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2026년 ESG 규제 대전환…韓 기업 대응 전략은 [대신경제연구소 ESG인사이트]
- 각종 규제가 기업 비용에 실질 반영되는 분기점
변화에 올라타는 기업만 글로벌 시장서 살아남아
왜 ‘지금’ 주목해야 하는가
2026년은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의 분기점이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전환기간을 마감하고 확정기간에 돌입하며, 미국 캘리포니아는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한다. 한국 역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으로, 각종 규제가 기업의 비용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다. 능동적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유럽, 간소화 속 본격 시행
EU는 2025년 12월 ‘Omnibus I 패키지’를 최종 승인하며 ESG 규제의 방향을 재조정했다. 적용 범위는 축소하되, 적용 대상 기업에 대한 의무는 유지하는 것이다.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으로 기존 대비 약 80%의 기업이 제외되지만 대상 기업은 여전히 이중중대성 평가를 실시해야 하며,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ESRS)의 핵심 요소 역시 유지된다.
2026년 1월 1일 시작된 CBAM 확정기간은 우리 기업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증서 구매 시작 시점이 2027년 2월로 연기되고 연간 50톤 이하 수입업체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철강·알루미늄 등 주력 수출 품목을 다루는 기업들은 2026년부터 탄소배출량 산정과 검증 체계를 갖춰야 한다. 향후 EU는 세탁기·가스레인지·자동차 부품 등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므로 현재 대상이 아닌 기업도 준비가 필요하다.
에코디자인 규정(ESPR)에 따라 오는 7월 19일부터 미판매 의류와 신발 폐기가 금지되며, 섬유·가구·타이어·매트리스 등 제품군별 요구사항이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설계 단계부터 ▲제품의 내구성 ▲재활용성 ▲에너지 효율 ▲유해물질 제한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은 8월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일정 농도를 초과하는 과불화화합물(PFAS)을 함유한 식품접촉 포장의 EU 시장 출시 금지를 시작으로, ▲재활용 가능 포장 설계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확대 ▲재활용 등급 ▲포장 최소화 등 다양한 조치가 순차 시행된다. 기업들은 포장재의 적합성 선언서(DoC)와 기술문서(TD)를 준비해야 하며, 포장재료 선택부터 생산·유통 전 과정에서 순환경제 원칙을 준수하는 기업만이 EU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의 경우 대폭 완화되어 국내 기업들은 급박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다년간 공급망 실사를 실시해온 기업이라 해도, 직접 협력사를 대상으로 일괄 수행하던 공급망 실사를 위험 기반(risk-based) 접근 방식에 따라 실제적·잠재적인 부정적 영향 발생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선별하고 심각성이 높은 영역에 실시할 심화(in-depth) 평가를 준비하는 등 실사 체계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 주(州) 단위 규제
미국은 연방 차원의 ESG 공시 의무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주가 선도적으로 기후 공시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상원법 253호(SB 253)는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연 매출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기업에 Scope 1, 2 배출량 공시를 2026년부터 의무화한다.
상원법 261호(SB 261)는 기후 관련 재무 위험 공시를 의무화하려 했으나, 작년 11월 미국 항소법원이 일시 중단 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규제 환경은 정치적 변동성이 크지만, 주 단위 규제는 연방 정부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캘리포니아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은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한국, 로드맵 구체화와 제도 정비
한국은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최종 로드맵 확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제도 정비가 먼저 이뤄지고 있다. 작년 10월 ‘탄소중립기본법’을 비롯한 12개 환경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온실가스 감축의 실효성을 높이고 자연보전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11월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발표됐고, 올해부터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 시작으로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율이 2026년 15%에서 2030년 50%까지 상향된다. 이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에는 ▲수소환원철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녹색 기술 투자를 본격화하는 한국형 녹색산업 전환(K-GX) 전략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개정 상법 역시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이미 2025년 7월 시행되었으며, 올해 7월에는 ▲독립이사 명칭 변경 및 구성비율 상향 ▲감사위원 선임·해임 관련 3%룰 확대 ▲9월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상향과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도 배제 금지가 시행된다. 이는 주주권을 보호하고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는 조치로, 거버넌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강불식의 자세로
작년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6년 경영환경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자강불식’(自强不息)이 선정됐다고 한다. ‘스스로 강하게 하며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뜻으로, 이제 중소기업들도 스스로 힘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2026년 병오년, 변화의 속도는 붉은 말처럼 빠르다. 하지만 여세추이의 지혜로 변화를 읽고 자강불식의 자세로 역량을 키운다면 변화는 기회가 된다. 고삐를 단단히 쥐고 변화의 말에 올라탄 기업만이 2026년 이후의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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