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김은경 신임 서민금융진흥원장, 다시 ‘싸울 기회’를 얻다 [신년 인터뷰]
- 금소처장 시절, '금융소비자보호' 가치 끌어 올린 주역
서민금융 최전선으로 컴백..."금융 기본권 만들고파"
김은경 신임 서민금융진흥원장(신용회복위원장 겸임) 역시 최근 ‘싸울 기회’ 책을 다시 펼쳤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서민금융과 신용회복은 단순한 구제가 아니라, 무너진 삶을 다시 경제로 복귀시키는 ‘권리의 문제’라는 확신을 굳혔다. 김은경 원장이 구상하는 서민금융의 방향은 여기서 출발한다.
김 원장은 2020년 3월 금융감독원 최초의 여성 부원장으로 임명돼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이끌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거쳐 모교인 한국외국어대학교 강단으로 돌아갔지만,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문제의식은 한 번도 식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국가의 부름을 받아 공직으로 복귀했다. 이제 그는 서민금융의 최전선에서, 워런이 그랬듯 자신의 능력을 소비자들의 권리를 위해 쓰겠다는 각오다. 김 원장은 금융소비자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싸울 기회’를 얻었다. (인터뷰는 그가 서금원장으로 부임하기 전인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실에서 진행됐고 이후 서금원장에 부임한 뒤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또 한 번 진행됐다.)
일할 맛 나던 금소처장 시절
Q. 금소처장과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그만둔 뒤에도 여전히 바쁘게 지낸 것 같다.
A. 그동안 논문도 쓰고 강의도 하고 원래 하던 일을 계속해 왔죠. 지난해 6월에는 국정기획위원회에 들어가기도 했고요. 그래도 ‘사부작사부작’ 바빴지, 정신없도록 바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Q. 금소처를 나온 뒤 금융감독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A.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위해 정말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며 정치인들에게 협력을 요청했어요. 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것도 제가 비교적 혁신적인 학자이다보니 민주당을 혁신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제 인지도를 높이면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달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봤죠. 당시에는 마냥 열심히 하면 빨리 해결될 줄 알았어요. 순진했다고 할까요. 기술이 부족했던 거죠.
Q.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재임 시절 기억은 어떤가. 일이 잘 맞았나.
A. 제가 20여 년 동안 연구해 온 분야가 소비자 보호잖아요. 그동안 쓴 논문의 80%도 소비자 보호 관련 주제고요. 저한테는 소비자 보호 DNA가 있는 것 같아요. 또 금융과 관련된 일들을 보면 거의 기승전 ‘법’으로 귀결돼요. 제가 법학자이니 저와 잘 맞았죠. 금감원에 있을 때는 유능한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정말 행복하게 일했어요.
A. 왜 안 두려웠겠어요. 실무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다만 막상 일을 해보니 생각보다 업무 만족도가 매우 높았어요. 저는 학자이기 때문에 보고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자료를 찾아 활용하는 방식이 익숙했죠. 사모펀드 업무를 할 때는 해외 펀드가 많아 자료를 찾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 역시 하나하나 직접 해외 자료를 찾아 직원들에게 거꾸로 전달하기도 했어요. 이런 방식이 조직과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성과도 상당히 냈고요. 업무 만족도는 아마 제 커리어에서 가장 높았던 시기였어요. 수준 높은 직원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일이 자연스럽게 술술 풀렸습니다.
Q. 소비자 보호에 유독 관심이 큰 이유는 무엇인가.
A. 어릴 때부터 선친에게 금융 교육과 절약 정신을 많이 배웠어요. 선친이 학교 선생님이셨는데, 검소하지만 단단한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 계셨죠. 그런데 사회에 나와 보니 문제를 겪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 정보 비대칭 속에서 자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집단이 분명히 보이더라고요. 그게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Q. 현장 경험도 영향을 미쳤나.
A. 금감원 이전에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보험법 전공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험 사건을 많이 맡게 됐죠. 보험은 원래 민원이 많은 분야잖아요.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사망보험까지 분쟁이 정말 많았어요. 이런 사례들을 다루고 관련 논문을 쓰다 보니, 제 연구와 관심이 자연스럽게 소비자 보호 쪽으로 모이게 됐습니다.
Q. 서민금융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A. 본인이 금융 취약계층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우선은 이들이 지원 대상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건 지원 이후의 사후 관리예요. 단순한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금융 자립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봅니다.
Q. 금융 교육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A. 예전에 선친께서 저에게 “10원을 벌면 8원을 쓰고 2원을 저축할래, 아니면 2원을 저축하고 8원을 쓸래?”라고 물으신 적이 있어요. 논리적으로는 같은 말이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죠. ‘먼저 저축한 뒤 나머지를 쓰는 사람’과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는 사람’은 결국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지금도 이 원칙은 제 저축의 기준점이에요. 금융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고, 사회에서도 이어져야 합니다. 약관을 이해하는 능력 역시 결국 교육에서 나옵니다. 특히 금융 교육은 필수 교과 과정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독일은 사회 과목 안에 금융과 정치가 함께 들어 있고,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사례 중심으로 가르칩니다. 반면 우리는 교과목도 없고 수능과의 연계도 없다 보니 금융 교육이 늘 뒤로 밀리는 구조여서 아쉽습니다.
