평가 기술력이 인터넷전문은행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본 것이다.
김 대표는 “KCD 창업 초기부터 은행을 목표로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게 또 목표에서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 “소상공인에게 금융은 수많은 문제 중 하나고, KCD 서비스의 목표가 사장님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자는 것이기에 관심사는 은행업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은행을 통해 사업체에 혈액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캐시노트 사용자 기준 200만명 사장님들의 연매출 총합은 300조원에 가깝다”면서 “200만 소상공인이 사고, 팔고, 대출받는 등 경제활동은 연간 약 600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이어 “시장에는 600조원의 혈액들이 돌아다니는 것”이라며 “은행은 소상공인 금융 생태계서 모세혈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을 위한 은행에게 중요한 것은 혁신적인 여신 상품이라고도 강조했다. 특히 사업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는 신용평가 모형을 통해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내주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한 평가 데이터로는 ▲오후 3시~4시의 매출 ▲재방문 고객의 비율 등을 예시로 들었다.
김 대표는 “많은 사장님들이 장사를 열심히 해서 매출을 올려도 은행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고, 사실상 닫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개인 신용 점수만 보지 않고 사업 역량을 함께 고려해 소상공인들이 보다 정당하게 평가받는 은행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접지 않은 ‘제4인뱅 꿈’…“다음 인가 때는 좋은 결과”
하지만 김 대표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첫 도전은 아쉬운 결과로 돌아왔다. KCD가 주도한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에서 탈락한 것이다. 외부평가위원회는 소호은행 컨소시엄에 대주주 자본력·영업 지속 가능성·안정성이 다소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그는 “대주주 자본력에 대해서도 ‘미흡’이 아니라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큰 문제가 아니라 작은 흠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KCD가 지난해까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이슈가 된 것 같지만, KCD는 현금을 풍부히 보유하고 있다”면서 “올해 안에 월간 흑자 전환을 기록하고, 2026년에는 연간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가 도전이 한 차례 좌절됐음에도 김 대표는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소상공인전문은행은 당위성·필요성 모든 면에서 조만간 실현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KCD는 한국에서 소상공인을 가장 잘 아는 기업이고, 소호은행 컨소시엄은 역대 인터넷은행 신청 중 가장 많은 은행 주주를 확보했다”면서 “다음 인가 시기에는 더 발전된 사업 구조를 통해 정책 당국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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