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성수 접고 압구정 ‘올인’…현대건설, 디에이치 타운 승부수 통할까
- 3구역 다자 경쟁…5구역 삼성·현대 빅매치 예상
‘압구정 현대아파트’ 상징성…브랜드 리빌딩 전략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서울 성수동 재개발 수주전에서 발을 뺀 현대건설이 압구정동 재건축에 사실상 ‘올인’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미 압구정2구역을 확보한 데 이어 3·5구역까지 시공권을 확보해 압구정 일대를 ‘디에이치’(THE H) 브랜드 타운으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핵심 사업지인 3구역 내 공동필지를 둘러싼 권리관계 분쟁이 남아 있어, 이 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수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사업 지연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상징성·수익성 높은 압구정에 ‘총력’
현대건설은 지난 2월 19일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성수1지구)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성수1지구에서는 특정 건설사와의 유착 의혹으로 조합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받는 등 ‘사법 리스크’가 부각된 만큼, 현대건설이 불확실성이 큰 사업지보다 상징성과 수익성이 높은 압구정에 역량을 집중하는 쪽을 선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실제 압구정 재건축 수주전은 최근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월 23일 열린 압구정3구역 시공사 현장 설명회에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SK에코플랜트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DL건설 ▲금호건설 ▲제일건설 ▲대방건설 등 총 9개 건설사가 참석해 다자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반면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설명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같은 날 1시간 앞서 열린 압구정5구역 현장 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포함해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한화 건설부문 ▲제일건설 등 8개사가 참석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한남4구역에서 맞붙었던 삼성·현대의 ‘빅매치’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압구정3구역은 지하 5층~지상 최고 65층, 총 5175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초대형 사업지로, 총공사비만 5조5610억원에 달한다. 5구역 역시 지하 5층~지상 최고 68층, 1397가구 규모로 총공사비 1조4960억원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두 구역의 입찰 마감일이 오는 4월 10일로 동일하다는 점도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 수립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한된 수주 역량을 고려할 때 동일 시점에 복수의 대형 사업지에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건설사들이 사업성 및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략적 선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의 압구정 집중에는 상징성도 작지 않다는 평가다. 압구정 일대는 1970년대 현대건설이 시공한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최초의 대규모 민간 고급 아파트 단지로 평가된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주도로 조성된 이 단지는 이후 국내 아파트 시장의 고급화 흐름을 이끈 상징적 프로젝트로, 이른바 ‘현대 브랜드 주거 문화’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압구정 2구역에 이어 3·5구역 수주전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 이 같은 역사적 맥락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 현대건설이 시공한 단지가 형성한 도시 브랜드를 재건축으로 다시 구축하는 ‘브랜드 리빌딩’ 성격이 강한 만큼, 단순 정비사업 수주를 넘어 기업 정체성과 직결된 상징적 프로젝트라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수주전은 글로벌 설계 역량을 앞세운 ‘상품 경쟁력’ 싸움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삼성물산은 압구정4구역 수주를 위해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이끄는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와 협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히 한강 변 초고층 재건축 사업의 경우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조망권과 상징성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글로벌 설계사와의 협업 여부가 수주 경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압구정5구역에서는 단지와 인근 백화점 및 교통시설을 연결하는 복합 마스터플랜도 검토되고 있다. 단지 내부를 넘어 생활 인프라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주거 편의성과 지역 단위 프리미엄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3구역에는 ▲로봇 주차 시스템을 고도화한 지능형 주차 솔루션 ▲전기차 충전 중 화재 징후를 자동 감지하는 통합 대응 체계 ▲자율주행 셔틀 등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 도입도 거론된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3·5구역 수주를 통해 올해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 목표(12조원)의 절반 이상(7조570억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핵심 입지 중심의 수주 물량 확보를 통해 사업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3구역 공동 필지 소송 변수 ‘촉각’
다만 압구정3구역 내 일부 공동 필지 문제는 사업 추진의 잠재적 리스크로 지목된다. 1970년대 개발 과정에서 일부 대지 지분의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압구정 3구역 내 압구정동 9개 필지(약 4만706㎡)는 현재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서울시 등의 명의로 남아 있으며, 이는 전체 사업 면적의 약 11%에 해당한다.
현재 조합원 측이 해당 토지의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권리관계 정리가 지연될 경우 사업 인허가는 물론 분담금 산정과 금융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성수를 접고 압구정에 승부수를 던진 현대건설의 선택이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 구축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할지, 3구역 소송 리스크가 집중되는 ‘올인 전략’의 부담으로 돌아올지에 주목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압구정은 상징성과 사업성을 동시에 갖춘 핵심 사업지인 만큼 수주 자체보다 이후 사업 추진 속도가 더 중요하다”며 “결국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시공권 경쟁을 넘어 브랜드 경쟁력과 사업 리스크 관리 능력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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