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뒤집힌 '세기의 이혼'…대법, 최태원-노소영 1.4조 재산분할 파기환송
-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 노소영 재산기여 인정한 2심 잘못
위자료 20억원은 상고 기각으로 확정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이 파기환송으로 결론 났다. 노소영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1조38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깨진 것이다. 최대 쟁점이었던 재산분할 부분을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다.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은 천문학적인 재산분할 우려에서 벗어나게 됐다. SK그룹도 유동성 부담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2심 판결 뒤집은 대법원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10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1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2심에서 논란이 됐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해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가 원고(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에게 300억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태우가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심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유입됐다고 보고 재산 형성에 노 관장 기여도가 높다는 근거로 삼았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불법적이고 보호 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 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은 “원심이 노 전 대통령의 금전 지원을 노 전 관장의 기여로 참작한 것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해 원심판결 중 재산 분할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환송한다”고 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2심과 달리 최 회장이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에게 증여한 재산을 이혼 재산 분할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이 친인척에게 주식을 증여하거나 SK그룹에 급여를 반납한 것은 경영 활동의 일환이거나 그룹 경영권을 원만히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위자료 액수 20억원에 관해서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해 판결을 확정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파경을 맞았다. 2015년 최 회장은 언론을 통해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면서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렸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2018년 2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정식 소송에 들어갔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지난해 5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어 분할액이 20배(665억원→1조3808억원)가 됐다.
지금의 SK그룹이 있기까지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는 판단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에 대한 판단도 결정적이었다. 2심 재판부는 비자금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선대회장의 기존 자산과 함께 당시 선경(SK)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봤다. 이후 최 회장 측은 300억원의 전달 시기나 방식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7월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1년 3개월 심리 끝에 2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2심 법원에 돌려보낸 것이다.

최태원 측 “판결 존중”…검찰, 비자금 수사 진행 중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재산 분할 소송을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최 회장 변호인단은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 이재근 변호사는 대법원 1부가 진행한 두 사람의 이혼 소송 상고심이 끝난 뒤 법정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항소심 판결에서의 여러 법리 오해나 사실 오인 등 잘못이 시정 돼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심 판결의 배경 내지 큰 이유로 작용했던,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 등을 통해 성장했다는 그런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부부 공동재산 기여로 인정하는 건 잘못이라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300억원 비자금 은닉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5·18기념재단은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이 총 1266억원대로 추정된다며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씨와 아들 노재헌·딸 노소영 씨 등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계좌를 추적해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의 자금 흐름 분석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분석 대상 자료 자체가 워낙 광범위한 데다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면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자료 파악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형태를 바꿔가며 비자금을 관리했을 것으로 보고 현 상황을 기준으로 역추적해 가면서 자금의 은닉과 승계 과정 등 행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공소시효가 살아있는 부분이 드러날지가 관건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한동훈, 그렇게 우는 것 처음 봤다”...이상민 전 의원 빈소서 눈물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팜이데일리
이데일리
팜이데일리
'조롱? 캠페인?' 유방암 자선행사 논란, 왜?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무주택자 다 죽는다" 곳곳 비명…전세 종말의 서막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연금 고갈 우려'…전통자산 한계에 VC에 눈 돌리는 유럽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美 공식 의료 인정’ 로킷헬스케어 급등...외국인 투심 몰린 휴온스도 강세[바이오맥짚기]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