“금융소비자 위한 더 쉬운 약관 필요”
김 원장은 금소처장 재임 기간 동안 금융소비자보호의 무게중심을 ‘민원 대응’에서 ‘감독 기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분쟁조정과 불완전판매 대응 역시 단순한 ‘사후 처리’가 아니라 ‘구조 개선의 문제’로 인식 전환을 시도했다. 금융 민원을 얼마나 많이 처리했느냐보다, 같은 유형의 분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손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같은 성과의 이면에는 그의 지독한 ‘연구 사랑’이 자리한다. 김 원장은 스스로를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인물이다. 서민금융진흥원장에 선임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다음 논문을 위해 또 다른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Q. 금소처장 시절,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가.
A. 당시에는 분쟁의 절대적인 수가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소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죠. 분쟁 사례를 패턴화해 판례 예시로 남겨두면, 이후 유사한 사안들은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분쟁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어요.
Q.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A.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지 못한 점이에요. 금융 분쟁 조정 시 금융회사가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반드시 따르도록 하는 법적 강제력인데, 이 용어 자체가 제가 처음 만든 표현이에요. 유럽 모델을 우리 실정에 맞게 바꾼 개념이죠. 2007년에 관련 논문을 국내에서 처음 썼어요. 금융회사나 사업자는 일정 부분 구속돼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그만큼 분쟁조정위원회의 전문성도 함께 확보돼야겠죠. 이 내용은 국정기획위원회 활동 당시 국정과제에도 포함시켰어요. 이번 정권에서는 꼭 이뤄졌으면 합니다.
Q. 현재 금융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무엇인가.
A. 여전히 증권 상품에 문제가 많아요. 상품 구조에 탐욕이 들어가 있고, 불완전판매도 심각합니다. 사모펀드 문제는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생각했는데,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처럼 또 다른 문제가 반복해서 나오잖아요. 사업자도 소비자도 이런 문제를 금방 잊어버리는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Q. 디지털금융 확산은 어떻게 보는가.
A. 개인정보 측면에서 우려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스 앱에서 걸음 수에 따라 보상을 주는데, 그 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거잖아요. 정보 수집 자체로 보면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지만, 그 데이터를 가공해 되파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내가 준 정보는 ‘제공’에 동의한 것이지, 가공·판매까지 허락한 건 아니잖아요. 쿠팡 개인정보 이슈도 본질적으로 비슷해요. 디지털금융이 확산하며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생긴 것인데, 저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규제를 함부로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규제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고, 규제 완화는 자칫 책임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어요. 균형 감각이 중요해 보여요.
Q. 소비자들이 약관을 제대로 보지 않는 것도 문제 아닌가.
A. 금융사들이 흔히 ‘평균 소비자’라는 표현을 쓰는데, 실제보다 금융소비자의 이해 수준을 지나치게 높게 가정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평균 소비자의 금융지식 수준을 ‘중학교 2학년’ 정도로 봅니다. 금융지식이 비교적 낮다는 전제 아래 약관을 설계하고 소비자 보호에 나설 필요가 있어요. 약관의 핵심 내용은 빨간색으로 표시하거나, 불필요한 문장은 과감히 빼고 도식화해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땅히 누려야 할 ‘금융 기본권’
Q. 서민금융 정책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라고 보나.
A. 이건 단순히 ‘복지 정책’으로만 볼 사안은 아니에요. 국가의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정부가 이야기하는 ‘국민주권 국가’, ‘기본 사회’라는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고요. 단순히 혜택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게 핵심이에요.
Q. 원장님이 강조한 ‘금융 기본권’이라는 개념이 인상적이다.
A. 저는 요즘 ‘금융 기본권’이라는 표현을 자주 써요. 새로 만든 말이긴 하지만, 핵심은 분명해요. 서민금융은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 도움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는 거예요. 인간으로서 존엄을 보장받고 행복하게 살 권리를 금융 영역에서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봐요.
Q. 기존의 ‘포용금융’ 개념과는 어떻게 다른가.
A. ‘포용’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쩌면 공급자 중심적일 수 있어요. “내가 너를 안아줄게, 그러니 내 안으로 들어와”라는 뉘앙스가 있거든요. 저는 이 단계를 한 단계 더 넘어서고 싶어요. 어려운 사람들에게 “와서 도움을 받아라”가 아니라, 권리로서 당당하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Q. 결국 ‘돕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의미 같다.
A. 금융소비자들은 스스로 조직화해서 권리를 주장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가 그들이 스스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옆에서 힘을 보태는 거죠. 그것이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의 역할이고, 제가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일이에요.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금융소비자들은 커다란 자본 앞에서 대응 능력이 부족해요. 그래서 조직화가 필요해요. 저는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법을 공부했고, 소비자 보호 분야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어요. 실무 경험도 해봤고요. 제 이런 능력을 여기에 쓰고 싶어요. 아직은 이 사회의 공익을 위해 더 일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적어도 후회가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마무리하고 싶어요. (웃음)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티’ 나는 남자와 ‘팩폭’ 날리는 여자, 시트콤보다 더 시트콤 같은 ‘여단오’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6/01/11/isp20260111000031.400.0.jpg)
![면봉 개수 → 오겜2 참가자 세기.. 최도전, 정직해서 재밌다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2/21/isp20251221000019.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김남용 큐리옥스 대표 "日 대리점 첫 판매 계약...글로벌 제약사와 전사 표준 계약 논의"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정치 이야기 아닙니다'…올해 프로야구, 익숙한 얼굴 대거 친정팀 복귀 "OOO 어게인"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청약제도 손본다…세대별 쿼터제 급물살[only 이데일리]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연초효과 타고 회사채 ‘슈퍼위크’…대어급 줄대기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텐배거' 초기 들어선 K의료기기 삼총사...올해 임계점 돌파 예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