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블랙 요원' 中에 명단 유출…"금전 요구 적극적" 법원 판결은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천모(51)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0억원, 추징금 1억6천205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확정했다. 대법원은 천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연령과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으로 인한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천씨는 2017년께 중국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포섭된 뒤 2019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금전을 받고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2024년 8월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군형법상 일반이적죄를 비롯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군검찰에 따르면 천씨는 1990년대 부사관으로 국군정보사령부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대 중반 군무원으로 전환됐다. 범행 당시에는 팀장급 직위에 있었으며, 기소 시점 기준으로는 5급 군무원이었다.
천씨는 2017년 4월 자신이 구축한 현지 공작망과의 접촉을 위해 중국 옌지를 방문했다가 공항에서 중국 측에 체포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포섭 제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그는 중국 정보요원과 접촉을 이어가며 군사기밀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유출된 기밀은 문서 형태 12건, 음성 메시지 형태 18건 등 총 3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에는 신분을 숨기고 활동하는 블랙요원들의 명단과 인적 정보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천씨는 범행 과정에서 중국 정보요원에게 약 40차례에 걸쳐 금전을 요구했으며, 요구한 금액은 총 4억원에 달했다. 실제로는 지인 명의의 차명계좌 등을 통해 1억6천205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을 맡은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천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20년과 벌금 12억원, 추징금 1억6천205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출된 군사기밀에는 해외에 파견된 정보관들의 인적 정보가 포함돼 있었고, 이로 인해 정보관들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에 명백한 위험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관들이 정보 수집을 위해 투입한 시간과 노력이 더 이상 활용될 수 없게 되는 중대한 손실이 발생했다”고 질타했다.
천씨는 재판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천씨가 중국 측에 적극적으로 금전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2심 역시 “중국에서 체포돼 협박을 받았더라도 부대에 보고하거나 보호 조치를 요청하는 등 합법적인 해결 방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볼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2심 재판부는 뇌물 요구액 산정 과정에서 일부 중복이 있었다며, 1심이 인정한 4억원이 아닌 2억7천852만원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벌금도 12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감형됐고, 나머지 형은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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