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지배구조 바꾸는 초대형 딜…네이버·두나무 ‘새 판 짜기’ 돌입
- [네이버-두나무 딜]②
교환비율·거버넌스 설계가 관건…송치형 회장 최대주주 가능성에 시장 촉각
FI 표심이 마지막 변수로 부상할 듯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합병 셈법’으로 옮겨가고 있다. 두 기업이 추진 중인 포괄적 주식교환의 구체적인 비율과 구조가 향후 통합 법인의 지배력 균형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는 까닭이다. 교환 비율에 따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최대주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합병은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형식보다 두 기업의 실질적인 체급 차이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가치와 재무 성과 면에서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을 크게 앞서기 때문이다.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약 14조~15조원, 네이버파이낸셜은 5조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이에 핵심 변수로 주식 교환비율이 떠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 기업의 가치 격차를 감안해 두나무 주식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신주 3주를 배정하는 1대3 비율의 거래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비율이 현실화될 경우 통합 법인의 지배구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이번 거래는 단순한 인수합병이라기보다 두 기업 간 체급 차이와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구조적 재편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보유한 지분 약 25%를 그대로 교환할 경우 통합 법인 지분 약 19~20%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네이버가 가진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은 기존 69%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들며 상대적 영향력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네이버가 통합 법인에서의 영향력을 쉽게 내줄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송 회장이 통합 법인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더라도 네이버가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병행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사회 구성에서 네이버 측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거나, 주요 안건에 대한 공동결정 구조를 마련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송 회장이 보유한 지분율이 높더라도 의사결정 체계상 실질적인 경영 주도권은 네이버 측이 유지할 수 있는 구상이다.
때문에 향후 협상은 단순한 교환비율 산정을 넘어 통합 법인의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송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설 경우 두나무 측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지만, 네이버 역시 플랫폼과 금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 안정화를 전제조건으로 삼을 수 있다. 이에 양사가 ▲이사회 구성 ▲의결권 배분 ▲자본 확충 등 주요 의제를 중심으로 균형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리더십 재편과 역할 분담 구상
일각에서는 이번 논의가 네이버의 중장기 사업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네이버는 광고·커머스 중심의 기존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신성장 축을 마련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직접 협상을 주도하는 것도 이 같은 변화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그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금융 인프라를 강화하고, 두나무의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그룹의 새로운 수익 기반을 구축하는 구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계열사 결합을 넘어 경영 체계의 세대 교체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GIO가 그룹의 핵심 의사결정권자로서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설계하고, 금융·데이터·자산관리 등 비핵심 영역의 운영을 외부 전문 경영인에게 위임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네이버 내부에서도 금융과 블록체인 분야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사업 단위를 강화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통합 법인의 주요 리더로 부상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송 회장이 기술과 금융서비스 전반을 총괄하며, 이해진 네이버 GIO는 그룹 차원의 전략과 자본 운용을 담당하는 형태의 역할 분담 구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두 인물이 각자의 전문 분야를 기반으로 협력하는 ‘분업형 리더십’이 현실화할 경우, 네이버는 내부 인력 중심의 경영 체계에서 외부 역량을 결합한 복합형 구조로 전환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두 리더 간 신뢰관계가 확고히 형성돼 있는 만큼 협상 과정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 GIO와 송 회장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선후배로, 오랜 기간 블록체인과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교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협상에서도 주요 안건을 실무진이 아닌 두 사람이 직접 논의하며 방향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관계는 통합 법인의 거버넌스 안정과 전략 추진 과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수는 재무적 투자자들의 ‘표심’
다만 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야 한다. 바로 주주들의 동의다.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송 회장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 등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합쳐도 약 38%에 그쳐, 추가 우군 확보가 필수적이다.
시장의 관심은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표심에 쏠린다. 한화투자증권·우리기술투자·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은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카카오는 경쟁사 강화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입장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사가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핵심 논리로 ‘통합 이후 기업가치 상승’을 내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성사될 시 통합 법인의 기업가치가 40조~50조원 규모로 재평가받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단순한 밸류 상승을 넘어, 플랫폼과 블록체인이 결합한 새로운 금융 모델이 시장에 등장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기술 기반 금융 대형주’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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