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성장’ 논의 빠진 유통산업발전법 [규제에 우는 유통업계]①
- 9월 대형마트·SSM 매출 전년 대비 11.7%·0.2% 감소
SSM 규제 연장·온플법·정산 주기 단축 등 전방위 압박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출범 초기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를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유통업계를 향한 규제의 끈을 조이고 있다. ‘공정경제’와 소상공인 보호가 국정 운영 기조인 만큼 대기업을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정부와 여당이 칼끝을 겨눈 곳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배달 플랫폼 등이다.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9월 25일 전체회의에서 SSM 출점 제한을 4년 연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재 SSM은 해당 법안을 근거로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영업 제한 ▲월 2회 의무휴업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출점 제한 등을 적용받는다. 사실상 대형마트와 비슷한 수준의 규제다.
온플법 추진 의사 밝힌 공정위…“최대한 협조”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오는 11월 23일 일몰 예정이었던 SSM 관련 규제는 2029년 11월 23일까지로 연장된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국회가 ‘여대야소’(여당이 야당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 상황인 만큼 대형마트 규제 강화를 주장해 온 여당의 의견대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점친다.
문제는 대형마트와 SSM의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산업통상부가 지난 10월 29일 발표한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1년 전보다 11.7% 떨어졌다. 같은 기간 SSM 매출도 0.2% 감소했다.
3분기 전체 실적 기준으로도 대형마트는 전년 대비 10.2% 줄며 지난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대형마트는 지난해 2분기 매출이 2.6% 하락한 뒤 5분기 연속 역성장 중이다. SSM 매출도 지난 8월(-5.9%)에 이어 두 달째 줄었다.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매출 비중을 늘려 온 온라인 유통업계도 규제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 대표적이다.
온플법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1년부터 온플법 입법을 추진해 왔다.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겨냥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과 입점 업체와의 거래 질서를 바로잡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 공정화법’ 등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더불어민주당은 온플법의 신속처리대상(패스트트랙) 안건 지정을 검토할 만큼 강한 도입 의지를 보였지만 현재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한미 무역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온플법을 꼽으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 10월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플랫폼과 관련한 수수료 상한제·정산 기한 상한·일방적 거래 조건 변경 방지를 위한 입점 업체 단체협상권 부여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정위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 중”이라며 “국회의 입법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공정위에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정산 주기 단축 시 피해액 최대 연 21조”
유통업계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정산 주기 단축 입법 논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피해가 발생한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이후 정부와 여당은 납품 대금 조기 지급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쿠팡 ▲SSG닷컴 ▲컬리 등 직매입형 플랫폼 거래의 정산 기한을 기존 60일에서 20일로 줄이는 방안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유통업계와 학계는 직매입 중심의 유통 생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산 주기 단축은 오히려 보호 대상인 중소 납품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전성민 가천대 교수, 강형구 한양대 교수로 이뤄진 합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행 60일 이내인 정산 주기가 20일로 줄어들 경우 1년 후 플랫폼과 거래를 유지하는 입점업체 비율은 평균 74%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본(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소요되는 자본)이 취약한 하위 50% 업체 생존율은 평균 48%까지 낮아져 입점·납품업체 시장 잠재 피해액은 1년간 최대 약 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소비자 선택과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인한 사회적 후생 손실도 19조원 규모로 나타났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은 지난 10월 22일 한국벤처창업학회 주최로 열린 ‘정산 주기 단축 규제의 경제적 영향’ 토론회에서 “중소납품업체는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납품 대금을 받는 직매입 방식을 선호한다”면서 “직매입 정산 주기가 단축되면 유통업자가 매입을 줄이게 돼 중소 납품업체의 납품량 감소, 재고 부담 증가 등의 피해가 연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4일 국회 산자위 국감에서 박대준 쿠팡 대표는 ‘쿠팡의 납품업체 정산 주기가 타 기업에 비해 길다’는 지적에 “정산 주기를 단축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라는 규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의 운영 방식을 일일이 정부가 규제하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라며 “과한 규제는 대형 유통업체뿐 아니라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산업발전법은 소비자와 소상공인 보호 목적도 있지만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발전도 도모하기 위한 법”이라면서 “유통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소비자 권익 강화와 소상공인 보호가 적절하게 균형을 갖추는 방향으로 법의 내용과 집행 시기 등이 정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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