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김기론 기자] 경찰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인원을 배치해 범죄 연루 가능성이 있는 탑승자를 선별·단속하고 있지만, 일부 ‘장집’(대포통장 모집책)들은 여전히 텔레그램을 통해 캄보디아행 인력을 모집하며 활개를 치고 있다.

17일 연합뉴스 보도 등에 따르면, 한 장집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공지에는 “각자 출국 사유 잘 생각해서 말씀 안 하시면 (출국) 막힌다”는 경고문이 게시됐다. 이들은 “지금 이러는 중에 간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는 어디 안 간다”며 불안해하는 이들을 안심시키는 한편, “불심검문 시 말조심하라”며 단속을 회피하는 요령까지 안내했다.

또 다른 모집책은 “7일에서 15일 사이 항공 VIP 서비스, 호텔 독실, 노래방·사우나 등 편의시설을 제공하며 휴대전화도 사용 가능하다”며 고수익을 미끼로 ‘장’(통장 명의자)을 모집했다. 일부는 ‘정상 영업 중’이라는 문구를 내걸며 단속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 장집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잠시 지나가는 태풍일 뿐”, “장주(대포통장 명의자)가 간다고 우기면 못 막는다”, “대중들은 개돼지니 금방 잊을 것” 등의 발언이 오가며 범죄 활동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이처럼 ‘장집’이 활개를 치는 배경에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급증하고 있는 납치·감금·사기·자금세탁 등의 범죄가 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범죄 조직이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해외 취업’을 내세워 사람들을 현지로 유인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범죄 연루 가능성이 있는 탑승자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최근 인천공항 출국장에 인력을 배치했다. 실제로 지난 15일에는 텔레그램에서 알게 된 지인이 항공권을 보내줬다며 출국하려던 30대 남성의 출국을 제지했고, 16일에도 목적지를 설명하지 못한 20대 남성의 비행기 탑승을 막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항 단속을 범죄 예방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범죄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범죄조직과 연계된 알선 행위를 집중 단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캄보디아에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범죄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합동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해 수사당국과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단속은 잠시뿐”이라며 해외 범죄 조직과 연결된 모집 활동이 이어지고 있어, 실질적인 단속 강화와 국민 인식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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