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소재 공급망' 딜레마에 빠진 日… 韓 소부장, '기술적 대안'으로 부상
중국 정부의 비자 면제 제외 조치와 핵심 광물 수출 통제가 맞물리면서, 일본 산업계의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은 '중국산 소재 의존도 탈피'와 '배터리 성능 고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자적인 기술로 공급망의 병목 현상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한국 소부장 기업들의 역할이 재조명받고 있다. 단순한 대체재를 넘어, 공정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높여주는 나노신소재, 제이오, 에버켐텍의 기술적 해법을 분석했다.
일본 배터리 업계는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해 흑연 음극재에 실리콘을 첨가하는 '실리콘 음극재' 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은 충전 시 부피가 팽창하는 물리적 특성이 있어, 이를 제어하지 못하면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에 치명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고성능 CNT(탄소나노튜브) 도전재다. 실리콘 입자를 전기적으로 단단히 연결하고 부피 팽창을 잡아주는 지지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고도화된 CNT 기술 없이는 차세대 배터리 양산이 불가능한 구조다.
비상장 강소기업인 에버켐텍은 소재 간의 결합 효율을 제어하는 인터페이스(Interface) 기술에 강점을 보인다. 이들은 기존 CNT 도전재가 입자끼리 뭉치는(Agglomeration)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분산 기술'을 개발했다.
핵심 원리는 선형(Line) 구조인 CNT에 판상형(Plate) 구조인 '비산화 그래핀'을 결합하는 것이다. 그래핀이 CNT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주며 더욱 촘촘한 전도성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고가의 CNT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동등한 수준의 면저항(Sheet Resistance)을 확보, 배터리 제조사의 원가 절감 니즈를 충족시킨다.
이 기술은 배터리뿐만 아니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 소재로도 확장성이 있다. 일본 기업들이 주도해온 전도성 고분자(PEDOT 등) 기반의 대전방지 코팅제를 대체하여, 반도체 패키징 트레이 및 보호필름 등에 적용하며 소재 국산화를 이끌고 있다.
나노신소재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단일벽 탄소나노튜브(SWCNT)를 용매에 분산시켜, 배터리 공정에 즉시 투입 가능한 슬러리(Slurry) 형태로 공급하는 기업이다.
SWCNT는 기존 다중벽(MWCNT) 제품 대비 탄성이 뛰어나고 전도성이 월등하다. 나노신소재의 슬러리는 실리콘 입자가 팽창할 때 끊어지기 쉬운 전기적 연결 통로를 유지해주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SWCNT 분산액을 양산 수준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소수에 불과해, 하이니켈 및 실리콘 음극재를 도입하려는 일본 및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주요한 기술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이오는 원료를 사와서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합성(Synthesis) 공정을 통해 CNT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Thin-wall CNT' 기술이다.
일반적인 MWCNT(다중벽 탄소나노튜브)보다 튜브의 벽이 얇고 직경이 작은 제품을 생산하는데, 이는 적은 양으로도 우수한 전도성을 구현한다. 도전재 사용량을 줄인 만큼 배터리 내부 공간에 활물질을 더 채울 수 있어 용량 증대가 가능하다. 또한, 전 세계 CNT 생산량의 대다수가 중국에 집중된 상황에서, 제이오는 국내 생산 시설을 기반으로 한 비(非)중국산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미국 IRA 및 유럽 CRMA 요건을 충족하려는 글로벌 고객사들에게 안정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과거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소부장의 '자립(Self-reliance)'을 독려했다면, 현재 중국의 대일(對日) 규제는 역설적으로 한국 소부장의 '글로벌 확장(Global Expansion)'을 돕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도 긴박하다. 이들은 단순한 생산 거점 다변화 전략인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을 넘어, 기술적 신뢰도가 검증된 한국 기업과 R&D 단계부터 협력하는 '전략적 기술 제휴(Strategic Technical Alliance)'를 적극 타진하고 있다. 중국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한국 기업들에게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은다.▲고성능 구현을 위한 분산 기술(나노신소재) ▲안정적인 비중국산 원료 공급(제이오) ▲원가 혁신을 위한 하이브리드 기술(에버켐텍) 등 각기 다른 강점을 지닌 한국 소부장 기업들은 위기에 빠진 일본 공급망을 지탱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오래된 격언이 2025년 소재 시장에서 다시 한번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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