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시장 큰 손, 경제 활동 여성이 온다 [자동차, 女心 잡아라] ①
- 고용·소득·면허 증가…여성 개인 오너 시대
마케팅·상품 전략도 여성 고객 중심으로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자동차 시장에서 여성 고객의 중요도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여성 고용률 상승과 경력 단절 감소가 맞물린 결과다. 여성의 소득과 소비 여력이 커지면서 '차량의 주 구매층은 남성'이라는 통념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 업계가 여성 고객 모시기에 더 집중하는 이유다.
늘어나는 일하는 여성
정부가 발간한 '2025년 여성경제활동백서'에 따르면 2024년 여성 고용률은 54.7%로 전년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남성 고용률은 70.9%로 전년 대비 낮아지며, 남녀 고용률 격차는 2023년 17.2%포인트에서 2024년 16.2%포인트로 축소됐다. 장기 흐름으로 보면 격차는 ▲2014년 22.0%포인트 ▲2019년 19.1%포인트로 꾸준히 줄고 있다.
운전면허 보유자 구성도 변하고 있다. 경찰청의 '운전면허 소지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운전면허 소지자는 3470만7000명으로, 2015년(3029만3000명) 대비 441만4000명 늘었다. 이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여성이 끌어올렸다.
여성 면허 소지자는 2015년 1237만3000명에서 2024년 1506만6000명으로 269만3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은 1792만명에서 1964만명으로 172만명 늘어 증가 폭이 더 작았다. 비중 변화는 더 직관적이다. 여성 면허 보유 비중은 ▲2015년 40.8% ▲2020년 42.3% ▲2024년 43.4%로 꾸준히 올라섰다. 남성 비중은 2015년 59.2%에서 2024년 56.6%로 내려왔다.
여성 고용률 증가·경력 단절 감소·운전면허 보유 증가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여성 차량 보유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해 '인구·사회구조 변화와 국내 자동차 시장'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연령별로도 예외는 거의 없었다. 8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여성의 증가 속도가 남성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대비 여성의 1인당 등록 대수 수준은 ▲2015년 32.4% ▲2020년 34.2% ▲2024년 37.3%까지 단계적으로 올라, 성별 격차가 서서히 좁혀졌다.
업계는 이런 변화가 과거 '남성 중심 구매' 구도에서 벗어나 여성 개인 차주가 늘어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시장의 수요 기반이 재편되면서 여성 고객의 영향력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모빌리티 업계에서 여성을 타깃으로 한 프로모션과 서비스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여성의 자차 이용 증가와 함께 실제 차량 구매 결정 과정에서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며 "과거에는 차량 선택의 주체가 남성 중심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출퇴근 ▲육아 ▲가족 이동 등 일상적인 이동을 책임지는 여성 소비자가 구매 판단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타깃 마케팅 봇물
이 흐름을 노린 업계의 ‘여성 타깃’ 마케팅도 점점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메르세데스 벤츠 공식 딜러 한성자동차는 지난해 여성 고객 전용 멤버십 '레이디 H'를 론칭해 라이프스타일 클래스와 커뮤니티형 프로그램을 결합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 2023년부터 여성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 ‘볼보 레이디스 살롱’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에는 시즌 시작을 알리는 ‘볼보 레이디스 데이’를 열어 클래스·체험형 콘텐츠를 묶었다.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여성들의 정서적 교감과 영감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평가다.
BMW코리아는 여성 스포츠(골프) 플랫폼을 자산화하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국내 유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정규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장기 운영해 온 데 이어, 2025년 6월 LPGA와의 연장 계약을 통해 대회 개최를 2029년까지 연장한다고 공식화했다. 여성 고객을 직접 지칭하기보다 스포츠를 통해 여성과의 교감을 쌓아가는 셈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차봇모빌리티는 여성 사용자의 실제 이용 패턴과 구매 결정 역할에 주목해 플랫폼 사용자 경험(UX)과 추천 구조를 고도화하고 있다. 복잡한 차량 정보를 나열하기보다 목적과 생활 환경에 맞춘 큐레이션을 강화해 구매 과정에서의 피로도를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육아맘을 위한 ‘유모차 태우기 편한 패밀리카’ 섹션은 트렁크 공간, 차량 높이 등 실사용 기준을 반영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보험업계도 분주하다. 한화손해보험은 캐롯손해보험 흡수합병 이후 여성 고객과 자동차보험을 결합한 디지털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며 시너지 창출에 나서고 있다. 한화손보는 자사 디지털 브랜드 모바일앱 ‘한화손해보험 캐롯’에 여성 고객 전용 메뉴인 ‘여성라운지’를 신설했다. 여성라운지에는 ▲시그니처 라이브러리 콘텐츠 큐레이션 ▲한화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안내 ▲초보 여성운전자 지원 프로그램 ‘주차스쿨’ 등 세 가지 핵심 콘텐츠를 담았다.
업계는 여성 고객의 부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경쟁의 관건은 여성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차량 구매의 경우 남성이 주 구매층이고, 여성의 입김이 일부 작용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한 가족이 차량을 나눠 쓰는 구조가 아닌, 여성 개인 차주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여성 충성 고객 마련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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