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공동주택 CCTV ‘렌탈 허용’ 논란…"대형 업체 중심 시장 재편 우려"
- CCTV 렌탈료 포함 시 세입자 주거비 증가
“비용 부담 주체와 법적 기준 명확화가 우선”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 CCTV를 렌탈(임차) 방식으로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관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비용 부담이 관리비로 전가될 경우 세입자 주거비 상승과 현행 법체계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CTV, 관리비 항목으로 전환되나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체계에서 CCTV는 ‘보안·방범시설’로 분류돼 장기수선계획에 반영하고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집행하게 돼 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주택 소유자가 부담하는 자금으로, 공동주택의 자산 가치를 유지·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CCTV를 렌탈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설치·교체 비용이 관리비 항목으로 처리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오는 6월 3일부터 시행된다.
주거용 오피스텔과 같은 집합건물에서는 별도의 제약이 없어 CCTV를 임차방식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은 반면, 공동주택에서는 장기수선계획의 취지상 CCTV를 임차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강력한 과태료 규정이 존재하다 보니 공동주택에서는 CCTV를 임차방식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었던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정안에 따르면 단기간 거주하는 세입자가 소유자의 자산성 비용을 관리비 형태로 부담하게 되는 구조가 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CCTV는 소모품이 아니라 단지 가치와 직결된 시설”이라며 “렌탈 방식 허용은 비용 부담 주체를 소유자에서 세입자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관리비는 임대료와 달리 시장에서 가격 조정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세입자가 체감하는 고정비 성격이 강하다. CCTV 렌탈료가 매월 관리비에 포함될 경우 세입자의 실질 주거비 부담은 구조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특히 최근 고금리·고물가 환경에서 주거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관리비 인상 요인이 추가되는 것은 주거 안정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의 법령안에는 “공동주택에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직접 설치하여 관리하는 경우만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나, 임차방식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운영할 때에 관한 규정이 없어 임차방식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운영하는 경우 관리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이 CCTV를 임차 방식으로 운영할 경우, 기존 장기수선계획이나 장기수선충당금과는 별도로 관리비 집행이 가능해지는 근거가 새로 마련되는 셈이다.
시행규칙 내 모순…상위법 위반 소지
법적 정합성 문제도 제기된다. 현행 시행규칙 제8조는 CCTV 설치·보수·교체 시 장기수선계획 반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별표(장기수선계획 수립기준)에 ‘직접 설치·운영하는 경우만 반영’이라는 단서를 추가해, 시행규칙 내부에서도 조항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상위법인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는 주요 시설을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교체·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CCTV를 렌탈로 전환해 관리비로 처리하는 방식은 상위법 취지와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쟁점은 시장 구조 변화 가능성이다. 렌탈 방식이 도입될 경우 CCTV를 설치·운영하는 보안업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으며 초기 구축 비용과 유지관리 역량을 동시에 갖춘 사업자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전국 단지를 대상으로 영업망과 관리 인력을 확보한 대형 업체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면서 시장이 이들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동주택 CCTV는 설치 이후 장기간 유지관리 역량이 핵심”이라며 “중소업체보다 에스원 등 전국 단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형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다른 주요 시설의 렌탈 전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외벽 도색 ▲방수 공사 ▲지하 주차장 보수 ▲발전기·변압기 등도 ‘서비스화’해 관리비로 부과할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동주택 관리비는 사용료 성격을 넘어 자산 투자 비용의 분할 청구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고, 부담은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세입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CCTV 운영 방식의 유연화 자체보다, 비용 부담 주체와 법적 정합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렌탈 방식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비용은 장기수선충당금과 연계하거나, 세입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며 “시행규칙 개정 전에 법·시행령·시행규칙 간 정합성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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