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 부진 속 신사업 드라이브 답 K-뷰티에서 찾아
용기부터 제형까지 턴키 전략
글로벌 뷰티 시장 정조준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하얀 몸체에 검은 캡, 그리고 숫자 '153'.
지난 수십 년간 국민 볼펜을 만들어온 모나미가 K-색조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시장에 공식 출사표를 던졌다. 펜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정밀 금형 기술과 생산 노하우, 컬러에 대한 감각을 바탕으로 기업의 축을 본격적인 뷰티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펜 제조 DNA, 화장품으로
"앞으로 10년 뒤 경쟁력을 평가해주십시오."
화장품 ODM 업체 모나미코스메틱은 24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테크노밸리 생산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역량을 공개했다. 모나미코스메틱은 2023년 모나미 화장품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100% 자회사다.
이날 공장에서 만난 박경현 모나미코스메틱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생산설비와 연구개발, 품질관리 체계를 다지는 데 집중했다"며 "업력은 짧지만 앞으로 10년 뒤의 경쟁력을 보고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모나미코스메틱의 강점은 모기업 모나미가 오랜 기간 쌓아온 정밀 금형·사출 기술이다. 모나미코스메틱은 용기 설계와 생산까지 아우르는 '턴키 체계'를 내세우고 있다. 박 대표는 "대부분 ODM 업체는 외부 용기 업체와 협업하지만 우리는 용기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다"며 "제형과 패키지를 동시에 제안할 수 있는 점이 차별화 요소"라고 말했다. 실제로 회사는 에뛰드 아이브로우와 마커 틴트, 듀이트리 선케어 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에뛰드 아이브로우는 최근 8개월 동안 약 180만 개가 출고됐다. 제품 용기 설계에도 직접 참여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연구개발 투자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박 대표는 "색조 화장품 사업의 핵심은 결국 제형 경쟁력"이라며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신제형과 하이브리드 포뮬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모나미코스메틱은 립과 아이 메이크업을 비롯해 베이스 메이크업, 쿠션, 컨실러, 선케어 제품까지 생산하고 있다. 일부 파우더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색조 카테고리를 자체 개발·생산할 수 있다.
생산 인프라도 수준급으로 갖췄다는 설명이다. 모나미코스메틱의 용인 공장은 약 3100평 규모로 제조와 충진, 포장, 물류 기능을 한곳에 모았다. 연간 생산능력은 4500만 개 수준이다. CGMP를 비롯해 ISO 9001, ISO 14001, ISO 22716 등 글로벌 품질 인증도 확보했다. 모나미코스메틱 관계자는 "각종 기기와 설비는 국내 ODM 업계에서도 최신이자 최고급 수준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태국·미국 넘어 유럽까지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태국 뷰티 브랜드 메르츠카에는 베이스 쿠션 4종을 공급했고 밀레의 마스카라 제품도 출시했다. 미국에서는 키스뉴욕과 협업해 글래스 스테인 12종과 리퀴드 아이라이너 2종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최대 뷰티 전시회 가운데 하나인 '메이크업 인 파리'에 참가해 글로벌 브랜드들과 신규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미국과 아시아 시장을 우선 공략한 뒤 장기적으로 유럽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대량 생산에 강점이 있다면 우리는 소량 다품종 생산과 빠른 대응력이 강점"이라며 "트렌드 변화가 빠른 색조 시장에서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신속하게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모기업인 모나미는 코스메틱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인구 구조 변화와 함께 필기구 수요가 급격하게 쪼그라들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모나미는 지난 24일 종가 기준 1212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2일 1955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이후 하락 흐름을 이어가며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 감소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모나미는 지난해 8월 500억원선이 무너진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300억원선도 내줬다. 6월24일 기준 시가총액은 230억원 수준에 그친다. 올해 첫 거래일 기준 시가총액(369억원)과 비교하면 약 37% 줄어들었다.
회사는 올해 모나미코스메틱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20% 수준인 공장 가동률도 연말까지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 대표는 "지금은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투자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성장 기반은 대부분 갖췄다"며 "2028년 상반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글로벌 색조 화장품 전문 ODM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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