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네이버-두나무, 한국판 ‘디지털 금융 제국’ 열까
- [네이버-두나무 딜]①
결제·투자·블록체인 아우르는 새 생태계 열릴까
규제 넘으면 ‘한국형 디지털 금융 플랫폼’ 현실화 가능성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국내 디지털 경제의 지형을 재편할 메가딜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인터넷 플랫폼의 거인 네이버와 가상자산 시장의 절대 강자 두나무의 결합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기업금융(IB)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형태가 유력한 방식으로 꼽히는데, 형식상 네이버파이낸셜이 모회사지만 기업가치와 재무 성과 면에서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을 크게 앞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협업을 넘어 각자의 구조적 한계를 메우려는 전략적 결합으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금융과 데이터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고 두나무는 가상자산 시장의 글로벌 확장과 사업 다각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두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전통 플랫폼과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한국판 ‘구글-코인베이스’ 모델의 출발점이자, 향후 국내 디지털 금융 질서를 바꿀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결합이 현실화될 경우 양사는 단순한 사업 협력을 넘어 디지털 금융 생태계 전반을 뒤흔들 잠재력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인프라와 사용자 데이터를 통합하고 결제·송금·투자에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더하는 ‘종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노리는 구상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결제망과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력, 그리고 양사가 공유하는 4000만 명 규모의 이용자 기반이 맞물리면 기존 금융 시스템을 대체할 수준의 서비스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합병 핵심 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이번 딜의 핵심 시너지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금융 인프라 구축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와 1대1로 가치가 연동돼 실제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연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테더(USDT)와 유에스디코인(USDC)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신뢰도 높은 대형 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연간 결제액 80조원 규모의 네이버페이 인프라와 4000만명 이상의 사용자 기반은 실물 경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실험하기에 최적의 환경으로 꼽힌다. 두나무가 보유한 자체 레이어2 블록체인 ‘기와(Giwa)’가 이 구조에 결합하면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와’는 이더리움 기반의 보조 블록체인으로, 여러 거래를 묶어 처리하는 ‘옵티미스틱 롤업’ 방식을 적용해 거래 속도를 높이고 수수료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네이버페이 결제망과 연동하면, 발행(두나무)–유통(업비트)–사용(네이버페이)을 아우르는 자체 생태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기존 카드 결제 수수료(2~3%)를 1% 미만으로 줄일 수 있고, 두나무는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사업만으로 2030년까지 연간 수천억원대의 신규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용자 기반‧콘텐츠‧상장 등 시너지
사용자 기반의 통합과 데이터 결합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시장의 복잡한 고객확인(KYC) 절차는 신규 투자자 유입의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다. 하지만 네이버의 폭넓은 사용자 기반과 간편 로그인, 모바일 신분증 등 인증 인프라를 활용하면 이 과정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수백만 명의 신규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업비트로 유입되는 통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너지의 범위는 금융을 넘어 콘텐츠 IP 영역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 네이버웹툰이 보유한 글로벌 IP 생태계에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면 창작물의 소유권과 2차 저작물의 수익 분배 구조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팬 커뮤니티 기반의 토큰 보상 체계나 웹툰 IP를 토큰화한 거래 구조가 대표적인 예다.
상장 측면에서도 이번 결합은 두나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두나무가 단독으로 상장을 추진할 경우 가상자산 거래소로서의 사업 구조 한계 탓에 예상 기업가치가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결합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결제·투자·블록체인을 포괄하는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평가받게 돼 40~50조원 수준의 밸류에이션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한 거래소가 아니라 종합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나무와 네이버의 결합은 각자의 성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자,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상장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출발점”이라며 “네이버는 금융사업 확장의 발판을 확보하고, 두나무는 안정적인 기업 신뢰도를 기반으로 해외 자본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나 이 거대한 디지털 금융 동맹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여러 규제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가장 큰 변수는 금융당국의 ‘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기조’다. 전자금융업자인 네이버파이낸셜이 가상자산 사업자와 결합할 경우, 감독당국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각 분야 1위 사업자 간의 결합인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심사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논의가 오히려 제도 개선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만큼, 기존 규제 체계만으로는 새로운 금융 모델을 포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정부도 ‘디지털금융혁신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후속 시행령을 통해 제도 정비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논의가 그 흐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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